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K-철강④
韓 탄소중립 저평가 이유…정책 재편·시그널 필요(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국내 주요 철강 수입국인 유럽과 미국 등이 탄소배출 규제를 본격 강화하면서 우리 철강업체들은 ‘2050 탄소중립’을 바탕으로 장기 로드맵을 세우는 등 탈탄소 대응에 나서고 있다.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체제 구축은 에너지 구조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만의 과제가 아닌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철강기업들이 글로벌 탄소정책으로 인해 무역 제재를 받지 않도록 산발적으로 흩어진 정책을 재편하고 장기 로드맵을 세워 기업들에게 명확한 시그널을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카본 아틀란스(GCP)가 공개한 2021년 기준 국가별 탄소 배출량 집계에서 한국은 전 세계 배출량의 1.6%에 해당되는 약 6억1600만톤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탄소배출 10위국이다. 탄소배출 10위권은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이란,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한국 등 순이다.
한국 산업계를 지탱하는 철강산업은 지난해 기준 약 6700만톤을 생산해 세계 6위 생산국이자 세계 3위 수출국이다. 철강 생산량이 글로벌 상위에 속한 만큼 탄소 배출량도 높은 축에 속한다. 특히 한국은 해외에 비해 자원이 열악해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보 차원에서도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한국 철강의 탄소중립 수준이 저평가된 배경으로 정부 정책과 재정 지원 규모도 꼽힌다. 앞서 언급한 대로 탄소중립 전환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국가산업이므로 탄소중립을 평가하는 글로벌 지표 대부분이 국가 정책을 들여다 본다는 것이다.
장현숙 무역협회 그린전환팀 팀장은 이와 관련해 “철강업계 탈탄소 평가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평가 요소들 대부분이 정부 정책 방향성과 명료성, 재정 지원 등이다”라며 “실제 정부가 ▲탄소 가격 책정을 하고 있는지 ▲그린 철강을 정의하고 있는지 ▲공공 조달을 하는지 ▲철강용 청정 전력을 사용하는지 등 대부분 평가 항목이 정책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그린철강 정의도 되어있지 않은 데다가, 청정 전력이 절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라 평가에서 더욱 낮은 점수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현 환경부·기재부 담당→산업부 주도해야 성과·시너지↑
우리 정부 예산은 수치상으로 보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우리 정부는 저탄소 철강 기술 개발 예산으로 2685억원을 편성했는데 이중 10%에 해당되는 269억원이 수소환원제철 설비 전환에 사용된다. 나머지 90%(2416억원)는 기존 설비 개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독일의 경우 10조2000억원 이상 정부 보조금을 투자해 저탄소 철강 생산 설비로 전환할 계획이다. 스웨덴은 공공 보조금 1조5000억원을 들여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착수, 2025년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다. 한국의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시점은 스웨덴보다 10년 뒤처진 2035년이 목표다. 일본은 세계 조강생산국 3위(8700만톤)로 약 4조49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달리 총 지원금 중 37%(약 1조5093억원)가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쓰인다.
눈여겨 볼 점은 스웨덴과 독일 모두 한국에 비해 조강 생산량이 현저히 적은 데 반해 정부 지원금은 큰 편차를 보인다. 독일은 3500만톤으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고 스웨덴은 425만톤으로 국내의 6%에 해당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일본 배출권거래제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실제 일본 정부는 기업이 GX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투자 지원 및 인센티브 중심의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린철강, 그린화학 등을 국내 생산 촉진이 필요한 전략분야로 선정해 연구개발,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생산단계에도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린철강, 그린화학 분야는 생산·판매량에 비례해 10년간 법인세의 최대 40%까지 공제해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장 팀장은 우리 정부 예산 규모를 외국과 절대값으로 비교하는 방식은 타당하지 않다고 짚었다. 경제 규모를 감안할 경우 미국과 독일, 중국, 일본 등과 총액만 놓고 단순 비교하는 건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또 선진국이 약 10년에 해당하는 장기 예산인 반면 우리 정부 예산은 2~3년에 속하는 단기로 지정하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물론 우리 정부도 각 부처가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있고, 실제 예산도 1년간 6200억원이 집행된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각 기관간 연계나 시너지가 집약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산발적으로 분산돼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지정하는 차원에서 정책 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 팀장은 “우리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법에 따라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종합적인 큰 그림이나 세부적인 내용 없이 단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며 “기업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총체적으로 정책을 긁어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장기 계획을 통해 명료하고 지속적으로 시그널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 팀장은 현재 환경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주도하고 기재부가 예산 재편을 담당하고 있는 점도 지적하며 “일본처럼 기업과 산업 측면에서 접근성이 높은 산업에 기반을 둔 부처 즉 산업부가 정책부터 예산까지 관장해야 성과를 도출하는 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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