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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영화속 한 글자 속 “헐” 등의 의미 공개

NSP통신, 김소연 기자, 2012-05-18 15:35 KRD7
#은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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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NSP통신] 김소연 기자 = 인간의 욕망과 질투, 사랑 등 솔직한 감정을 함축적으로 그려내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고루 지지를 받고 있는 영화 은교가 영화 속 한 글자 속에 숨은 깊은 의미를 공개한다.

쭈그리고 앉아 걸레질을 하는 은교에게 조용히 스팀청소기를 내미는 이적요. 이때 은교의 입에서는 요즘 아이들이 황당하거나 새로울 때 쓰는 말인 “헐!”이 나온다.

‘헐’의 뜻을 감사 인사라고 대충 얼버무린 은교의 말을 철썩 같이 믿은 이적요는 은교와 카페를 찾았을 때 야심 차게 “헐”이라며 종업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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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헐’이라는 말의 본뜻을 알게 된 이적요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뜻의 불교용어인 “할!”을 크게 외친다. 그리곤 제자가 스승을 시험하려 들 때 꾸짖는 ‘할’이라며 말장난을 주고 받는다.

‘헐’과 ‘할’은 일흔의 노시인 이적요와 열일곱 은교 사이의 세대차이를 나타내면서도 두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라고 볼 수 있어 그 의미가 매우 크며, 관객들에게는 웃음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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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시인 이적요에게 시적 감수성을 묻는 당찬 20대 제자 서지우. 둘의 첫 만남에 등장하는 ‘별’은 프랑스 시인 자크 오디베르티의 시의 제목이면서 서지우가 절대 가질 수 없는 감수성을 표현한 소재이기도 하다.

‘별’이 똑같은 ‘별’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데 십 년이 걸렸다는 서지우. 반면 짧은 시간 동안 이적요와 문학적 소통을 나누며 급속도로 가까워진 은교는 서지우에게 질투와 열등감을 불러일으키고, 세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갈등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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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에 대한 감정을 억눌러오던 이적요가 자신의 감정을 처음으로 과감히 드러낸 장소가 있다.

바로 ‘산’이다.

서지우의 장난에 은교의 손거울이 벼랑 끝으로 떨어지자, 이적요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맨손으로 절벽 아래로 내려간다. 신라 향가 ‘헌화가’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사물에 대한 서지우와 이적요의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승과 저승만큼’ 다른 사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서지우는 그깟 거울이 뭐가 대수냐며 은교를 다그치는 반면, 이적요는 몸을 던져 은교의 소중한 물건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은교는 이적요에게 마음을 열고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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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매한 시인 이적요가 아끼는 아이템인 ‘차’는 영화 속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강렬한 빨간색으로 도색한 외형과 험준한 산길도 거침없이 달리는 모습은 노시인 이적요 안에서 여전히 숨쉬고 있는 젊음의 기운을 보여준다.

그러나, 서지우와 은교의 정사를 목격한 이적요는 순간적인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차’를 이용해 애제자 서지우에게 해를 입히려 한다.

자신이 가장 아끼고 잘 다루던 사물로 제자를 벌한 이적요는 더욱 깊은 죄책감과 상실감에 빠져 자신을 외부와 단절시키고 소설 ‘은교’의 원고를 불태우는 등 스스로에게 징벌을 내린다.

그리고 급격히 노쇠해진다. 결국 이적요에게 젊음의 기쁨을 주던 ‘차’는 결국 제자에게 끔찍한 징벌을 가하는 도구가 되어 이적요 역시 고통으로 이끄는 것이다.

섬세한 감정연출과 인물들의 내면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대사들로 주목 받고 있는 영화 은교는 현재 절찬 상영 중이며, 영화 속 대사들과 소품들에 얽힌 숨은 의미들을 공개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김소연 NSP통신 기자, goodjob@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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