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NSP통신] 최상훈 기자 = 최근 정부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분야 진출에 대해 강력 제재를 선언하며 중소기업 보호에 나선가운데 부산의 한 공기업이 정부 공식행사 지원을 위해 민간업자에게 투자토록 정부와 지자체가 권유한 적자 사업에 뒤늦게 사업 경쟁자로 뛰어들어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사업은 부산 해운대 동백섬앞 관광유람선 사업으로 전시컨벤션 공기업인 부산 벡스코가 요트컨벤션 사업을 하겠다며 23년간 ‘부산해상관광개발’이 운영해 온 선착장 운영권 입찰에 뛰어든 것이다.
이 선착장은 88올림픽때 올림픽조직위와 부산시가 미포-오륙도간 유람선 사업을 하고 있던 부산해상관광개발에 투자하도록 권유, ‘부산해상관광개발’이 6억여 원이라는 당시로서는 거액을 투입해 건립한 ‘공식 요트경기관람선’ 지정 접안시설로 이용됐었다.
부산해상관광개발은 당시 올림픽 요트경기 공식 관람선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동백 88호와 89호를 진수했으며 이 유람선들은 이후 미포와 오륙도 관광유람선으로 교체돼 어려운 경영환경속에도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해운대 관광특구의 유일한 해상관광시설로서의 구실을 톡톡히 해왔다.
부산해상관광개발은 이후 92년과 2005년 88올림픽때와 같이 두 차례에 걸쳐 증선을 한다.
92년에는 부산시의 권유로 20억 원을 들여 ‘바다버스’를 띄웠으며 APEC이 개최된 2005년에는 시와 협의해 30억원을 들여 현재의 ‘티파니21’을 진수한 것이다.
척박한 부산 관광의 현실속에서 나름대로 해상 관광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지역 기업으로서의 노력이었다.
그러나 매년 2억여원씩 회사에 적자를 안기던 ‘바다버스’ 사업은 지난해 연말을 계기로 눈물을 머금고 폐기해야 했고 그나마 ‘티파니21’ 사업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미포 동백섬간 유람선 사업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흑자로 적자를 메워 나오며 간신히 사업을 영위해왔다.
선친때부터 33년여 동안 2대에 걸쳐 한눈을 팔지 않고 엄청난 사비를 털어 부산 해상관광을 짊어지고 온 ‘김해룡 사장’.
이런 김 사장에게 뒤늦게 부산시 공기업인 벡스코가 선착장 사용권 입찰에 나서면서 갑자기 떠밀려 나갈 지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문제는이같이 정부와 지자체의 필요에 의해 민간사업자에게 투자토록 권유해 20년이 넘도록 우영하면서 한해 1~2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유람선 사업에 공기업인 벡스코가 뛰어들어 입찰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부산해상관광개발이 여론으로부터 마치 수십년간 특혜를 받아 온 ‘악덕기업’으로 매도되고 있다는 데 있다.
‘해운대 유람선 사업, 공기업이 뛰어드는 것이 맞는가’
‘특혜 악덕기업’으로 몰린 부산해상관광개발의 김해룡(55) 대표를 만나 진솔한 그의 입장을 들어봤다.
그는 “나라가 필요해서 투자토록 해놓고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사업에 뒤늦게 공기업이 뛰어들어 휘저으면 이제 앞으로 어느 기업이 정부에서 권유하는 사업에 투자를 하겠습니까”로 말문을 열었다.
“피를 토하고 죽을 일입니다” 선친으로부터 가업으로 물려받아 부산 해운대에서 유람선 사업을 해 오면서 모든 협조를 아끼지 않아왔던 김 사장이 언론에 처음 어렵게 꺼낸 말이다.
