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김빛나 기자 = 은행에 성과제를 도입해 은행 임금체계를 개편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는 금융업의 특수성을 배제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은행의 공공성을 해치고 부실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 5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서울 중구 YWCA에서 ‘은행의 바람직한 성과주의 확산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현행 연공형 호봉제에 기반 하는 은행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발표를 통해 “사실상 호봉제 중심인 현행 은행원 임금체계를 개인별 성과를 더 많이 반영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노동생산성 및 비효율성을 제고할 여지가 많다는 설명이다.
서 연구원은 “직무급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임금의 경직성은 축소하되 실질적 근속기간은 확대해야 한다”며 “절감된 재원으로 신규고용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세대 간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가치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외부충격에 대한 은행의 완충력을 강화하려면 성과연봉을 은행의 전체 실적과 일정 부분 연동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평가 시 장기성과 비중을 높이고 관대화 경향을 줄이는 등 평가의 공정성과 수용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국내 은행산업의 경우 타 산업에 비해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고 임금도 높은 반면 신규 채용은 산업 평균에 못 미치고 10년 이상 된 고연차 근로자의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러한 개편은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안정 기회를 확대하고 청년층 고용 여력의 확대와 비정규직 최소화에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금융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민석 금융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은행업은 업무에 직무 단위 자체가 넓기 때문에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개인연봉제 성과제 도입은 금융권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 반박했다.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성도 약화될 수 있다. 수익성이 강한 2금융에 비해 1금융은 공공성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성과제를 도입하면 직원들이 실적과 연관되지 않은 업무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다.
부실 대출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개인성과를 위해 무리해서 여신심사를 하면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에서 부실이 커질 수 있다. 이는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과도 상충된다.
김민석 정책국장은 “6월과 12월에 은행의 연체율이 급증한다. 지점별 성과평가를 앞두고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기 때문”이라며 “개인 성과제를 적용하게 되면 은행의 여신 부실이 크게 늘고 건전성도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의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수료 인하, 대우조선해양 등의 수조원대 부실 보전 등 관치금융인데 은행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것 자체도 관치의 사례”라며 “이는 당국이 아닌 노사가 논의해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행원의 높은 급여는 금전을 다루는 업무 특성을 고려해 부패 방지를 위한 기본 생활 영위 목적이자 금융사고 발생 시 이에 대한 리스크 담보 차원”이라며 “금융권의 임금이 높은 배경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SP통신/NSP TV 김빛나 기자, kimbn@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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