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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지배권

②최태원·구광모 오너家 분쟁 속…SK·LG 흔들리는 경영권

NSP통신, 최정화 기자, 2024-07-05 09:59 KRX2
#SK(034730) #LG(003550) #SK이노베이션(096770) #SKSQUARE(402340) #LG전자(066570)

이혼소송·경영위기…SK 리밸런싱으로 밸류업·합병매각
LG 경영권 방어 이상無…소유구조 견고·우호세력 합세

NSP통신-(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SK, LG)
(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SK, LG)

(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삼성과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국내 4대그룹 총수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지배력 악화를 겪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그룹 소유구조와 핵심기업에 대한 오너 지분율이 불안정해 총수 지배권에 영향을 받고 있다. SK와 LG그룹도 재산분할·상속세 소송 등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여파로 지배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데다, 오너 일가에 집중된 소유구조 문제와 내홍까지 더해지며 이들 4대그룹 총수들의 지배권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에 각 그룹이 갖고 있는 소유구조의 고질적인 문제와 개선 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NSP통신-2023년 5월 1일 기준 SK 소유지분도 (사진=공정거래위원회)
2023년 5월 1일 기준 SK 소유지분도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이혼소송, 그룹 총수로서는SK그룹의 비상경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혼소송 비용은 커지고, 경영위기는 더욱 악화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최 회장의 경영권까지 위협하고 있어 지배력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최 회장은 5년째 진행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판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심 판결에서 1조3000억원대 재산분할과 위자료 20억원을 판결받은 최 회장 측은 법원 판결에서 ‘치명적인 오류’ 등을 지적하며 대법원에 재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혼소송 1심 위자료와 재산분할액이 각각 1억원·현금 666억원에서 2심 판결 결과 20억원·1조3000억원대로 뒤집혔으니 재산 대부분이 SK㈜ 주식인 최 회장 입장에서는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주든 최 회장이 상당한 비용의 이혼소송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관건은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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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안팎에서는 SK㈜ 주가 상승 여부에 따라 주식담보대출과 매각 등 유리한 방법을 택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SK㈜ 주가가 상당 수준 상승한다면 주식담보대출로 지급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SK㈜ 주식 일부를 우호주주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최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든 설사 지더라도 SK㈜ 지분 매각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3년 소버린 사태 당시 15%가 무너지면서 최 회장이 큰 고비를 겪었던 만큼 15%선은 분명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헤지펀드 소버린은 SK㈜ 주식을 14.99%까지 사들여 최대주주로 등극, 최 회장의 퇴진까지 요구하며 분쟁이 악화됐지만 결국 SK그룹은 큰 출혈을 감수하고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현재 최 회장은 SK㈜ 지분 17.73%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지분 6%까지 합하면 SK㈜ 특수관계인 지분은 23.73%다. SK그룹은 소버린 사태 이후 순환출자에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에 최 회장의 SK㈜ 지분율 확대 외에는 소유구조상의 문제는 없다.

이혼소송으로 인한 최 회장의 경영권 악화를 해소하고 SK그룹 복합위기를 한꺼번에 극복할 수 있는 일석이조 방안으로 최근 SK수펙스에서 추진 중인 SK그룹 사업구조재편(리밸런싱)을 꼽는다.