“얼마전 수십년동안 엄청난 특혜를 받아 온 악덕업자로 제가 매도당한 동백섬 건너편 선착장유람선사업(티파니21)은 해마다 2억원씩 적자가 나고 있습니다. 이 선착장을 짓고 여기서 운영할 배를 건조하는데만 해도 수십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서두부터 그는 울컥하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관련법에 의해 국가가 책정해 놓은 임대료를 단 한번도 밀려 본 일도 없고 그동안 아무도 하려는 사람이 없어 당연히 저희 회사가 엄청난 투자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선친이 물려준 가업으로 알고 묵묵히 부산의 해상관광을 짊어지고 왔는데 느닷없이 공기업이 뛰어들어 특혜 악덕업자가 됐습니다”
잠깐 창밖을 바라보며 감정을 추스린 김 사장은 작심한 듯 “시에서 투자하라고 사업을 권유해 놓고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기업 사업에 공기업이 뒤늦게 뛰어들어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하겠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됩니까. 더군다나 우리가 벌린 사업들은 88 올림픽과 2005년 APEC때 부산시와 조직위가 ‘공식 관람선’이 필요하다며 권유해 시작한 사업입니다”라고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저희 회사에 대통령 표창, 부산시장 표창 등 수많은 상을 줄때는 언제고 융자받고 가산까지 탕진해 선착창과 배를 짓고 지금까지 24년여동안 80억원이상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다른 계열 사업에서 번 돈을 몽땅 쓸어 넣어가며 죽기 살기로 회사를 운영해 온 제가 왜 갑자기 ‘특혜 악덕사업자’로 호도돼야 합니까” 김사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당시 “선착장 건설비로 6억 원, 티파니 21 배 건조비로 30억 원, 바다버스 건조비로 20억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해에 수억씩 적자를 내다 바다버스 사업은 지난해 눈물속에 폐기해야 했습니다. 이런 저희가 악덕기업입니까 무슨 특혜를 봤다는 것입니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림픽 당시 유럽과 아랍권 왕자들이 저희 배를 타고 올림픽의 깊은 인상을 안고 떠났다. 제대로 된 관광시설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부산의 척박한 현실을 감안해 나중 이윤이 남던 남지 않던 앞뒤 생각하지 않고 벌린 사업들이었다’고 회상했다.
부산해상관광개발의 배에서나마 요트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해 나라와 지자체의 체면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서둘러 탄생시킨 것이 현재 문제가 된 선착장이었던 것.
김 사장은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사업을 아시안게임 88올림픽 APEC 등 나라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부산시가 부탁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바다버스 사업은 지난 92년 부산시의 권고로 20여억 원 들여 200톤급 2척을 진수, 지난해 12월까지 18년간 바다버스를 운영하면서 매년 2억원씩의 적자를 내다 급기야 지난해 말 폐기할 수 밖에 없는 고전을 겪는 상황이 돼 버렸다.
그 와중에 또다시 공기업인 벡스코가 ‘티파니21’ 유람선 사업에 까지 경쟁상대로 뛰어 들어 부산해상관광개발이 악덕기업으로 와전되면서 손님들 발길이 끊기는 현상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이 악화로 치닫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기업과 공기업, 정부와 기업간에는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공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되씹게 하는 부분이다.
김 사장은 ‘벡스코가 겨우 40여명 타는 요트로 무슨 요트컨벤션을 하겠다는 것인가’ 의문을 갖고 있다.
인터뷰내내 김 사장이 곱씹은 것은 너무나도 명료했다.
“2백명이 탈 수 있는 민간 유람선이 수십년동안 고생고생하며 사업을 영위해 오며 열심히 영업을 하고 있는데 왜 공기업이 민간 적자분야에 까지 진출하려 난리를 치는 겁니까. 최근 정부까지 나서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진출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나선 판에 공기업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손잡고 부산의 해상관광발전을 위해 함께 할 수는 없는 건가요”
최상훈 NSP통신 기자, captaincsh@nspna.com
<저작권자ⓒ 국내유일의 경제중심 종합뉴스통신사 NSP통신.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