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DIP통신] 안은용 프리랜서기자 = 제일교포 2세 여성감독인 양영희의 두번째 작품인 ‘굿바이, 평양’은 2006년 그녀의 첫번째 작품 디어평양에 이어서 다시 한번 북송 재일동포들의 애환과 아픔을 그렸다.
양영희 감독의 가족은 제일교포인 아버지와 어머니 일본의 민족차별을 피해 북한의 평양으로 이주한 두 오빠와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 매번 만경봉호를 타고 평양을 방문하면서 카메라로 기록을 남기는데 영화는 평양의 가족들과 일본의 가족들이 만나고 즐거운 한때를 보여주는 것에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고통을 겪어 왔던 제일동포들의 아픈 사연과 평범한 한 가족이 감당해야 했던 이별의 회한 그리고 분열된 가족의 모습은 매 장면마다 아프게 다가온다.
지상낙원의 꿈을 꾸며 평양으로 향했던 두 아들의 비극과 그들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생활비와 생필품을 원조해야 하는 부모의 아픔 그리고 그들과 어린 선화를 바라보는 감독의 측은한 시선이 영화전체에 지배적인 분위기 이지만 이를 너무 슬프지 않고 담담하게 바라보는 것이 미덕이기도 하다.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평양사람들의 모습은 조금은 남루할 지라도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이들과 그리 다르지않은 그곳도 결국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그들의 현실이 더욱 가슴아프고 양영희 감독의 가족들의 아픔이 더 진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의 조카인 선화의 해맑은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고 있으면 밝은 가족들의 표정뒤에 숨은 어두운면이 오히려 부각되면서 근원적인 슬픔이 느껴진다.
담담하게 가족들의 만남과 일상을 그리던 영화는 후반부 북한정부의 일본인 납치사건 이후 평양방문이 중단되고 아버지와 큰 오빠의 죽음으로 이어지면서 한 집안의 비극적인 역사가 파국을 맞이하는데 어린시절 자이니치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자랐던 감독은 이 작품에서 어린 선화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돌아보게 된다.
1995년부터 촬영된 이 기록은 어린조카의 성장과 함께 했고 그 주변의 가족들의 모습을 함께 영상으로 담으면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의 무게에 슬픈 눈물자국을 남기듯이 마무리된다.
영화공개 이후 양영희감독은 북한으로 들어갈 수 없는 몸이 돼 버렸고 그의 어린조카 선화는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도 그의 가족사도 그들만의 아픔이 아닌 우리의 슬픔으로 남는다.
영화상영 후 양영희감독이 예정에도 없었던 무대인사를 했는데 2006년 영화 디어평양 공개 이후로 북한으로 부터 입국금지를 당했다.
이로인해 양영희 감독은 평양의 가족들을 만나지도 못해 그들의 생사도 확인 할 수 없었던 아픔이 있었지만 누구 보다도 사랑하는 조카 선화를 위해서라도 영화를 공개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 영화로 인해 북한정부 당국이 선화의 가족들을 해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이야기를 전했다.
분단의 아픔과 개인의 슬픈 가족사를 이야기하는 굿바이 ,평양은 3월3일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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