
(전남=NSP통신) 남정민 기자 = 전남 순천 송광사의 대표 건축물인 ‘침계루(枕溪樓)’가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될 전망이다. 순천시는 국가유산청이 최근 ‘순천 송광사 침계루’를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침계루는 ‘개울을 베고 누운 다락’이라는 뜻으로 조계산 계곡을 따라 세워진 정면 7칸·측면 3칸 규모의 2층 사찰 누각이다. 승려 교육기관인 강원의 강당으로 사용됐으며 대규모 불교 행사와 집회가 열리던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규모 면에서도 뛰어나다. “위층에는 천 명이 앉을 수 있고 아래층에는 몇 장의 깃발도 세울 수 있다”는 기록이 전해질 정도로 웅장해 보물로 지정된 고창 선운사 만세루에 이어 국내 사찰 누각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역사적 가치도 높다. 침계루는 고려 말 창건된 건물로 14세기 문인 목은 이색의 시 ‘제침계루’가 전해질 만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688년(숙종 14년) 현익·해문 두 스님이 중건한 이후 원형이 잘 보존돼 문화유산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치 방식 또한 주목된다. 일반적인 사찰 누각이 대웅전 앞에 위치한 것과 달리, 침계루는 승보사찰인 송광사의 특성을 반영해 강원 요사채인 법성료와 나란히 배치돼 승려들의 수행과 교육 동선을 고려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문화예술적 가치 역시 빼어나다. 조계산 계곡과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으로 예부터 시인과 묵객들이 즐겨 찾던 곳으로 이색은 “침계루에 오르면 인간 만사를 잊는다”고 노래했다. 조선 후기 고승 묵암 최눌도 “천년의 송광사, 만고의 침계루”라며 그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근대기에는 ‘목련극’, ‘팔상극’ 등 불교 연극이 공연된 무대로 활용되며 승려 예술 활동의 거점 역할도 수행했다. 당시 공연에 사용된 대본은 현재 송광사성보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침계루가 자연과 조화를 이룬 전통 누정의 건축미와 불교 강원의 교육 기능을 함께 갖춘 독보적인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 보물 지정을 예고했다.
시 관계자는 “침계루는 승보사찰 송광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문화유산”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숨은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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