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빛이 나는 사람은 숨어다녀도 빛이 난다. 배우 박지환은 주변 동료, 선배, 후배, 제작진을 앞세우고 스스로를 낮추지만 언제나 반짝인다. 그는 디즈니플러스 ‘탁류’에서 ‘무덕’을 연기한 소감에 대해 “1mm씩 더 꿰맸는데 완전한 차이가 나는, 추창민 감독의 디테일이 돋보인 작품”이라며 “1분 1초가 성장하는 게 보였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지환은 “‘탁류’의 시나리오 속 무덕이는 뱀처럼 생긴 인형의 머리, 거북이도 아닌 도롱뇽의 꼬리, 청룡도 아닌 붕어의 비늘을 대충 얹어 둔 이상한 인간이라는 느낌이었다”며 “이것을 평범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졸부’처럼 갑작스럽게 ‘엄지’가 된 무덕이를 연기하기 위해 ‘혼나는 강아지 영상’을 많이 참고했다고 했다. 비단옷을 입어도 빈티를 숨길 수 없고 두목이 됐음에도 눈에 불안함이 가득하며 그 틈에도 기회를 엿보는 무덕이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는 “강아지가 혼날 때 두려우면서도 눈치를 보는 특유의 눈빛이 있다. 그걸 그대로 따라했다”며 “호랑이 앞에서, 주인이 화가 나 있을 때 꼬리가 바로 말리고 바들바들 떠는 강아지의 모습과 눈빛이 담긴 영상을 정말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박지환은 추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추 감독님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겨룰 지휘자”라며 “‘탁류’를 구성하는 배우들이 모두 훌륭했는데 추 감독님의 디렉팅이 아니었다면 그런 배우들의 역량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 감독님과의 작품을 하면서 ‘골수까지 뽑으려 오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만큼 섬세하고 세밀하게 작업하시는 분이다. 분명 똑같이 꿰맨 것에 1mm 더 꿰맨 느낌이었는데 차이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기는 혼자서 멋있은 것을 준비해선 안 된다. 촬영감독님이 잘 담아주셔야 하고 상대와 호흡이 있어야 한다”며 “감독님, 의상팀, 분장팀 등 모두가 다 정상에 서 계신 분들이라 그분들의 말을 잘 들으면 어쭙잖은 제 해석도 더 폭발력 있는 그림으로 완성된다. 그분들의 말을 성실하게 하다 보면 제 능력치보다 더 높이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왈패들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박정표 배우에 대해 극찬했다. 그는 “박정표 배우(왈왈이 역)는 연기 천재라고 소문이 난 배우”라며 “박정표는 ‘연기 박물관’에서 봐야 할 정도라 현장에서도 모두들 박정표 배우의 연기를 구경하러 온다”고 말했다.
오경화 배우에 대해서는 “오경화(작은애 역)가 있어서 무덕 패거리가 다양성을 갖고 새로운 세계를 이룰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송강호 배우, 오달수 배우가 자신만의 템포로 평생을 살아가듯 오경화 배우도 독특한 템포가 있다. 떄문에 어떤 역할도 다 소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자신이 가진 연기 철학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제가 생각하는 연기는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것이 드라마이며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읽을 줄 아는 배우가 진짜 배우라 생각한다”며 “적나라한 패배와 무너짐을 볼 때 우리는 더 인간답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것을 꺼내는 것이 드라마”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역할들을 많이 연기했지만 다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것은 빨리 잊어버려야한다고 배웠다”며 “제가 존경하는 선배는 제게 ‘배우의 삶이 화려해지더라도 예술가들이 가져야 하는 가난한 심장은 잊으면 안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저도 이런 말을 후배들에게 하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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