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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로벌 빅파마 3곳과 9조 규모 연속 기술이전 계약…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NSP통신, 정송이 기자, 2025-12-04 16:03 KRX2 R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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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성공은 동료 14명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이제는 기술을 넘어 글로벌 사업 모델까지 확장할 것”

NSP통신-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사진 = 에이비엘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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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사진 = 에이비엘바이오)

(서울=NSP통신) 정송이 기자 = 에이비엘바이오가 다시 한 번 한국 바이오 산업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로부터 이중항체 BBB(혈뇌장벽)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 기술이전뿐 아니라 국내 바이오 기업 최초의 전략적 지분 투자(1500만 달러)까지 유치해낸 것. 이를 선봉에서서 진두지휘하며 창업 10년 만에 글로벌 ‘빅파마’ 3곳과 총 9조원 이상 규모의 기술이전 성과를 만든 주역, 이상훈 대표를 만나 그간의 여정과 향후 전략을 들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태동은 절박함이었다.

이상훈 대표는 자신이 근속 중에 있던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가 지난 2016년 해체되면서 미래를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창업을 결심했다. 이 선택은 10년이 지난 지금 ‘신의 한 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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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사업부 해체)는 조직이 정리돼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함께 동거동락하던 동료 14명 모두는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절박함이 컸죠. 그러던 차에 ‘다시 시작해보자’며 창업에 뜻이 모아졌고, 이후에는 파멥신 공동 창업 경험도 있었기에 방향 설정을 빠르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설립 3년 만에 코스닥 상장까지 이뤄내게 됐습니다. 이 모든 건 그 때의 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죠.”

에이비엘바이오는 상장 이후 더욱 사업에 탄력을 받게되면서 항암 및 퇴행성뇌질환 분야에서 독자적 플랫폼 기술력을 보유하게 하게 돼 ‘이중항체 전문 기업’으로 명성을 얻게 됐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성과는 릴리와의 3.8조원 규모 기술이전과 220억원 전략적 투자다. 기술이전과 투자가 동시에 이뤄진건 한국 바이오 업계 최초다.

이 대표는 이를 “글로벌 제약사의 철저한 기술 검증을 통과했다는 의미다”라고 자평했다.

현재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는 계속 확장 중에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기술이전 계약에 앞서 지난 2022년 그랩바디-B 기반의 파킨슨병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301(SAR446159)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넘기는 기술이전 계약을 글로벌 제약ㆍ바이오 기업 사노피와 체결한 바 있다. 또 올해 4월에는 글로벌 제약사인 GSK와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반으로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총 4조 1000억 규모로 진행키도 했다.

“GSK 계약 이후 RNA(리보핵산) 분야로 모달리티를 확장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졌습니다. 지금도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후속 기술이전을 논의 중입니다. 적응증도 뇌 질환에서 근감소증 등 근육질환으로 넓히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회사를 이끌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사노피와의 ABL301 기술이전 막바지 협상을 꼽았다.

“2021년 12월, 이미 서명이 임박한 상황에서 사노피가 예상치 못한 비임상 데이터를 추가로 요청했습니다. 연휴였지만 연구원들이 모두 복귀해 밤낮없이 데이터를 만드는데만 헌신적으로 매달렸죠. 그 결과 한 달 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계약체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에이비엘바이오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첫 결실이 릴리다. 릴리는 에이비엘바이오에 대한 지분투자를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기술 제휴 이상의 파트너십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분 투자를 한다는 것은 회사의 중장기 성장성을 직접 공유하겠다는 의지입니다. GSK도 투자 논의를 했지만 계약 기간이 너무 짧아(3개월) 실무적으로 진행이 어려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있다면 글로벌 제약사와의 전략적 투자를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부터 ADC(항체약물접합체) 개발에 뛰어들며 차세대 파이프라인 학보에 나서고 있다. 이 일환으로 미국에 ‘네옥 바이오(NEOK Bio)’라는 독립 법인을 출범시켰다.

“미국에서 임상·M&A·IPO를 직접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법인입니다.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 ABL206·ABL209을 네옥 바이오에 현물 출자했고, 내년 중반 임상 1상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상훈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를 ‘기술 확장과 글로벌 사업화의 본격화’로 설정하고 있다.

그는 차세대 동력이 될 에이비엘바이오의 핵심 이중항체 플랫폼 중 하나인 4-1BB 기반의 ‘그랩바디-T(Grabody-T)’ 가치 상승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4-1BB는 면역 세포 중 하나인 T 세포의 활성화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단일항체는 T 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그랩바디-B가 뇌 질환을 넘어 다양한 모달리티로 확장되고 있습니다”라며 “그랩바디-T 또한 면역항암제들도 후기 임상과 병용요법 데이터를 확보해 더 큰 규모의 기술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는 기술뿐 아니라 글로벌 현지 사업 모델까지 확장하는 단계입니다”라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창업 10년 만에 글로벌 기술이전 3건, 플랫폼 확장, 전략적 투자까지 이뤄내며 한국 바이오 기업의 위상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독보적 기술력만큼이나 집요함·속도·팀워크의 힘을 강조하는 이상훈 대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시작 단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는 겸손이 아니라 창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했던 절박했던 그 시절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보여진다. 이 때문에 에이비엘바이오의 다음 10년의 행보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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