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박유니 기자 = 비룡소에서 세계의 옛이야기 시리즈 커다란 순무를 출간했다.
국내 독자들에게는 러시아의 옛이야기로 더 잘 알려진 커다란 순무는 거대한 순무 하나를 뽑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 딸, 강아지, 고양이, 생쥐가 협동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책이다. 우크라이나 작가 이반 프랑코가 쓴 순무 이야기는 1891년 우크라이나 어린이 잡지에 실리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1940년에 러시아 작가 알릭셰이 톨스토이가 이야기를 개작했는데, 한국 독자들은 이 러시아판 순무 이야기를 읽어온 셈이다. 이후 많은 시간이 흘러 우크라이나의 젊은 디자이너 그룹 아그라프카 아트 스튜디오가 문화와 전통이 담긴 그림을 덧입혀 새로운 그림책을 탄생시켰다.
우크라이나는 땅이 비옥해 농업이 잘 발달된 나라다. 땅의 41%가 유기물과 영양분이 풍부한 검은 흙으로 이루어져 있어 인공 비료를 쓰지 않아도 무엇이든 재배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특색들은 그림책 안에도 찾아볼 수 있는데, ‘커다란 순무’는 표지와 뒤표지는 물론이고 그림책의 첫 장면부터 누런빛 흙과 초록빛 이파리가 바탕색을 채우고 있다. 장면 구석구석에는 오색빛깔 탐스러운 열매가 가득해 그림책 전체가 하나의 논밭을 연상케 한다.
곳곳에 숨겨진 우크라이나의 전통 문양들은 논밭에 심은 작물들이 잘 자라주길 바라는 우크라이나 농민들의 소박한 감성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패턴화된 디자인과 강렬한 색채들은 대자연의 힘을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할아버지부터 생쥐까지 온 가족이 힘을 합쳐 순무를 뽑아내는 장면이다. 옛 농민들의 생명력과 끈질긴 의지, 협동심이 강조된 이 장면은 한 명씩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계단식 내지 구성 방식으로 구현해냈다. 책장을 손으로 넘기는 재미와 함께, 순무에 점점 힘이 더해지는 과정이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한 명씩 힘을 모은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는 ‘커다란 순무’의 우크라이나판을 기대해도 좋다.
글을 쓴 이반 프랑코는 1856년 우크라이나 리보프 주에서 태어나 시, 소설, 동화, 희곡, 철학 등 광범위한 분야의 저작을 남겼다. 셰익스피어, 빅토르 위고, 괴테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작품들을 우크라이나어로 번역했던 글쓴이는 20세기 초반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능력 있으면서도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작가로 평가 받는다.
그림을 그린 아그라프카 아트 스튜디오는 우크라이나의 젊은 디자이너 커플 로마나 로마니신과 안드레이 레시프가 함께 일하고 있는 디자인 창작소다. 두 사람은 독일 뮌헨 국제청소년도서관에서 주는 화이트 레이븐 상을 수상했으며, ‘론도의 노래’로 2015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뉴 호라이즌 부문 라가치 상을 받았다.
NSP통신/NSP TV 박유니 기자, ynpark@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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