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은행권의 ‘이자장사’가 가로막히자 비이자이익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ELS(주가연계증권) 판매와 방카슈랑스 등 수수료 수익 활로 개척과 함께 알뜰폰, 외환사업 등 신사업을 확장하며 비이자이익을 낼 수 있는 길을 넓히는 중이다.
◆은행권 상반기 비이자이익 전년 대비 32% 증가
올 상반기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총 2조 64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19억원(32%)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비이자이익 증가율이 가장 컸다.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7406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거둬들였다. 전년 동기 대비 3160억원(74%) 늘어난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기업금융, 외국환, 자산관리 등 은행 핵심 사업역량의 상호 시너지 발휘를 통해 ▲투자금융 자산 확대 ▲트레이딩 실적 개선 ▲퇴직연금 적립금 금융권 최대 증가 ▲공모펀드 판매 점유율 은행 1위 달성 등으로 비이자이익을 견인했다.
신한은행은 67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1억원(65.7%) 증가했다. 펀드·방카·신탁수수료로 1702억원(+16.5%), 투자금융수수료로 1158억원(+69.6%)을 거뒀다. 우리은행은 6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0억원(7.8%) 늘었고 KB국민은행은 57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억원(1.9%) 증가했다.
◆이자장사 막히고 비용 부담 늘어…“새로운 돈줄 찾자”
이처럼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확대에 적극 나선 이유는 정부의 ‘이자장사’에 대한 압박과 함께 세제개편안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은행권을 향해 “손쉬운 이자놀이, 이자수익에 매달리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이후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권 협회장들과 만나 “그간 금융권이 부동산 금융과 담보·보증 대출에 의존하고 손쉬운 이자장사에 매달려왔다는 국민의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는 금융회사가 생산적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장애가 되는 법, 제도, 규제, 회계와 감독관행 등을 전먼적으로 재검토해 과감하게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선 ‘예대마진 확대’나 ‘가계대출 증가’라는 문장이 금기시됐다.
또 지난달 31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증권거래세율은 기존 0.15%에서 0.20%로 인상됐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도 종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됐다. 금융·보험사에 부과되는 교육세율도 1조원 초과 구간에 대해 기존 0.5%에서 1.0%로 두 배 뛰었다.
이처럼 대출이자에 대한 의존도도 낮추면서 세전 수익성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높아지자 은행권은 비이자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익원 발굴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고객 니즈 맞춰 신사업 발굴
은행권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미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선 외환사업을 확장한다.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회현동 소재 본점 딜링룸을 새롭게 단장했다. 글로벌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대형 금융 전광판과 티커보드를 설치했다. 또 지난해엔 외환 전자거래 플랫폼 ‘우리원FX’를 선보여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 환율로 외환 거래를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시장 리그테이블 결과 외환거래량 1위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외환에 힘입어 올 상반기 비이자이익이 시중은행 중 가장 컸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비대면 딜링룸, 비대면 외환플랫폼 고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은 직·간접적으로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알뜰폰을 시작했고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를 맺었다.
최근 SKT의 유심 해킹 사고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커지자 은행의 알뜰폰 서비스의 신뢰도가 떠올랐다. 또 일부 대리점의 ‘호갱(호구+고객)’을 피하기 위해 고객들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은행의 알뜰폰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은행 역시 1국민 1전화번호 시대에 금융과 통신을 융합해 고객 접점을 늘려 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같은 수요가 맞아떨어지자 은행권은 여러 이벤트와 함께 알뜰폰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의 경우 수익을 기대하기 보다 고객 창출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제 정착시켜 나가면서 비이자이익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것인데 현 정부에서 이자이익에 대한 경고를 했기 때문에 어떤 신사업이든 이자와 상관이 없다면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일단 길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알뜰폰 사업의 경우 초창기엔 직원들의 반대도 있었으나 비대면 사업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고객들의 수요도 늘고 있어 순항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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