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박정섭 기자) = 국내 제약사인 대웅제약(069620)이 공시와 관련해 시장에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공들여 야심차게 시장에 내놓은 보툴리늄 톡신제제인 ‘나보타’에 대한 신뢰마저 투자자(소액주주)들에게 무너지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0월 공시를 통해 ‘나보타’의 미국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공시 시점을 기준해 1년이내인 올해 9월 30일까지 진행사항이 발생하면 이에 대해 공시를 통해 알리겠다고 덧붙인 바 있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나보타에 대한 임상계획을 승인받고도 해당 사실을 공시가 아닌 보도자료로만 대신했다.
이는 대웅제약이 스스로 나보타의 진행과정을 공시를 통해 알리겠다던 애초 약속을 무시한 행위로 투자자들의 무한 신뢰를 가볍게 생각해 먼저 깬 것과 다름없다.
물론 나보타 임상시험 FDA 승인건은 자율공시 사항으로 반드시 공시 의무가 있지는 않다. 공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 책임도 따르지 않는다. 다만, 공시로 나보타의 진행과정을 직접 알리겠다고 지난 공시에 못박은 도덕적 책임은 분명 져야 할 부분이다.
증권당국(한국거래소)은 이런 점을 들어 지난 19일 대웅제약에 나보타 FDA 임상승인 건은 ‘투자에 중요한 내용이므로 공시하라’는 요구와 더불어 주의를 주기도 했다.(본지 19일자 단독보도)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20일 지난 8월 21일 FDA로 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완료한 사실과 더불어 현재 미국내 임상이 진행중이라는 내용의 공시를 부랴부랴 하기도 했다.
결국 나보타에 대한 진행사항에 대해 새로운 결정사항을 보도자료가 아닌 공시로 알리는데 까지 소요된 기간은 무려 3개월이나 걸린 것이다. 이런 대웅제약에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신뢰지수는 과연 얼마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나보타’는 대웅제약이 이른바 보톡스제품시장에 새로 진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내놓은 제품이다. 그렇기에 대웅제약 투자자들이 나보타의 행보에 갖는 관심도는 당연 클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의 늦장 공시, 그것도 증권당국의 주의를 받고서야 공시를 했다는건 대웅제약에 대한 믿음있는 투자자들을 기만하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더우기 더 큰 문제는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경위에 대해 대웅제약 측의 입장을 듣고자 요청한 기자의 전화와 서면 인터뷰와 관련해 IR팀과 PR팀 모두 책임있는 답변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거래소 기업 공시와 관련한 사항은 IR팀의 고유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이 팀 관계자는 “공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자신들이 답변할 사항은 없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PR팀에서 담당하니 그 쪽에 물어보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PR팀 역시 담당자 휴대폰으로 전화연결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신호만 갈 뿐 어떠한 연유인지 통화연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혹여, 회의나 업무상 미팅중이라면 전화연결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 문자메시지까지 친절히 남겨뒀지만 여전히 연락이 없는 상태다.
‘무엇이 구린건가?’ 공시가 늦어진데는 분명 사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약속을 잊어서 일 수도 있고, 굳이 공시로까지 알리지 않아도 될 사항이라고 판단해서 일 수도 있다. 증권당국으로부터 도덕적인 문제를 지적받은데 대해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해명을 해야하는게 PR팀의 역할이 아닌지 묻고 싶다.
대웅제약이 1년 전 나보타 수출관련 공시를 통해 했던 투자자들과의 약속(나보타 진행사항 공시)이 당시 이들에 대한 주식 매수를 유도하고, 환심과 믿음을 사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 아니었길 바란다.
대웅제약은 국내 굴지의 제약사임이 분명하다. 외형은 흠잡을데 없을 정도로 잘 가꾸어져 있다. 하지만 조직은 빈틈이 많아 보인다. 회사의 얼굴이라고 하는 IR, PR팀의 모습은 대웅제약의 바른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믿음은 거짓이 없는 곳에서 싹튼다’라는 속담이 있다. 거깃 있는 곳에서는 믿음이 생겨날 수 없다는 말이다. 거짓이 돼버린 이번 일을 계기삼아 대웅제약은 앞으로 더욱 진실되고 성실한 태도로 회사경영에 관한 투명한 모습들을 투자자들에게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무너진 신뢰에 대한 회복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대웅제약은 더 이상 시장의 투자자들을 ‘호갱’으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들의 의심과 분노는 언제든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직격탄을 날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desk@nspna.com, 박정섭 기자(NS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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