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2009년에 도입된 이 제도가 이미 규제 도입 취지를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공시대상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제외, 이하 동일)의 경제력집중 정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기준 외감기업 전체 자산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인 자산집중도는 2.4%,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집중도는 4.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77.9%는 자산 및 매출액 규모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협 분석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도는 낮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기준 외감기업(3만9601개) 대비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자산 비중은 2.4%에 불과했다. 매출액 비중은 4.2%였으며 당기순이익 비중은 6.3% 수준이었다.
대기업집단 전체(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차지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비중 역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대기업집단 전체(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차지하는 자산 비중은 9.4%, 자본은 9.0%, 부채는 9.8%에 불과했다. 경영성과 측면에서도 매출액은 9.0%, 당기순이익은 10.7% 정도의 비중을 보였고, 고용인원 비율도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상의 주요 항목의 비중과 비슷한 9.6%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소속된 기업의 규모를 살펴보면 대기업집단지정의 타당성이 더욱 희석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중소기업기본법상 ‘규모 기준’만으로 판단할 때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 중 77.9%가 중소기업에 해당했고, 49.1%는 소기업에 포함됐다.
상법에서 대기업이라고 규정하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에 해당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은 전체 1105개 중 48개로 4.3%에 불과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폐지하면 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경협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해제돼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게 되더라도 이를 방지하는 다양한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한경협이 일감 몰아주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수단도 제시했다.
지배주주와 그 친족이 일정 비율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경우 그 이익에 대해 수혜법인 지배주주와 친족에게 증여세를 과세하기 때문에 부당한 이익을 거둘 여지가 제거된다.
또 상법상 회사 기회유용금지 규정으로 인해 회사의 이익, 기회를 개인적으로 가로채 기업에 피해를 초해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사가 주주 이익에 반해 다른 기업에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하면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개인인 이사가 직접 손해배상토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주주의 목소리가 커지고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해지면서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대주주에게만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하기 어려워진 점도 일감몰아주기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1987년 이후 올해로 37년이 됐고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한 지정도 2009년 이후 15년이 지났다”며 “대외 경제 개방도가 높아지고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규모, 경제력 집중도가 크게 낮은 상황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유지해야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 세계 유일의 갈라파고스 규제인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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