최 회장이 이혼소송으로 복잡한 상황인데도 국내외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것도 리밸런싱의 일환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에만 미국과 대만, 중앙아시아 등 빽빽한 해외 일정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K그룹은 리밸런싱 작업 방향으로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합병 등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미래 먹거리로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진행됐지만 적자 연속 중인 배터리 사업을 포함하고 있는 에너지 계열사들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SK㈜와 SK스퀘어의 합병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은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지분을 팔지 않으면서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을 하기 위한 카드는 합병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박 대표는 “일단 SK에 대한 기업 밸류업을 높이는 방법으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SK그룹의 리밸런싱과 연결된 계열사간 합병이다”라며 “SK E&S와 SK이노베이션이 합병을 하면 SK가 SK E&S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 매입과 단순 합병을 쓸 수 있는데 합병은 복잡하기 때문에 SK 쪽으로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금성 자산을 늘리면 배당을 많이 할 수 있고 현금성 자산으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 가치를 높일 수 있어서다. 박 대표는 “밸류업이 되면 담보 가치도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SK㈜는 이런 방식으로 밸류업 방향을 선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와 SK스퀘어 합병에 대해서는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현재 손자 회사인 SK하이닉스가 직접 자회사가 되기 때문에 SK하이닉스에서 만드는 현금을 SK㈜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분기 배당으로 인한 현금 수혜를 SK㈜가 직접 받게 된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SK지주와 다른 계열사간 합병은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성엽 머로우소달리 한국대표는 “SK㈜와 SK스퀘어간 합병은 최대주주의 지분 희석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데 SK지주의 현금 확보를 위한 합병은 무리라고 본다”며 “피지배회사로부터의 배당 확대를 통한 현금 확보를 먼저 고려해 볼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어 “만약 합병을 하더라도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주주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재결과를 종합해 보면, 최 회장은 이혼소송과 경영위기 극복 방안으로 리밸런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판결까지는 2~3년이 더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리밸런싱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NSP통신-2023년 5월 1일 기준 LG 소유지분도 (사진=공정거래위원회)
2023년 5월 1일 기준 LG 소유지분도 (사진=공정거래위원회)

◆ 경영권 방어 문제 없을 것…견고한 소유구조·우호세력 합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세 모녀와의 상속소송 외에는 사법리스크도 없고, 소유구조도 꽤 안정적이다.

LG그룹은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회사 전환을 시작했다. 지난 2000년 7월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LGCI를 설립하고 2003년 3월 통합 지주사인 ㈜LG가 출범했다.

㈜LG도 SK㈜와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소버린으로부터 같은 기간 지분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LG그룹은 소버린에게 흔들리지 않았다. SK㈜ 주식 거래로 8337억원 이상 차익을 챙겼던 소버린은 LG그룹 투자에선 오히려 500억원 손실을 보고 ㈜LG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SK그룹이 외부 영향에 흔들렸다면 LG그룹은 내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범LG가는 유교 가풍에 따라 장자 승계 원칙을 삼고 있다. LG가 1947년 창립 이래 지금껏 분쟁없이 경영권을 지켜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는 이번 세 모녀의 상속소송이 향후 LG가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구 회장의 모친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는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이 상속한 LG그룹 주식을 법정상속 비율(1.5:1:1)로 다시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 회장이 세 모녀 상속소송으로 경영권 침해를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현재 구 회장의 ㈜LG 지분은 15.95%로 최대주주다. 김 여사는 4.2%, 구 대표와 구씨는 각각 2.92%, 0.72%를 보유하고 있다.

법원이 세 모녀 손을 들어줄 경우 구 회장의 ㈜LG 지분은 9.71%로 줄어든다. 반면 김 여사는 7.95%, 구 대표는 3.42%, 구씨는 2.72%로 늘어나 세 모녀가 보유한 총 ㈜LG 지분은 14.09%로 커진다. 다만 구 회장의 우호세력인 구본능(구 회장의 친부)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식(구 전 회장의 사남) LT그룹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4.48%, 3.05%를 합하면 구 회장 지분이 줄어들어도 총 17.24%로 세 모녀보다 높다.

김 교수는 상속소송이 구 회장의 지배력에 미칠 파장에 대해 “세 모녀가 승소하게 되면 그들의 지분 합계가 구 회장의 지분보다는 많아진다. 하지만 구씨 일가가 지배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대표도 “LG는 특수관계인 지분이 상당하므로 외부 주주와 연대를 하지 않는 이상 세 모녀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박 대표는 “세 모녀가 분쟁에서 이길 확률도 높지 않고 상속 분쟁이 경영권에 위협을 줄 정도도 아니다”라며 “이번 상속 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구 대표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의 배후설이 확인되면 LG그룹 쪽에서 방어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구 회장은)우호 지분이 워낙 탄탄해서 크게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김 여사 측이 승소를 하게 되면 지분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구 회장이 15%에 대한 마지노선을 반드시 지키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LG그룹의 지주사 체제 지분구조가 견고한 데다, 구 회장의 우호세력까지 합세할 경우 상속소송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향후 이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한 경우에 대비해 시대 흐름에 발맞춰 범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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