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미국 기업의 인공지능(AI) 칩 사용 제한 압박을 가하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들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원대로 잠정 집계되면서 AI칩으로 번진 미중 무역 갈등이 삼성전자 실적 악화로 이어질지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미중 반도체 갈등이 AI칩으로 확대될 경우 양사 실적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AI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등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 HBM3와 HBM3E(5세대)는 엔비디아의 베스트 제품인 호퍼 시리즈 H100과 H200에 탑재되고 있다. 해당 AI칩은 현재 중국 수출이 제한된 상태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 중 중국 수출 물량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상황은 조금 다르다. 실제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로 고사양 제품을 제외한 하향 조정 칩인 H20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해당 AI칩에는 삼성전자 HBM3(4세대)가 탑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7월 반도체 컨설팅 업체 세미애널리시스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올해 100만개 이상 H20 반도체를 중국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 삼성·SK하이닉스 HBM 대체 불가…美 대중 반도체 규제가 관건
중국의 미국산 AI칩 규제에 따른 국내 반도체 기업의 부정적 영향이 제기되는 반면 또다른 일각에선 한시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경우 시장이 이동할 뿐 공급량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HBM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도원빈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중국에서도 AI칩이 그만큼 만들어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수출처 즉 매출처가 옮겨갈 뿐이지 전반적으로는 밸런싱 아웃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AI칩을 만들 경우에도 결국 HBM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가 장착돼야 하는데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을 제외할 경우 HBM 공급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도 연구원은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실상 독과점이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엔비디아 AI칩 대중 수출 물량이) 빠진 만큼 중국에서 그만큼 상쇄할 수 있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국이 당장 AI칩 공장을 가동해 양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테니 중국 당국의 미국산 AI칩 규제로 출고량 감소는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물량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지만, 중국 AI칩 성능이 저조한 만큼 HBM이나 메모리 반도체 수준이 하향 평준화돼 고가인 고성능 HBM보다 판매 단가가 낮아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도 고려했다.
이번 중국의 미국산 AI칩 규제가 실제 시장에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업계는 앞서 중국이 목표한 반도체 자급률 성과가 저조한 만큼 AI칩 자체 생산도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에서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제시한바 있다. 중국 반도체 자급률은 2021년 기준 16.7%로 2026년까지 21.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중국의 미국산 AI칩 규제를 빌미로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한층 강화해 우리 반도체 기업에 동참을 요청할 가능성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 차관은 한국산 HBM의 중국 수출 규제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아직까지 어떤 제품이 포함될지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바이두와 텐센트 등 중국 기업에 HBM2E 등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미국이 저사양 HBM 제품까지 대중 반도체 규제를 적용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도 연구원은 “지금 중국이 미국 AI칩 제한을 하겠다는 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미국이 추가적인 제재를 가하려고 하고 거기에 한국까지 동참을 시킨다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아직 미국 쪽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는 상태는 아닌 것 같고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대중국 추가 제재에 대한 움직임이 있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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