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금융지주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하 밸류업)에 힘을 주면서 지주사 회장들이 직접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해외 IR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해외 IR활동은 취임 후 단 한 차례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의 해외실적 또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밸류업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 ‘해외투자자 유치’ 금융지주 수장들 해외로…임종룡 소극적 행보
12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현재까지 IR을 위해 해외로 떠난 것은 2023년 9월 런던 출장이 전부다.
이와 달리 타 금융지주 회장들은 적극적인 글로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장 많은 IR출장을 떠난 회장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다. 2023년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일본으로 출국했고 올해엔 지난 5월 미국 뉴욕으로, 지난달엔 일본에서 신한금융그룹 애널리스트 데이에 참석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023년부터 지난달까지 싱가포르, 홍콩, 호주로 떠났고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올해 취임 후 캄보디아,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글로벌 활동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투자 유치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이에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직접 해외로 나가 해외금융 IR을 개최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4대 금융지주 중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KB금융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76.32%, 신한지주 60.56%, 하나금융지주 69.83%, 우리금융지주 42.85%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지방 금융지주인 DGB금융지주(44.48%)보다 낮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실무자 라인에서 해외투자자를 만나는 것과 조직의 수장이 해외로 가서 투자자를 만나고 투자 가능성이 있는 분들을 만나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신뢰도’의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며 “금융지주 회장님들의 글로벌 IR 활동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도 “해외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CEO의 말과 직원의 말은 무게가 차이가 있다”며 “특히 현재 금융주는 해외투자자 비율 자체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밸류업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하반기에도 글로벌IR 활동은 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금융, 글로벌 경쟁력 위해 금융사 인수 계획…해외실적은 부진해
이와 함께 우리금융은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통한 밸류업을 위해 금융사 인수 등도 계획하고 있지만 현재 해외 법인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4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만 해외법인 실적이 악화되기도 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해외법인 11곳이 거둬들인 순이익은 2279억원으로 전년(2883억원) 대비 약 21% 줄었다.
지난 3월말 1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은 “글로벌 확장을 위해 동남아와 인도 등 다양한 금융사 인수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 중심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꿈꾸는 우리금융이지만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분기 우리금융이 해외에서 거둔 당기순이익은 7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10% 감소했다. 특히 핵심지인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과 베트남우리은행의 순이익이 각각 25.3%, 23.4% 감소했다. 이 지역들은 우리금융그룹이 ‘2nd Home(세컨드 홈)’ 전략 아래 리테일, 기업금융 등 현지 영업력 강화에 공들이는 곳이다.
캄보디아우리은행은 지난해 1분기 130억 83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 1분기엔 적자로 돌아서 68억 93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브라질법인인 브라질우리은행 역시 올 1분기 1억 17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폭이 크게 늘었다.
◆ 밸류업 위해 증권·보험사 인수추진…업계 반응 ‘미지근’
우리금융은 밸류업을 위해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우리금융은 지난 5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고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오는 8월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한다. 또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은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을 초대형 투자은행(IB)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포스증권과 우리종금의 자기자본금은 각각 500억원, 1조 1000억원에 불과하다. 초대형 투자은행이 되려면 최소 자기자본금 4조원을 갖춰야 한다.
보험사 인수의 경우에도 당초 롯대손해보험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우리금융이 가격에 대한 부담 등의 이유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동양생명·ABL생명의 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과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결국 인수가격이 관건이겠지만 시장의 관심이 자본비율 상향 및 주주환원율 확대 등 온통 밸류업에 쏠려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M&A를 통한 비은행 확대는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이라는 점에서 검토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승건 KB증권 연구원 역시 “경쟁 금융지주 대비 낮은 CET1속에서 우리투자증권 출범, 생명보험사 인수를 위한 실사 진행 등 비은행 자회사 확장이 추진되면서 주주환원율 제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금융은 오는 3분기 밸류업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달 우리금융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보고 및 논의를 진행했으며 이를 3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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