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NSP통신) 강은태 기자 = 경희대학교 경희의과학연구원 멀티오믹스 연구소 소장인 김광표 경희대학교 교수가 국내 제약 바이오 사업체의 34%, 종사자의 34.5%가 몰려있는 경기도가 단백체·AI 융합 정밀 의료 플랫폼 구축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섰다.
이유는 암 연구와 진단 및 치료법 개발에 있어 필수적인 환자의 유전자와 단백질 정보가 국내에선 폐암, 대장암 등 주요 암에 집중돼 있어 전체 암 발생의 16%를 차지하는 희귀암에 대한 연구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한 상황인데 경기도에는 상당수의 제약 바이오 사업체와 종사자가 포진하고 있어 희귀암 정밀의료 빅데이터·AI 분석 기반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
이에 NSP통신은 최근 국회를 방문한 경희대학교 응용과학대학 응용화학과 김광표 교수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최근 글로벌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유전체·단백체 빅프로젝트 분야에 주목하는 이유와 왜 ‘희귀암’ 연구에 집중해야 하며 경기도가 앞장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총 2회에 걸처 자세히 들어봤다.
단백체·AI 융합 정밀 의료 플랫폼 구축을 경기도가 선도해야 하는 이유는
정밀 의료는 환자의 유전자와 단백질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는 미래 의료의 핵심이다. 특히 단백체 정보는 실제 세포 기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암 연구와 진단 및 치료법 개발에 있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국가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비롯한 국내외 대규모 코호트 연구는 폐암, 대장암 등 주요 암에 집중되어 있고, 전체 암 발생의 16%를 차지하는 희귀암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와 데이터 축적이 부족하다.
희귀암은 사회적으로 치료제 개발 요구가 크고, 규제 측면에서도 신속 심사 제도가 적용가능해 신약·진단 기술 상용화에 유리하다. 무엇보다 희귀암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법 부재와 오진으로 인해 수년간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아, 정밀 의료 기반의 진단·치료 전략 개발은 시급한 과제다.
희귀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경기도 차원에서 희귀암 정밀의료 빅데이터·AI 분석 기반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유전체와 단백체 데이터를 통합하고 AI 기반 융합분석을 통해 희귀암 환자 맞춤형 진단·예후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비롯해 새로운 신약 개발의 타겟 개발을 목표로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타겟 기반 치료법과 진단법을 발굴하고, 제약사 및 진단기업과의 기술이전, 나아가 관련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경희대를 비롯한 아주대, 국립암센터 연구자들은 국제 암단백체 컨소시엄(CPTAC, ICPC 등)을 통해 확보한 다민족·다종암 데이터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한국인 폐암 환자의 유전 단백체 데이터 자산을 갖고 있으며, 새로운 약물 타깃과 진단법을 개발해 왔다.
따라서 이제는 경기도의 AI 인프라와 도내 바이오 기업들의 협업 연구 모델을 통해 난치암에 대한 정밀한 진단과 신약 개발에 나서야 할 때입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중심의 협업 모델을 통해 경기도가 한국 바이오 산업의 중심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경기도에는 이미 강력한 기반이 존재한다. 판교·광교·용인의 바이오·제약 산업단지, 화성과 과천의 디지털 기업 인프라뿐 아니라, 도내 대학병원과 일산 국립암센터 등 3차 전문의료기관이 참여한다면 연구-임상-산업을 아우르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제 경기도가 국내 최초의 희귀암 정밀의료 특화 빅데이터·AI 플랫폼 구축을 제안하고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과 연계해 글로벌 정밀의료허브로 성장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는 환자에게는 조기·정확한 진단과 맞춤 치료를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기로들 바이오헬스 혁신의 중심지로 이끌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경기도가 주도하는 이 비전은 환자와 환자 가족의 복지와 신약 개발, 고용 창출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은 물론, 세계 희귀암 정밀의료 연구를 선도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유전체·단백체 빅프로젝트가 전세계에서 지금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미국 정밀의학 코호트 올 오브 어스(All of Us) 같은 국가 단위 유전체 사업뿐 아니라 대규모 단백체 프로젝트까지 본격화되고 있다. 왜 지금, 특히 단백체까지 포함하는 정밀 의료가 중요한지 큰 그림부터 설명하자면 정밀의료는 한마디로 ‘사람마다 왜 병이 다르게 오고, 왜 약이 다르게 듣는가’를 분자 수준에서 설명하려는 노력이다.
유전체는 생명체가 어떤 질병을 포함한 특성을 보이게 될지를 좌우하는 설계도라면 단백체는 실제로 세포 안에서 유전체가 지정하는 단백질들이 어떻게 작용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실행 결과다.
따라서 유전체와 단백체를 함께 보는 다층적 접근해야 암과 같은 복잡 질환의 원인, 진행, 치료 반응을 훨씬 더 정밀하게 설명할 수 있다.
영국 바이오뱅크의 경우 50만 명 규모의 유전체뿐 아니라, 혈중 단백질 수천 종을 측정하는 대규모 단백체 사업을 진행하며 질병 예측과 약물 타깃 발굴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울산에서 추진된 한국인 1만 명 게놈 정보(코리아10K) 사업을 통해 한국인의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하며 한국인 맞춤 유전체 지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인구 기반 유전체 인프라를 구축한 선례가 이미 있기 때문에 이제는 여기에 단백체와 AI를 결합해 다음 단계의 정밀 의료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왜 ‘희귀암’이고 왜 ‘경기도’여야 하는지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이나 기존 대형 코호트는 주로 일반 인구나 흔한 암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희귀암 정밀의료 플랫폼’을 경기도에서 시작해야 한다.
또 희귀암은 환자 수가 적어 제약사 입장에서는 시장성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정밀 의료 관점에서는 오히려 전략적인 출발점이다. 임상적 미충족 수요가 매우 크고, 규제 측면에서 신속 심사나 희귀 질환 특례가 적용돼 신약·진단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많은 희귀암은 상대적으로 소수의 핵심 분자 이상이 병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유전체와 RNA에 대한 롱리드 시퀀싱, 그리고 이에 기반한 단백체를 통합 분석하면 곧바로 표적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코호트 설계 철학이다. 울산 한국인 유전체 사업과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KoGES)는 일반인 기반 코호트로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과 만성질환 위험요인을 밝히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후발로 설계하는 경기도형 프로젝트는 이 인프라와 경험을 계승하되 대상자를 ‘일반인’에만 한정하지 않고 희귀암 환자, 그 가족, 그리고 고위험 전구병변 환자를 포함하는 질병·가족 중심 코호트로 설계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질병 발생 전-진단-치료-재발·완치까지 전 주기를 분자 수준에서 추적할 수 있어 질병 기전과 표적 치료 개발에 훨씬 직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경기도는 이를 실행할 인프라가 이미 잘 갖춰져 있다. 판교·광교·용인의 바이오·IT 클러스터, 화성과 과천의 디지털 기업, 일산 국립암센터와 도내 대학병원 네트워크가 한 생활권 안에 모여 있어 연구-임상-산업이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프로젝트를 설계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최근 도입되고 있는 롱리드 시퀀싱, 고감도 항체 기반 멀티플렉스 단백체 플랫폼 등 신기술을 결합하면 과거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더 풍부한 다중오믹스 데이터를 생산하는 ‘후발 과제의 장점’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