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NSP통신) 김성철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 과정에서 불거진 ‘노예계약' 논란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TF는 한국전력 이사회를 집중 조사했다.
원전업계와 한전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당시 한전 이사회에선 체코로 원전을 수출할 때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불공정 협의를 진행한 데 관해 치열한 논쟁이 있었고 원전 수출에 관한 분명한 반대 의견까지 존재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은 국회 상임위원회에도 이사회 회의록 등 구체적인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진상 파악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향엽의원실이 지난 24일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한전과 한수원 이사회를 대상으로 체코 원전 노예계약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9일 윤석열정부가 체코 원전 사업을 수주하려고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불리한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계약 과정이 법과 규정에 근거하고 있는지 원칙과 절차가 준수됐는지' 등 진상 파악을 지시한 바 있다.
이른바 ‘노예계약'으로 비화된,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지식재산권 분쟁 종료 합의문에는 △한수원·한전 등이 체코로 원전을 수출할 때 1기당 6억 5000만 달러(약 9000억 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와 체결 △1기당 1억 7500만 달러(약 2400억 원)의 기술 사용료 지불 등의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업계는 이런 합의가 불공정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 사용료를 내는 것에 대해선 일부 찬성 의견도 있지만, 한국이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모든 차세대 원전을 독자 수출할 때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조항엔 비판 일색인 상황이다.
특히 한국이 원전 수출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역을 △동남아시아(필리핀·베트남) △남아프리카 △남미(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로 한정하고 기타 국가에 원전을 수출할 땐 웨스팅하우스와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모든 협정의 유효기간이 50년이 아니라 사실상 무기한인 것에 대해선"웨스팅하우스에 한국 원전 수출의 목줄을 쥐어준 셈”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한전 이사회에선 해당 안건이 통과됐다. 한전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웨스팅하우스 합의안을 논의한 건 지난해 11월 20일과 올해 1월 14일이고 한수원·한전·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분쟁 절차를 중단하고 합의문을 체결한 건 1월 16일이다. 즉, 합의문 체결 2일 전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이 의결된 것이다.
하지만 원전 업계에 따르면, 당시 한전 이사회에서 정상적으로 합의문이 통과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내부적으로 반대 이견이 제기됐고 격렬한 논의까지 있었다고 한다.
한전 내부 관계자도"당시 이사회에서는 합의문에 관해 반대 의견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굉장히 심하게 논의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애초 회사 내 이사회를 통해서는 ‘재협상을 하고 검토해라' 이 정도 권고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지시 후 산업부가 TF를 꾸려 조사에 나선 것도 이사회의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한전·한수원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이사회에서의 반대 의견 정황을 인지, 당시 한전 이사회 상황과 내용은 물론 합의문이 통과된 절차까지 조사한 것이다.
현재 한전은 회의록과 이사회 찬성·반대 이사 명단 공개 요청에 관해 ‘영업상 비밀'이라고 주장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권향엽의원실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한전이 영업상 비밀로 공시 예외를 요청하자 이를 수용했다. 한전이 기재부에 공시 예외를 요청한 공문에는 이사회 ‘회의록’ 및 ‘개별 이사 활동 내용(찬·반 여부)'에 대해 ‘법인 등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 예외해달라'고 적혀있다.
권향엽 의원은"한전 이사회에서 이면 합의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제보가 이어지는데, 한전은 이사회 회의록은 물론 이사들의 찬반 여부에 대해서도 공시 예외를 요청하고 국회 자료 요구도 묵살하고 있다"며"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이라도 확보하려면 이사회 이사들의 찬반 여부만큼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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