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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볼까

1박2일의 포항여행, 호미곶과 구룡포

NSP통신, 염공료 프리랜서기자, 2015-09-13 06:00 KRD3
#호미곶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등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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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NSP통신) 염공료 프리랜서기자 = 20년 전 눈보라가 치던 날 포항의 호미곶을 왔었다.

가족이 여행 중에 남편의 친구가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었기에 들렸었다. 지금은 기억마저 희미해져 해안도로에서 바람에 불어오는 눈을 맞으며 걸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다시 포항 호미곶을 찾게 된 것은 조카가 해군에 입대하면서 포항으로 자대배치를 받아 첫 면회를 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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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동차로 5시간을 달려 도착한 호미곶은 기억 속의 호미곶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바다에만 있었던 손모양의 동상은 넓은광장에 일직선으로 또 하나의 모양이 마주 하고 있다.

상생의 손이 만들어진 것은 1999년이었으니 우리가 이곳을 다녀간 뒤에 세워진 것이다. 서로 돕는 상생의 손은 마치 하늘을 받치고 있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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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광장을 지나 바다로 내려오니 해맞이를 하는 상생의 손이 보인다.

해맞이의 명소로 알려져 있기에 다음 날 일출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날씨가 흐려 회색빛 하늘이 되어 있으니 일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손가락 끝에 갈매기 다섯 마리가 앉아 있다. 갈매기들은 손톱을 의미하며 갈매기가 손바닥 안쪽 향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면 행운이 온다고 누군가 옆에서 설명을 한다.

자세히 보니 갈매는 모두 한쪽 방향으로 가만히 앉아 있으니 내일 일출을 보지 못해도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가 생긴다.

포항의 바닷바람에 구리 빛으로 바뀐 피부에 건장한 청년이 된 조카는 그동안 믿음직한 군인이 되어 있었다. 선임들이 잘 보살펴주는 덕분에 군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조카의 말이 다른 어떤 행운보다 더 좋은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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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 입구에는 등대박물관이 있는데 실내전시장과 함께 야외에도 여러 가지 등대모양이 전시되어 있다.

각 지역에서 사용했던 등대의 모양과 영일만 일대의 모형이 잘 조성되어 있어 아이들의 학습장으로도 인기가 있는 곳이다. “등대 박물관이다! 가보자”했더니 20년 전 등대박물관에 들어가 관람했었다고 남편은 말한다.

많이 변한 모습에 잠시 잊고 있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주변에는 새천년기념관과 이곳 등대박물관, 해안누리길등 계절에 따라 볼만한 곳이 많다. 새천년기념관 광장의 한쪽 정자에서 형님 가족과 우리가족은 집에서 만들어온 음식을 먹으며 조카의 군생활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어떤 것을 보는 것보다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좋은 시간은 우리에게 어떤 특별한 관람을 하는 것 보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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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박이 아닌 외출을 나온 조카는 늦은 시간 부대로 복귀를 하고 우리는 다음날 구룡포의 근대역사문화거리 탐방을 나섰다. 구룡포항 옆에 옛 모습 그대로 조성되어 있는 거리는 일제시대에 일본인 어부들의 거주지였다.

좁은 골목으로 조성된 거리는 약 200m정도이지만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적산가옥이 붙어 있어 일본가옥의 특성을 잘 살펴볼 수 있다.

일본가옥이라 하지만 어렸을 때 우리가 살았던 모습이라 일본식 건물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모습들이다. 또한 우리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라 그저 보고 스쳐지나 치는 곳이 아닌 역사를 되돌아보는 곳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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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은 옛 추억을 살리는 구멍가게가 있고 먹거리들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일본의 건축양식과 생활문화를 볼 수 있는 구룡포 근대역사관이 있어 볼만하다. 구룡포 항구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물건을 모아들여 일본으로 반출하기에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 많은 수탈의 장소가 되었던 곳이다.

계단 옆에는 120개의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신사를 지을 때 공헌하거나 구룡포항 조성에 기여한 일본인 이주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일본이 패망하고 돌아가자 주민들이 시멘트를 발라 이름을 지우고 방치되어 있었다. 이를 순숙선열 및 호국영령의 위패를 모시는 충혼각을 세울 때 도움을 준 공헌자들이 이름을 뒤편에 새겨 계단 옆에 세워두었다.

돌계단을 다 올라 숨을 몰아쉬고 뒤돌아보는 순간 시원하게 펼쳐진 항구의 멋진 모습에 또한번 숨을 몰아쉬게 된다. 구룡포의 변천사 사진과 충혼각, 신사를 짓는데 공헌 일본인들이 공덕비, 선원의 안녕을 비는 용왕탑, 9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포구를 상징하는 용의 승천 조각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정자에 앉아 더위를 식히는 마을 어르신 옆에 앉았다. “어디서 왔누?” “서울에서요. 자동차를 타고 오니 정말 머네요!”했더니 “멀지, 그래서 여기서도 서울에 가는 거 엄두도 못냈어, 지금은 기차(KTX)를 타면 좀 빨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멀어.”하신다.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이곳에서 가족과 멀리 떨어져 근무하는 조카가 무사히 군생활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9개의 용에게 빌어본다.

NSP통신/NSP TV 염공료 프리랜서기자, ygr632@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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