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여신금융협회와 신용카드사들이 모바일QR 결제 관련 공통 규격을 마련하고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카드사들의 속내는 “제2의 저스터치(justouch)”라는 반응이다. 저스터치는 2018년 8월부터 시작된 카드사 공통 모바일 NFC 결제 서비스다. 당시 저스터치는 단말기 공급 문제로 추진 동력을 잃은 바 있다.
◆ 휴대폰 기종 상관없는 결제…외국인관광객 편의 상승 전망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8개 신용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는 여신금융협회와 함께 모바일 QR결제를 위한 공통 규격을 마련하고 QR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번 QR결제 서비스가 탄생한 배경에는 신용카드사별로 QR코드 규격이 달라 가맹점마다 QR결제 가능한 카드가 있고 불가능한 카드가 있어 금융소비자들이 불편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과 부가가치통신업자(이하 VAN사), 간편결제사들은 협의와 테스트를 거쳐 글로벌 표준인 EMV QR코드를 규격으로 하는 공통 규격을 마련했다. EMV는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결제시장의 글로벌 표준이다.
협회는 이번 QR코드 서비스 도입으로 휴대폰 기종에 따라 결제 서비스가 달라 초래했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용카드사에서 제공하는 QR결제서비스를 글로벌 표준에 따른 하나의 통합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어 휴대폰 기종에 구애받지 않고 결제 편의성과 보안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이 현지에서 사용했던 QR코드로 국내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해 결제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목적도 있다. BC카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QR코드로 국내에서 결제한 금액은 월평균 164%씩 증가했다.
◆ 업계 ‘시큰둥’…“제2의 저스터치” 우려도
다만 카드사 실무자들은 “도입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우선 가맹점들의 QR결제 단말기 도입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2018년 유사한 이유로 도입됐던 한국형 근거리무선통신(NFC) 간편결제 서비스인 ‘저스터치(justouch)’도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저스터치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단말기 공급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저스터치 사용 가맹점은 국내 가맹점 260만개 중 3만 7700개로 전체의 2%에 불과했다. 이에 추가 공급 계획이 세워졌지만 200억원에 달하는 NFC단말기 공급 비용을 두고 카드사들이 부담을 표했고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번 QR결제 서비스 역시 단말기 활성화 문제에 봉착해있다. QR결제는 카드결제 단말기와는 달리 가맹점에서 설치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가맹점주가 사비로 구매를 해야 한다.
앞서 주목도가 높았던 애플의 간편결제인 애플페이가 도입됐을 때에도 NFC단말기 국내 보급 속도가 더뎌 여현재도 여전히 10% 미만으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최근 애플이 유럽연합에(EU)에서 아이폰의 ‘탭앤고(tap-and-go)’ 기술에 경쟁업체들의 접근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알파벳의 ‘구글페이’, 삼성의 ‘삼성페이’도 아이폰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도 나왔다. 만약 국내시장에서도 이 기조가 전파된다면 QR코드 결제가 차지할 공간이 더 좁아진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아이폰에서 삼성페이 사용이 불가능하고 NFC 단말기 문제도 있어 이같은 불편을 해소하도록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고자 하는 QR코드 서비스 도입 취지는 좋다”면서도 “실효성이 크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도입되기 전에도 애플 기기를 사용하시는 분들은 카드사 앱에서 바코드나 QR코드로 결제가 가능했고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로도 결제가 가능해 QR코드 사용을 얼마나 할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이미 삼성페이가 오프라인 결제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페이가 카카오페이와도 제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에서 삼성페이가 가능해질 것이란 소식도 들려온다”며 “이러한 상황에 소비자들이 굳이 QR코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드사 페이 서비스들도 유명무실해진 상황에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단말기 공급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제2의 저스터치처럼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며 “카드사 실무진들도 QR코드 결제에 대해 사실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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