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도남선 기자 = 송전탑 공사재개로 밀양이 둘로 나뉘었고, 여론조사 결과도 둘로 나뉘었습니다. 리얼미터는 그 중 하나의 여론조사를 맡아 수행한 조사기관으로서, 두 갈래로 나뉜 여론조사에 대해 언론과 국민 여러분들에게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송전탑 여론조사 결과 ‘제각각’ 이라는 기사들이 보도된 경위는, i) 리얼미터가 한국전력(015760)의 의뢰로 전국민과 밀양시민을 대상으로 각 1000 명 조사를 한 결과와 ii) 리서치뷰가 환경운동연합 등의 의뢰로 전국민 1000 명 조사를 한 결과가 상반된 것으로 소개됐기 때문입니다.
리서치뷰의 여론조사 결과(2013.10.8.), “송전탑 반대 '일리 있다' 66.1%”라는 보도가 나간 이후, “국민 66%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에 공감” 등으로 기사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그보다 앞서 실시(2013.10.3.)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공사재개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59.6%”라는 결과와 상반된 것으로 보도됐고, 그것이 국민들을 헷갈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럼 리서치뷰 여론조사의 문항 설계부터 먼저 살펴볼까요? 인터넷에 공개된 리서치뷰의 조사를 보면 총 9개의 질문이 있고, 송전탑 반대와 관련한 문항은 4번째 문항으로 돼 있습니다.
리서치뷰 조사를 인용보도한 대부분의 보도에서 헤드라인은 [질문4]의 결과였지만 이에 앞서, [질문1~3] 문항의 경우에는 송전탑과 관련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게 하는 문항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었습니다. “자택 근처에 초고압 송전탑”, “전자파, 암” 등의 언급을 하고, 이에 대한 우려가 “일리 있는 우려”인지 [질문 4]에서 물어본 것입니다.
아울러 “일리 있는 우려”라는 응답이 송전탑 공사재개 반대의 의미가 아닐진대, 결국 이후 보도에서는 사실상 ‘반대’의 의미로 해석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반대로 이렇게 질문을 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요?
실제 리얼미터 전국 일간조사 때 위의 질문으로 한 문항 여론조사를 해보니, 한전의 전력난 우려는 일리있는 우려가 10명 6명꼴(57%)로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항 앞에 전력난 사례에 대한 설명이 없었는데도 말이죠. 물론 이러한 결과를 송전탑 공사재개 찬성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한전에서 의뢰한 리얼미터의 설문 내용은 어땠을까요? 리얼미터의 조사 문항은 찬반을 묻는 질문 앞에 그 어떠한 설명도 없이 바로 첫 번째 질문으로 송전탑 공사재개 찬반을 물었습니다..
리얼미터 입장에서는 한전의 의뢰를 받으면서, 초안에는 보다 한전 입장을 설명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져 있었으나, 가급적 찬성과 반대를 수식하는 설명을 달지 않거나 최소화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설계를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표현의 경우에는 의뢰사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요.
그간 한전 측은 비보도용으로 비슷한 구조로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수차례 의뢰해왔고, 조사의 취지는 밀양 시민들의 반대 의견이 어느 정도 줄어들고 있는지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때문에 이번에도 공사재개와 동시에 민심 동향을 시계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조사로 인식하고 조사를 의뢰받았으며, 위 정도의 문항이라면 객관성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조사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일부 지역 신문과 진보성향의 인터넷 매체 등이 한전-리얼미터 조사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조사가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환경운동연합-리서치뷰 조사에 대해서는 별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과연 두 개의 조사결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해, 상반된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할 수 있는 걸까요? 그리고 한전-리얼미터조사가 환경운동연합-리서치뷰 조사에 비해 편파적인 조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결론입니다. 필자는 송전탑 문제를 여론전으로 확대해 의사결정의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것에 반대하며,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반대의 의견을 피력하는 시민들을 계속 설득하고 대화해서 서로간의 올바른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얼미터에 의뢰한 한전에서도 보다 더 반대 여론에 귀 기울이기를 건의 드리며, 반대 진영에 있는 환경 단체나 시민들도 여론을 힘입어 공사가 중단되기를 바란다면 그에 적합한 조사방법을 채택하기를 부탁드립니다. 서로 간에 지금과 같은 공개적이고 계량화된 여론전 보다는 보다 심도있고 심층적인 조사, 대화를 통해 해결책이 모색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밀양 송전탑반대대책위가 정부와 한국전력에 TV 공개토론을 제안한 만큼, 양측은 충분한 준비를 거쳐 토론에 임하고, 그 이후 공론조사나 전문가 조사 등을 통해 해결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음은 필자가 생각하는 여론조사에 대한 단상입니다.
NSP통신에 칼럼을 기고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현재 한국정치조사협회 상임이사,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 석사.
본 기고/칼럼은 뉴스통신사 NSP통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저작권자ⓒ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