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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헌의 20’s Navi

빅데이터, 인간을 통찰하라

NSP통신, 도남선 기자, 2013-11-16 11:03 KRD5
#빅데이터 #애플 #시리 #제약사 #홍준헌
NSP통신-홍준헌 WANNA 편집장.
홍준헌 WANNA 편집장.

[서울=NSP통신] 도남선 기자 = 2002년 벌레 물린 데·멍·붓기에 쓰는 연고를 출시한 우리나라의 A제약사는 경쟁 약품의 강세에 매출이 10년 간 제자리걸음이었다. 2012년 제약사는 마케팅 포지셔닝을 다시 하고자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했다. 소비자의 인식 속에 벌레 물린 데나 붓기를 낫게 해 주는 약은 많지만 멍이 낫는 약은 없었다. 멍 빼기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외모에 민감한 여성들이었으며 계란은 어떠한 약보다도 강력한 경쟁상대였다. 회사는 여성 잡지에 광고를 내고, “계란은 드세요, 멍은 제가 뺄게요” 라는 카피를 내세웠다. 8개월 뒤, 회사의 총 매출은 62%나 올랐다.

빅데이터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인 만큼 매우 계산적인 기술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철저히 인문학적인 분석 양식이다. 정형화·계량화된 데이터 뿐 아니라 인식이나 습관, 취향, 호불호 등 인간의 ‘의도’까지도 알려 주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이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감기약을 제공하는 식이었다면, 빅데이터 시대에는 건강을 염려하는 이들을 위해 감기가 언제 어디에 유행할지 예측한 뒤 감기 예방 제품을 추천한다. 누가 무엇을 필요로 할 것인지 보여 주는 기술의 등장. 이는 곧 정보 관심사의 무게 중심이 주류 지식인의 학문적·기술적 논의에서 인간 개개인의 취향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점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빅데이터를 이용하기에 너무도 큰 약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산업에서는 시장 선도 사업에 대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학문에 있어서는 기존 논의의 심화 분석을, 국정에 있어서는 정치권이 만든 틀에 시민들이 맞춰 나가기를 추구해 왔다. 이처럼 항상 ‘위’와 ‘옆’을 보고 쫓아 가던 습관 탓에 정작 ‘아래’, 시민들의 관심사를 돌아본 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데는 익숙지 않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걸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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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호기심이야말로 빅데이터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힘이다.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돌아 봐야 한다. 애플이 가상 비서 시리(Siri)를 개발했을 때 가장 중요시한 것은 음성 명령을 얼마나 잘 인식하느냐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어떤 명령을 어떤 언어로 내리느냐였다. 구글은 검색 기능을 제공하면서 사용자들이 자신의 오타를 어떻게 수정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시리는 같은 명령을 사람마다 달리 말해도 필요한 대답을 내리게 됐으며 구글은 사용자들이 검색어를 잘못 입력해도 이를 수정할 필요 없이 정확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A제약사가 타사 제품을 이기기 위해 약효를 강화하는 길을 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용도의 특성상 좀 더 빨리 낫게 할 수는 있어도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사람들의 현재를 돌아 봄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 이 회사의 사례야말로 빅데이터 시대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 준다. 기술력을 키운 뒤 이를 인간에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먼저 통찰한 뒤 각자의 니즈(Needs)를 채우고자 한다면 우리나라 빅데이터 산업의 전망도 밝을 것이다.


홍준헌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경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취업신문 대구팀장을 거쳐 월간지 WANNA의 편집장으로 재직중인 20대 청춘의 대표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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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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