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섬으로 훌쩍 떠나 대출로 땅을 사고 그 위에 집을 짓는다. 그리고 낚시를 하고 꽃을 가꾸며 각종 아이템을 만들며 돈을 모아 대출금을 갚으면서 집도 키우고 이웃마을에 마실을 나가기도 한다. 닌텐도의 시뮬레이션게임 ‘모여봐요 동물의숲’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게임 속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메타버스(Metaverse, 3차원 가상세계 공간)를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메타버스TF’를 꾸리고 제페토·이프랜드 등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실험에 나섰다.
그중 가장 앞선 곳은 NH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자체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NH독도버스’를 구축해 내년 3월 오픈 예정이다. 이 플랫폼 안에서 고객들은 미션을 수행하고 미션 달성시 얻은 포인트를 메타버스 브랜치(지점)에 예치할 수 있다.
이는 현실세계인 농협은행의 모바일앱(App) ‘올원뱅크’와 연동돼 금융상품 가입부터 꽃선물, 핫딜, 기프티쇼 구매 등이 가능하다.
앞서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많은 전문가들이 스마트폰 이후 메타버스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메타버스를 농협사업에 접목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도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신한은행은 메타버스 영업점에서 일반 영업점처럼 예·적금 가입, 가상투자, 대출 등 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이 플랫폼 내에 야구장과 캠퍼스도 만들 계획이다.
현재까지 은행사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도입한 분야는 직원교육, 고객커뮤니케이션, 금융교육 등이지만 이같은 농협은행의 메타버스 실험이 ‘메타버스 대출, 메타버스 예금’ 등 실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는 결실로 이어진다면 PC에서 모바일로, 모바일에서 메타버스로 이어지는 ‘금융혁신’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금융권엥서 새로운 기회”라며 “온·오프라인의 괴리감을 보완하고 가상세계와 현실이 연결된 금융시대를 열어 고객과 소통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메타버스 금융시대의 화려한 개막이 가능할지는 정부 규제에 달려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메타버스플랫폼은 제페토나 이프랜드와 같은 퀄리티(quality)는 아니다”라며 “아직은 기존의 메타버스플랫폼 안에서 은행사들이 금융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 브랜드 홍보차원에서 홍보관처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은행에 어디까지 열어줄지 그 ‘규제’에 따라 얼마나 많은 금융서비스가 제공될지 달려있다”며 “정부의 규제가 풀려야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기본적으로 게임플랫폼과 유사한 형태로 금융사 메타버스플랫폼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 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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