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DIP통신] 서재탁 기자 = ‘승마(乘馬)’하면 아직도 ‘귀족 스포츠’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 지난 2009년말, 승마인구가 이미 5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08년 3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해 사이 무려 40%나 증가한 수치다.
등록 승마장과 비등록 승마장을 모두 포함한 전국의 사설 승마장 개수도 200개가 넘었다. 이는 승마 산업이 도입기와 과도기를 지나 이미 발전기에 진입했음을 반증한다. 대한승마협회는 여가생활에 대한 시대적 변화와 국민소득 증대 등의 사회적 추세를 감안했을 때, 승마 산업이 향후 매년 20%씩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5년께에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승마장도 등장한다. 보이차 유통 및 부동산 개발 분야에서 내공이 깊은 중견기업 다함께랜드(회장 김동열)가 최근 ‘철원랜드 승마클럽(가칭)’ 사업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의 1350여 만㎡(412만 평) 부지에 실내 승마장, 클럽하우스, 실외 승마장, 승마 체험코스, 마방(馬房) 등을 고루 갖춘 대규모 승마클럽을 조성한다는 포부다.
◇철원랜드, 국내 최대 승마장 추진
‘철원랜드 승마클럽’ 사업은 올 5월 행정관청의 인허가 신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이어 10월에 클럽하우스와 실내승마장 설계 작업을 거쳐 올해 12월경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실내승마장은 2013년 5월에 설치를 완료하고, 2014년에 실외승마장 시공을 거쳐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클럽은 우선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실내승마장은 약 9만9,000㎡(3만평), 실내 소마장을 포함한 클럽하우스는 약 9,900㎡(3,000평), 마방은 약 2만3,100㎡(7,000평)에 달한다. 여기에 실외승마장은 약 330만㎡(100만 평)에 이르며, 승마체험 코스의 길이는 넓이 4m에 약 30km 길이로 조성될 예정이다. 말은 경기에 투입될 수 있는 승용마 100필을 포함해 약 1,000필을 갖출 계획이다. 건축비와 말 장비구입비 등 예상 투자비만 약 775억여원이 들어가는 그야말로 초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철원랜드 승마클럽’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규모만이 전부가 아니다. 승마의 대중화와 산업 육성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도 계획하고 있다.
승마 아카데미는 승마 지도자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기획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커리큘럼을 도입해 전문적이고 우수한 지도자를 양성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승마 아카데미가 기존의 승마 마니아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도 올바른 승마 문화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말과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어린이 승마체험과 더불어 청소년 대상의 대학 진학반을 운영하고, 승마를 재활치료의 도구로 이용할 수 있는 전문 재활 승마 치료센터도 건립할 예정이다. 외승 코스는 국도변에 설치해서 자동차 안에서 달리는 말을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풍경도 연출할 계획이다.
타깃 층을 세분화한 전문클럽도 활성화한다. 우선 각 대학의 사회교육원과 연계해 CEO를 위한 클럽을 개설하고 승마가 골프의 뒤를 잇는 새로운 비즈니스 매개가 되도록 장려할 예정이다. 또 문화센터나 부녀회 등의 여성단체를 대상으로 여성문화클럽도 만든다. 승마가 여성들의 다이어트와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높다는 것을 간파한 기획이다. 여기에 누구나 쉽게 승마를 즐길 수 있도록 일일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한 체험 스포츠클럽을 개설할 예정이다. 승마의 대중화를 위해 승마 잡지 창간과 인터넷 TV 개설을 통한 홍보도 계획하고 있다.
◇철원, 레저 혁신도시로 탈바꿈
‘철원랜드 승마클럽’은 국내 처음으로 승마회원권을 분양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골프회원권처럼 VIP, 골드, 스페셜 등으로 등급을 나누고 차등적으로 가입비를 받는다. 회원 특전으로는 특별 레슨, 개인 락커 사용, 비즈니스룸 사용, 야간 승마 이용, 플래티늄 카드 발급 등 다양한 혜택을 마련할 계획이다.
‘철원랜드 승마클럽’은 철원을 무대로 한 정부의 ‘관광레저 혁신도시’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정부는 군사작전지역으로 분류돼 개발이 허용되지 않던 철원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개발키로 결정하고,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금남면 마현리 일대에 ‘철원랜드’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철원에는 앞으로 미국의 디즈니랜드와 같은 대형 놀이시설에 스키장을 접목한 레저사업과 국제적 골프시설, 골프스쿨, 영화촬영장 등이 순차적으로 건립된다.
다함께랜드가 추진하는 승마클럽도 여기에 포함된다. 6ㆍ25전쟁의 격전지로서 비극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아픔의 땅, 철원을 레저스포츠의 혁신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철원의 광활한 대지와 높은 산간을 십분 활용하면 4.5km의 슬로프 길이를 갖춘 스키장과 72홀 규모의 골프장 시설, 그리고 고지대 경주가 가능한 승마시설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모든 레저시설의 규모를 합하면 약 3636만3580㎡(1100만 평)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철원랜드’라는 명칭을 붙인 이유가 쉽게 짐작 가는 부분이다.
◇유통·부동산개발기업 ‘다함께랜드’
김동열 회장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우리나라에서 휴전선 철책을 품에 안은 철원은 분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라며 “대규모의 레저시설을 조성해 관광 상품으로 만듦으로써 이곳이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평화의 땅’이 될 수 있음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함께랜드는 25년 전 보이차(茶) 유통기업 및 부동산 개발 전문기업으로 설립됐다. 보이차는 베트남의 특산품으로 녹차의 한 종류다. 찻잎에 수분을 더해 부드럽게 만든 후 발효시켜 압착한 것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지방을 분해하는 건강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천연 발효로 숙성시킨 명품 보이차 제품을 조합원의 방문판매 형식으로 유통하면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보이차 제조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며, 2012년 50개 지사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철원랜드 개발사업체와 비영리 자동차협회를 산하에 두고 레저기업으로서 ‘제2의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이차 유통사업을 기반으로 향후 철원 관광도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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