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DIP통신] 박예솔 프리랜서기자 = 한 여인이 넋이 나간 것처럼 한적한 주택가를 걸어 내려간다. 그의 얼굴엔 멍 자국이 있고 차림새도 엉망이다. 넋을 놓고 걸어가던 그는 멈추고서 왔던 길로 돌아간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다 잃고 마음을 닫은 여자와 그 여자에게 다가가 선물 같은 사랑을 전해주는 남자의 이야기 만추의 첫 장면이다.
여자의 이름은 애나. 그는 살인죄로 교도소에서 7년째 수감 중이다. 그는 어머니의 부고로 인해 3일간의 휴가를 허락받는다.
남자의 이름은 훈. 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돈을 받고 해준다. 누구보다 사랑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반응 없는 애나에게 호기심을 느껴 쉽게 다가간다.
이 둘이 처음 만난 것은 시애틀로 가는 버스 안.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 같은 훈은 버스를 급하게 타지만 차비가 없어서 애나에게 빌린다.
갚을 필요 없다고 하는 애나에게 돈을 갚을 때 까지 가지고 있으라며 자신의 시계를 채워준다.
7년만에 돌아온 시애틀 그리고 가족. 이 모두에게 애나에겐 낯설다. 돌아가려고 하는 애나에게 우연하게 훈과의 만남이 이뤄진다.
시애틀을 잘 아는 것처럼 장난스럽게 애나를 이끄는 훈 덕분에 애나의 마음은 조금씩 열린다. 조심스럽게 변해가는 이 둘의 마음에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감독은 “사람과 사랑에 대한 믿음이 반드시 있다거나 꼭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누가 누구한테 마음을 여는 순간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이 영화는 그 ‘마음을 여는 순간’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
<색, 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탕웨이는 사랑에 큰 상처를 입고 마음을 닫아버린 애나를 연기했다.
애나는 사랑을 몰라서 두려운 것이 아니라 사랑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뒤에 오는 상처도 큰 것을 잘 알아서 마음의 문을 닫은 여인이다. 탕웨이는 상처가 아직 아물지 못한 채 살아가는 그의 슬픈 감정을 잘 표현해냈다.
<시크릿 가든> 이후 인기가 급 상승한 현빈은 사랑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훈을 연기했다. 그는 사랑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기에 겁 없이 다가간다. 하지만 애나를 만나고 하루 만에 진짜 사랑을 느낀다.
안개 낀 시애틀의 모습. 비가 오고 축축한 분위기. 이 모든 배경이 이 영화의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상처입고 살아가는 애나와 누군가에게 쫒기는 듯 불안한 훈의 모습은 시애틀의 모습과 닮아있다.
하루 종일 안개가 껴 있다가 거짓말같이 해가 비치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따라서 애나와 훈의 마음도 변해간다. 2월17일 개봉. 15세관람가 로맨스/멜로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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