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도남선 기자) = [한국갤럽]
현재 진행 중인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의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선수가 금메달(1000m)과 동메달(1500m)을 획득했는데, 이 ‘빅토르 안’은 과거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이던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명이다.
이번 올림픽에서의 두드러진 활약으로 안 선수의 러시아 귀화 사연에 다시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개인의 국제 교류와 이동이 많아짐에 따라 점차 귀화한 선수가 국가 대표로 나서는 일이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 변화도 관심 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갤럽이 작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로 안 선수의 러시아 귀화와 메달 획득에 대해 우리 국민은 어떻게 보는지 알아봤다.
◆ 안현수 선수의 금메달 획득, ‘나에게 기쁜 일’ 70% > ‘기쁘지 않은 일’ 22%
한국갤럽이 2월 17일과 18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611명에게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의 금메달 획득이 기쁜 일인가 물은 결과, 우리 국민의 70%는 ‘나에게 기쁜 일’이라고 답해 현재 국적과는 상관없이 훌륭한 경기력을 보인 안 선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22%는 ‘기쁘지 않은 일’, 8%는 의견을 유보했다.
◆ 안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한국인의 영예’ 39% vs. ‘러시아인의 영예’ 42%
안 선수의 이번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 어느 나라 국민의 영예인지 물은 결과 ‘한국인의 영예’ 39%, ‘러시아인의 영예’ 42%로 양분됐으며 20%는 의견을 유보했다.
어느 나라 국민의 영예로 보는가에 대해서는 연령별로 견해가 엇갈렸다.
2030 세대에서는 한국인보다는 러시아인의 영예라고 보는 사람이 더 많았으며, 특히 20대에서는 61%로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5060 세대에서는 한국인의 영예라고 보는 사람이 더 많았고 40대에서는 의견이 양분됐다.
◆ 안 선수의 금메달 획득으로 ‘한국 이미지 나빠졌다’ 57% > ‘좋아졌다’ 26%
안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함에 따라 그의 러시아 귀화 배경에 국내외 언론이 주목하게 됐고, 국내에서는 책임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원인 규명을 지시하는 등 체육계뿐 아니라 정치권에까지 그 여파가 미쳤다.
세계 최강으로 손꼽히는 한국 쇼트트랙의 치부가 국내외에 알려진 상황에 직면해, 우리 국민의 57%는 ‘이 건으로 한국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답했으며 26%는 ‘좋아졌다’, 17%는 의견을 유보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한국 이미지가 나빠졌다는 응답이 더 많았고, 특히 2030 세대에서는 그 비율이 약 70%에 달했다. 이러한 비판적 견해는 단순히 귀화 선수의 메달 획득에 대한 아쉬움만이 아니라, 잘못된 제도나 관행 때문에 젊은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풍토에 대한 우려와 개선 필요성을 시사하는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 안 선수의 러시아 귀화, ‘이해할 수 있는 일’ 69% > ‘이해할 수 없는 일’ 26%
한편, 안 선수의 러시아 귀화에 대해서는 69%가 ‘이해할 수 있는 일’, 26%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답해 안 선수의 귀화를 우호적으로 보는 국민이 더 많았다. 4%는 의견을 유보했다.
안 선수의 귀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응답은 저연령일수록 많아 40대 이하에서는 그 비율이 80%를 넘었으며 60세 이상에서만 ‘이해할 수 없다’(55%)가 ‘이해할 수 있다’(35%)보다 많았다.
안현수 선수는 작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2013~2014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에서도 러시아 대표로 출전해 세 종목에서 각각 금, 은,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는데, 당시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2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안 선수의 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일’ 61%, ‘이해할 수 없는 일’ 25%로 나타났으며, 14%는 의견을 유보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2014년 2월 현재, 안 선수의 러시아 귀화를 이해한다는 사람이 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이후 안 선수 거취, ‘러시아에 남는 것이 좋다’ 49% > ‘한국으로 돌아와야’ 31%
현재 러시아는 안 선수에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안 선수도 이에 만족하며 앞으로 러시아에 머물 것이라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올림픽 이후 안 선수의 거취에 대해 한국인의 49%은 ‘안 선수가 러시아에 남는 것이 좋다’, 31%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다’고 답했으며 20%는 의견을 유보했다.
러시아에 남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40대 이하에서 더 우세했고, 특히 2030 세대에서는 그 비율이 70% 수준이었다. 반면,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절반 이상(64%)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우리 국민은 대체로 그의 선택을 존중하며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한편으로는 한국 스포츠계 이면에 대한 적잖은 우려도 엿볼 수 있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2040 세대와 5060 세대의 개인과 국가에 대한 시각 차다. 우리나라는 1970년 출생자가 대학에 입학하던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졌고, 1990년대 이후 세계화의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이렇게 해외여행과 세계화에 익숙한 2040 세대는 5060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인과 국가를 동일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즉 타고난 민족적 아이덴티티는 존중하되, 국적이나 거주하는 곳은 개인의 필요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한국갤럽의 이번 설문조사는 2월 17일부터 18일까지 양일간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61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4.0%포인트에 95% 신뢰수준이며, 총 통화 4068명 중 611명이 응답해 응답률은 15%를 보였다.
aegookja@nspna.com, 도남선 기자(NS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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