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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선 칼럼

심각한 도덕 불감증, 해법은 '노블리스 오블리제'

NSP통신, 박광선 기자, 2014-04-03 15:34 KR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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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NSP통신 박광선 기자) =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은 그 ‘명예(Noblesse)’만큼 ‘의무(Oblige)’를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특권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고, 고귀한 신분일수록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잘 알다시피 어떤 조직이건 직책이나 직급이 높아지면 그만큼 영향력이 커진다. 정부부처의 장이나 기업의 오너는 더욱 그렇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처럼 그들이 가진 힘을 잘못 휘두르게 되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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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선 NSP뉴스통신 편집국장

우리가 초기 로마시대 왕과 그 기족이 보여준 공공정신에서 시작됐다고 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야말로 국민정신을 결집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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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또 있다.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을 만들기 위해서다. 경제규모가 늘어나면서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은 커지고 있지만 그에 준하는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는 기업인은 드물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앤드류 카네기, 록펠러, 포드,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 수많은 부자들이 사업을 통해 쌓아온 부의 사회환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의 솔선수범이 미국 부유층을 움직여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을 대표하는 부자인 워렌 버핏은 재산의 절반인 375억 달러를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으며, 빌게이츠도 재산의 대부분을 자신의 재단에 기부했다. 미국의 부자가 존경받는 이유다. 집중된 권력과 부를 사회에 분산시키고 환원함으로서 사회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적극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들 못지않게 사회적 책임에 앞장 선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 사례가 300여 년 동안 부와 명성을 유지한 경주 최부잣집이다.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마라. 사방 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말라”. 부자로서 존경 받아온 최부잣집 가훈이다.

또 1939년 한국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한 유한양행 창립자인 유일한 박사도 손꼽히는 경영인이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라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힌 그의 정신은 모든 기업인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눈길을 끌었다. 모범택시를 운전하던 모씨가 신라호텔 현관 회전문을 들이 받아 5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혔으나 낡은 반지하 빌라에 홀로 거주하는 택시기사의 어려운 집안 형편을 감안해 보상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또 연예인 차인표 신애라 부부, 션 정혜영 부부, 피겨여왕 김연아 등도 기부를 통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사람보다 가진 힘을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자녀 병역을 면제 받기 위해 원정 출산에 나서는 사람, 병역기피를 당연시하는 사람, 고위 공직자의 위장 전입, 자녀를 특채시키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사람, 스폰서 검사, 교수 채용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는 심사위원 등이 이들이다.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을 비리 공화국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힘을 악용해 저지른 이들의 비리가 자신이 속한 기업은 물론 국가의 근간을 흔들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발생한 롯데홈쇼핑 사건이 이를 반증한다. 그가 속한 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는 등 썩은 밑동 하나가 나무 전체를 흔들었다. 실제로 롯데홈쇼핑에서 불거진 비리 횡령 의혹으로 인해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던 차세대 CEO가 낙마 위기를 맞는 등 순항하던 유통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이처럼 사회지도층의 도덕적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이 그만큼 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에 나선 모든 천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kspark@nspna.com, 박광선 기자(NS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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