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인하함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가계대출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한달새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부동산가격이 쉽게 잡히지 않아 연내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7~18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은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5.25~5.50%에서 4.75~5.00%로 0.5%p 인하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 이뤄졌다. 이에 따라 한미금리차는 기존 2%p에서 1.5%p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한은 역시 오는 10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19일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미국 통화정책의 피봇이 시작돼 외환시장의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며 향후 국내 경기·물가 및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점진적 금리 인하 및 경기 연착륙 전망을 감안할 때 한은은 올해 1회, 내년 2회 수준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속된 내수부진 요인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이 추지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11월로 미루기보다는 10월에 단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한은 금리인하 압박…관건은 가계부채·집값
문제는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와 수도권 집값이다. 지난 8월 은행 가계대출은 역대 최대 폭인 8조 2000억원 증가했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이달 들어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은행권은 이 원인을 정부의 DSR규제가 아닌, 은행권의 대출 금리 인상 영향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8월과 9월 사이 은행 주담대가 소폭 감소했지만 이는 은행권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규제로 주담대가 잡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말 은행에서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대출이 0.47%로 전월 대비 0.05%p 상승했다. 지난 5월 0.58%에서 6월 0.46%로 하락한 뒤 한달 만에 상승 전환한 것.
신규연체 발생액은 2조 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000억원 증가했으며 신규연체율(7월중 신규연체 발생액/6월말 대출잔액)은 0.12%로 전월 대비 0.02%p 상승했다. 부문별로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전월 대비 0.07%p 상승한 0.53%로 나타났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2%p 상승한 0.38%로 집계됐다. 그중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5%,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연체율은 0.76%로 각각 0.01%p, 0.05%p 상승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규연체율이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집값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83% 상승해 2019년 12월 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수도권 역시 0.53% 올라 전월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에서 금융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던 가계대출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이 10월 인하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9월 이후 수도권 부동산 시장 상승세 및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양상을 보여 10월 금통위 전까지 금융 불안 요인이 둔화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대출 규제 정책의 효과를 두고 볼 필요가 있으며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강한 경계심을 고려할 때 가계대출 폭증세 제어를 확인하기 전까지 인하의 속도는 느리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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