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거대한 건물에서 4인치 화면 속으로, 은행은 디지털화에 힘을 쏟으며 작아지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5년만에 3000여개에서 2000여개로 내려왔고 신규 채용 역시 지난해 대비 10% 가까이 감소했다. 지방은행 역시 점포 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뤄진 금융노조의 주 4.5일제 요구로 채용과 점포 모두 축소 속도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4대 시중은행 점포 5년새 21% 감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국내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지난 2020년 6월말 3430개에서 2025년 6월말 2694개로 약 21.5% 감소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 1016개에서 774개로 23.8% 감소 ▲신한은행 876개에서 653개로 25.5% 감소 ▲우리은행 862개에서 659개로 23.5% 감소 ▲하나은행 676개에서 608개로 10% 감소했다.
지방은행의 점포 역시 축소되고 있다. 경남은행, 광주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대구은행(iM뱅크)의 점포 수는 2020년 6월 926개에서 2025년 6월 789개로 약 14.9% 감소했다.
◆신규 채용 감소세…갈수록 IT인력 수요↑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될수록 점포 수가 줄어듦과 함께 신규 채용 역시 축소되고 있다. 올 상하반기 합산 5대 시중은행의 공채 채용 인원은 1185명으로 지난해(1320명) 대비 10%가량 감소했다. 정부에서 상생금융을 압박하자 채용 인원을 대폭 늘렸던 2023년(1880명)과 비교하면 약 37% 줄어든 수준이다.
신규채용뿐 아니라 희망퇴직도 늘면서 전체 직원 수가 줄어들었다. 올해 6월 말 4대 은행의 직원 수는 5만5169명으로 지난 2020년 6월말(6만461명) 대비 약 10% 감소했다.
앞으로도 은행권은 신규 채용을 늘리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최근 은행들은 신규 인력 확보보다는 IT전문가 모셔오기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은행권에선 IT인력마저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더 채울 필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형 해킹사고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원래부터 강조되던 IT 인력 확보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이에 신규 채용 보다는 IT 전문가 영입에 더 힘을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0일 열린 ‘2025년 금융권 공동채용박람회’에서 공개된 은행별 ‘직무백서 4.0’에선 은행권의 미래 인재상이 ‘디지털 역량’에 초점이 맞춰졌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이버 보안 등 첨단기술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높다.
디지털 금융의 전환 속도가 빠르다 보니 IT계열은 신입보단 당장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편이다. 경력직 채용은 대부분 고연봉자라 IT계열 채용이 늘어난 만큼 신입 채용문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 국민은행의 경우 기업여신심사 호스트 및 서버업무 개발 전문직, 데이터 설계 전문직, IT기술전략 설계 전문가 등 경력채용을 진행했다. 신한은행도 블록체인 사업 기획, UI 디자인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페이먼트 및 연계 서비스 기획·운영, MVNO 플랫폼 서비스 기획 등 경력 채용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의 미래를 생각하면 정년연장과 점포 수 확대를 주장하고 싶지만 이미 금융업계가 디지털화됐고 지금도 고객이 영업점에 방문할 일이 거의 없어 이 흐름에 역행하자고 말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은행 차원에서도 비대면 상품 가입에 우대 조건을 붙이며 권장하고 있는데 단지 고령층 배려라는 명목으로 점포 수를 확대하고 직원을 늘리기엔 무리가 있다”며 “고령층을 배려하기 위한 간단한 디지털 화면과 안내, 서비스를 만드는데 더 집중하는 게 흐름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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