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카드업계가 애플페이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업계 안팎에선 애플페이 도입으로 혜택이 좋은 카드 단종 역시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특정 업체의 애플페이 도입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면 안 된다는 대원칙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금융감독원의 약관·보안성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2023년 3월 현대카드가 처음 애플페이를 도입한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에 따라 애플페이가 전체 카드업계로 확산되는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이후 지난달 말 기준 20대 회원수가 98만명으로 2년새 11.4% 늘어 2030세대 공략을 위해 애플페이 도입을 서두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애플페이의 도입으로 삼성페이를 포함해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모두 수수료 유료화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 최근 삼성전자 실무자가 국회를 방문해 삼성페이 수수료 부과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수수료 무료 정책을 고수했으나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에 0.15%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페이 역시 수수료를 부과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페이의 나비효과로 ‘소비자 혜택 감소’와 ‘소비자 부담 전가’를 점치고 있다. 업황 악화가 길어지면서 카드사들이 ‘혜자카드’ 단종에 나섰는데 이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금융학계 연구원은 “카드사는 자선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익이 줄어들면 다른 곳에서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며 “대표적으로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방법이라 연회비를 올리거나 혜택이 많은 카드를 없애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3년간 약 1150종이 넘는 카드상품이 단종된 가운데 혜택이 좋은 카드들도 연이어 단종 소식을 알렸다. 롯데카드는 ‘SKYPASS 롯데 아멕스 카드’, ‘해피 디지털카드’ 등 3종 판매 중단을 알렸고 현대카드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무료 이용, 네이버페이 포인트 최대 10% 적립 등 혜택을 담은 ‘네이버 현대카드’를 단종시켰다.
신한카드의 포인트를 항공 마일리지, 테마파크, 백화점 등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대표적인 혜자카드로 불렸던 ‘하이포인트’와 ‘딥드림’ 카드도 단종됐다. KB국민카드도 ‘KB국민 알뜰폰 허브’, ‘청호나이스 KB국민카드’ 등을 단종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수익성이 낮아진 가운데 애플페이 도입과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 수수료 유료화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페이가 오랜 기간 무료화하면서 우리 간편결제 시장 확대와 국민들의 결제시스템 이용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라며 “애플페이 최초 도입 당시 수수료로 인해 소비자후생이 더 감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고 금융위원회에서도 상당히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의 자율적인 운영 측면에서 특정 업체의 애플페이 도입을 당국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도 “다만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이 없는 지 점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애플페이의 수수료 부과가 가맹점이나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면 안 된다는 대원칙을 카드사들과 논의했고 실제로 금감원 점검 과정에서 추가적인 부담이 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애플페이 도입으로 추가적인 수수료 부담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하겠지만 이 수준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되는 정도는 아니고 카드사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소비자와 가맹점에 피해가 전가되지 않도록 향후 업계의 현황을 점검해 가면서 필요시 TF를 꾸린다거나 업계 조사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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