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건물 안에선 CEO의 퇴임이, 밖에선 축제가 벌어진 곳이 있다. 한국산업은행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당시 ‘산업은행 부산이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미션을 안고 온 만큼 내부의 반발이 거셌고 퇴임까지 노사갈등이 이어졌다. 3년간의 강석훈 체제를 마친 산업은행 직원들은 차기 회장을 두고 “갈등을 봉합하고 할 일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직원들에 따르면 지난 5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퇴임하던 날 산업은행 본관과 별관 사이 공원에는 산은 노조가 마련한 푸드트럭이 도착했다. 한바탕 축제가 벌어진 것이다. ‘이전 저지 투쟁 3주년’, ‘산업은행의 주인은 정권이 아닌 직원 여러분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푸드트럭에서 소떡소떡, 팥빙수 등 간식들이 제공됐다.
강 회장의 임기 3년은 ‘노조와의 전쟁’이었다. 강 회장 취임 당시 노조는 입구에 누워 출근 저지 시위에 나섰고 산은 1층 로비에서는 100일 내내 부산이전 반대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른바 ‘샌님’으로 불리는 산은 직원들이 이토록 장기간, 강하게 목소리를 낸 것이 처음이었다.
‘불통’이라는 불명예 꼬리표가 붙은 강 회장은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노사 소통 부재에 대해 언급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실제 2020년부터 지난 2023년 상반기까지 총 168명이 산은에서 퇴사했고 그중 78%가 2030이었다. 직원들은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며 ‘부산 이전’이라는 깃발은 산은에서 뽑혀 해양수산부에 꽂혔다. 갑작스럽게 세종에서 부산으로 이전이 추진되자 해수부 직원들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산은에서는 한숨 돌렸다는 반응과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마인드에 대한 비판이 함께 나왔다.
한 산업은행 직원은 “해수부 부산 이전 이슈가 터졌을 때 환호하던 직원들을 보고 반감을 가진 직원들도 있었다”며 “정부에서 갑작스럽게, 무리하게 공공기관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이슈 자체에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마인드는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직원은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100조원 규모의 AI산업 육성 등을 위한 반도체기금 설립과 같이 해야 할 일들이 많다”며 “외부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슬러 직원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