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발표한 한미 간 ‘포괄적인 무역 합의(Full and Complete Trade Deal)’는 단순한 무역 조건 변경 수준을 넘어, 한국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변혁을 강요하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15% 관세 부과…한국 수출경쟁력 직격탄
이번 합의로 미국은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던 한국 기업들엔 엄청난 불이익이다. 미국은 일본, EU와 함께 한국에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해온 한국의 대미 수출경쟁력을 통째로 무너뜨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특히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연간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며 이 중에는 1000억 달러에 이르는 LNG 등 에너지 구매가 포함되어 있다. 겉으로 보면 상호 호혜적인 협상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의 일방적인 양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차량 시장 완전 개방…FTA의 ‘사실상 폐기’
이번 협정에서 한국은 미국산 차량과 트럭 수입을 사실상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이 그동안 끝까지 지켜온 일부 민감 품목의 개방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기존의 미국산 차량이 한국에 수입되는 수량이 극히 적었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인하여 미국산 승용차와 트럭에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실 한국은 겉으로는 수입 시장이 자유롭게 개방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동차관리법 등 60여 개에 달하는 개별법에 따라 별도 공고로 품목별 수입을 규제하고 있는 나라다. 즉 자동차의 경우에는 모든 자동차의 형식에 따라서 형식승인과 배출가스 등 환경인증 등 매우 여러 가지 수입요건이 까다롭게 적용이 되고 의약품이나 농수산물 등 많은 품목의 경우에 수량 할당, 검역과 검사에 있어서 높은 수준의 규제가 있고 결국 이러한 것들은 트럼프가 언급한 비관세 장벽(non-tariff barrier)이 너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기존 한미 FTA가 보장해온 수출 무관세 혜택은 유명무실해졌으며 한미 FTA는 ‘실질적 폐기’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이 협상을 통해 자국에 유리한 무역 조건을 확보하며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느껴온 기존 협정을 사실상 대체해버렸다. 이번 한미간에 포괄적인 무역 합의는 결국 미국에는 그동안 대미 10대 무역 흑자국 중 하나인 한국의 무역 흑자를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미국으로서는 엄청난 무역적자의 폭을 대폭 줄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자동차·철강·반도체…‘품목별 추가 관세’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들이 포괄적 15% 관세에 포함되는지 별도 고율 관세가 적용될지는 향후 한국 산업에 큰 영향을 줄 중요한 변수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합의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 흑자국의 무역수지 균형을 맞출 기회를 확보했으며, 막대한 무역적자 해소에 실질적 수단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제조 기반의 미국 이전…한국 고용시장 위기
이번 미국과의 포괄적 무역합의로 더욱 우려되는 점은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가 국내 제조업의 미국 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이는 국내 생산 기반 약화, 내수시장 축소, 고용 감소라는 3중고를 일으킬 수 있다.
제조업은 고용 유지를 위한 가장 안정적인 산업임에도 국내 산업구조는 이미 서비스업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상황이다. 이번 무역협정은 그나마 남아있던 제조업 기반까지 미국으로 옮기게 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고용시장 전반의 재편과 실업률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사실 미국이 오늘날 제조기반이 쇠락하고 3차 산업 위주로 가게 된 원인도 일정 부분에 제조기반이 있어야만 안정적인 고용 유지가 가능한데 그게 무너진 것이다. 한국도 그간 글로벌 소싱과 국내 내수 부족으로 인해 제조산업 비중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최근 3차 산업의 비중이 커지게 된 것 역시 근본적으로는 산업 구조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을 것이다.
◆해운물류 산업에도 직격탄…공급과잉 우려 현실화
제조업 기반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면 이에 따라 한국 해운물류 산업의 물동량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팬데믹 시기 호황을 누렸던 HMM 등 해운기업들은 이미 SCFI 지수의 6주 연속 하락이라는 경고신호를 받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컨테이너 선대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향후 해상운임 하락과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따라 해운기업은 기존의 단일 해상운송 모델에서 벗어나 물류 다각화 전략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중남미,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을 과녁으로 한 물류 인프라 개발과 협력사업이 요구된다.
◆트럼프의 전략은 ‘리쇼어링’…한국은 ‘손해 보는 협상’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강하게 주장한 이번 무역정책의 핵심은 미국 내 제조업 부활, 즉 ‘리쇼어링(reshoring: 생산시설 국내이전)’이다. 해외에 나간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고 삼성, LG, 현대, 기아 등 외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워 제품을 생산토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 수십 년간 미국이 국내에서 생산했던 자동차 철강 화학 반도체 전기 전자 등 많은 산업을 폐지 또는 축소하면서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베트남 EU 등의 국가에 있는 공장이나 미국기업의 해외 현지 공장으로부터 자신들이 필요한 상품들을 대량으로 수입했던 시대가 이제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미국 노동자의 고용을 확대하고 동시에 해상물류 비용과 비효율성을 제거하여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명확한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무역수지의 균형을 되찾지만, 한국은 이익의 상당 부분을 상실한 불균형한 협상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이토록 강하게 밀어붙인 이유는 바로 미국 내에서 한국 일본 베트남 대만 등 국가들이 미국 내에 공장을 짓고 물건을 제조 생산해서 미국 현지에서 팔면 된다는 것이고 그것이 실현될 때는 미국 노동자의 고용 창출 효과는 물론이고 글로벌 해운 물류비용의 절감과 굳이 선박이 없는 미국의 상대적 불리함을 커버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국 일본 베트남 중국 대만 EU 등의 대미 무역 흑자는 사라지게 되고 미국은 천문학적인 무역적자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미국은 다시 과거처럼 제조 강국의 부활이 가능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한국경제, 체질 개선 없이는 지속 불가능
결국 이번 협상은 Win-Win이 아닌 Win-Lose 협상이었다. 미국은 전략적 이익을 확보했지만 한국은 그동안 유지해온 무역상 특혜와 경쟁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이제 한국경제는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 없이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전자 등 주력 산업은 물론이고, 해운물류 산업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국가적 대응 전략과 산업 정책의 전환과 근본적 변혁이 필요하다.
지금은 단순히 한미 간 무역 논쟁거리를 넘어, 한국의 산업 정책 전반을 재설계할 시점이다. 특히 필자가 관여해온 해운물류 산업의 경우, 해운기업은 미국·유럽 중심의 물동량 의존도를 줄이고 신흥국 대상의 복합물류체계 구축과 전략적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해운기업은 기존의 해상운송 사업에만 치중함으로써 경영 리스크를 상시로 안고 있기보다는 해운 관련 혹은 물류 관련 사업 다각화를 꾀하여 글로벌 경기 변동이나 해운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해운기업은 미국과 유럽에 대한 물동량 의존도를 낮추면서 그동안 집중하지 않았던 중남미 중동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국가들에 대한 제조 수출과 해운물류 분야의 진출확대를 위하여 해운 항만 항공 철도 복합운송 창고 등 물류 인프라 기반을 조성하고 그러한 국가나 해외 기업들과의 협력사업에 투자하여 적극적인 해운 물류 영토의 확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정부 또한 산업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무역 합의는 단기적인 손익을 넘어 한국경제가 글로벌 산업 생태계 내에서 어떤 포지션을 가져갈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묻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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