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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훈 물류칼럼

포스코의 HMM 인수, 해운 불황 시대 필요한 선택인가

NSP통신, NEWS, 2025-09-06 22:41 KRX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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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통신-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물류학 박사)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물류학 박사)

(서울=NSP통신) = 최근 글로벌 해운시장은 거센 불황의 파도에 직면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이어졌던 해상운임의 초호황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12주 연속 하락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공급은 넘쳐나고 수요는 줄어드는 전형적인 시장 불균형 상황에서 해운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포스코가 HMM(011200)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단순한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넘어 한국 해운산업과 국가 물류 공급망의 미래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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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세계 5위의 철강 기업으로 철광석과 유연탄 등 대량 원자재를 연간 수천만 톤 이상 수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상물류비만 연간 3조 원에 달한다. 이미 포스코는 자회사인 포스코플로우를 통해 자사 물류를 통합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원가 절감과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물류 역량 확보가 요구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HMM 인수는 전략적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HMM은 팬데믹 기간동안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다. 그러나 최근 운임 급락과 세계 경기 둔화,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고되면서 또다시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HMM의 대주주는 산업은행(36.0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67%)로 공공부문의 책임하에 운영되고 있으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 가능성 등 공기업 체제의 한계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포스코의 인수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책임 있는 대형 화주가 직접 물류망을 통제함으로써 해운과 철강 간의 수직 계열화를 실현하고 해운기업의 공공성과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포스코는 탄소 중립 시대를 대비한 친환경 연료 기술 개발에도 강점이 있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활용해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연료를 생산하고 이를 HMM 선박에 적용함으로써 IMO(국제해사기구)의 2050년 넷제로 목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 화주의 해운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해운협회와 해운사 등 해운업계가 내세우는 대형 화주의 해운업 진출 반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있다. 시사저널 e에 의하면 해운법 24조 7항은 원유, 제철 원료, 액화가스, 석탄 등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때 적용된다.

이들 화주나 지배 법인이 그 대량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해상화물 운송사업 등록을 신청하면 해양수산부 장관은 반드시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조항은 포스코나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초대형 화주가 선사를 직접 소유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시장 왜곡과 3자 물류 발전의 저해 등 부작용을 법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제도다.

2023년 롯데그룹 물류 자회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암모니아 추진선을 도입해 친환경 해상운송 사업을 추진했지만 해운협회는 암모니아를 액화가스로 해석해 ‘대량화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해운업 진출을 반대했다. 롯데는 사업 개시 시점을 2027년 이후로 늦췄지만 최근 롯데그룹의 유통과 석유 화학 부문의 경영위기 논란으로 인하여 당분간 해운업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해운법 24조 7항에서 말하는 ‘화주나 지배 법인이 그 대량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해상화물 운송사업 등록을 신청하면, 해양수산부 장관은 반드시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라는 조항의 해석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조문에 의하면 해상화물 운송사업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라는 점이다. 과거 화물운송업, 하역업, 해상운송업 등 허가제가 다수였으나 WTO 운송 서비스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로 인하여 점차 등록제나 신고제 심지어 자유제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해상화물운송업은 등록제인데 등록제는 공무원의 재량행위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등록 요건을 갖춘다면 등록을 할 수 있다는 행정행위다.

정부입법지원센터에 따르면 허가제의 경우 행정 기관이 허가기준을 심사할 때 판단의 여지가 많은 데 따른 폐단을 없애기 위해 허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등록 기준은 허가제의 허가기준보다 더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 등록제의 경우 신청인이 등록 기준을 모두 갖추었으면 등록 신청을 받아 주어야 하므로 법률에 별도의 규정이 없으면 등록에는 조건을 붙일 수 없다.

따라서 조건을 붙여야 하는 영업이라면 처음부터 등록제로 할 것이 아니라 허가제로 해야 할 것이다. 등록제로 유지하면서 그 영업의 성격상 조건을 붙이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 규정을 두도록 한다.

결국 해상화물 운송사업이 등록제인 이상 화주가 등록 신청을 하면 등록 기준을 충족한다면 등록 신청을 받아 주어야 한다. 다만 법률에 별도의 규정이나 성격상 조건을 붙이는 경우 예외가 가능한데 해운법 제24조 7항의 경우에는 조건이 ‘화주나 지배 법인이 그 대량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해상화물 운송사업 등록을 신청하면 해양수산부 장관은 반드시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므로 해수부 장관은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으면 되고 자문위원회의 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볼 것이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의하면 자문위원회의 결정은 실제적인 영향력을 제외하고는 법적인 구속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조언적 성격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은 다만 장관이 의견을 참작해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 부분은 매우 자의적으로 법률을 제정한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 장관이 무슨 권한으로 단지 참작할 의견을 들어서 등록해줄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것은 입법상 미흡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법 조항은 명시적으로 명확해야 하는데 의견만 들은 후 등록 여부를 해수부 장관이 임의로 결정한다는 것은 인가제나 허가제와 다를 바가 없다는 의미다. 이 부분은 국회에서 입법 개정을 통해 좀 더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해운업계는 전통적으로"해운인은 해운인이 인수해야 한다"라는 논리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다. 오늘날 글로벌 해운시장은 머스크, CMA CGM 등과 같이 항만, 철도, 항공까지 아우르는 종합물류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시장의 효율성과 공급망의 안정성이 중시되는 이 시점에서, 산업 간 경계는 이미 허물어지고 있다. 만약 우리만이 해운업계 내부의 논리에 갇혀 외부의 전략적 투자를 배제한다면, HMM의 미래 또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HMM과 같은 공공성이 큰 자산은 이제 단순히 '누가 해운을 잘 아느냐'의 문제를 넘어서 '누가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포스코와 같은 ESG 경영 체계를 갖춘 대형 제조기업이 HMM을 인수한다면 경영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일정 부분의 공공 지분을 유지하면서 민간 기업의 전략적 운영을 병행하는 '공공+민간 혼합 모델'은 해운업계의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며 공공과 민간 지분의 조화를 통해 투자 촉진과 책임경영은 물론 ESG 경영으로 지속 가능한 해운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포스코의 HMM 인수 추진은 해운업계의 생존 전략이자 국가 물류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해석해야 한다. 한미 무역 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해운 불황 등의 복합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전략 변화가 절실하다. 지금은 해운업계가 변화와 개방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해운업은 더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포스코의 HMM 인수가 단순한 지분 매각이 아니라, 한국 해운과 물류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이끄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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