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NSP통신) 김종식 기자 = 경륜의 꽃으로 불리는 특선 급이 최근 무섭게 변하고 있다. 슈퍼 특선 등 일부 강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등급에서 어느새 가장 치열한 등급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과거 출발부터 마지막 결승전을 통과할 때까지 거의 일자 주행으로 마무리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선두유도원의 퇴피 직전부터 서두르거나 선행 다툼, 젖히기, 마크, 추입 등 반전의 연속으로 고객들이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 나 임채빈이야! 그런데 자리를 안 내준다고?
지난해 전대미문의 시즌 전승을 기록한 임채빈(SS, 25기, 수성)은 강력한 선행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과거에는 이런 임채빈의 뒤를 따라가기만 해도 2위, 3위 입상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막강한 임채빈을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임채빈이 앞에만 와줘도 감지덕지하고 그런 그의 뒤는 명당 중의 명당이었다.
하지만 임채빈은 2주 전 펼쳐진 스포츠서울배 결승 경주에서 초반 원하는 위치 선정에 실패하고 설상가상으로 동서울팀의 견제로 인해 위험천만한 상황을 경험했다.
앞서가던 정종진(SS, 20기, 김포)이 젖히기로 맞서지 않았다면 자칫 내선에 갇히거나 진로가 막힐 수 있었다.
항상 쉽게 우승을 차지하던 임채빈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너무나 힘든 경기였고 운이 따랐다고 자평할 정도였다.
◆ 달라진 동서울팀, 개인전 못지않게 팀전도 볼거리
이날 경륜의 쌍두마차 임채빈과 정종진의 간담을 서늘케 한 것은 동서울팀이었다.
전원규(SS, 23기), 정해민(S1, 22기), 신은섭(S1, 18기), 정하늘(S1, 21기), 김희준(S1, 22기) 등 동서울팀은 스타급 선수들을 가장 많이 보유한 팀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한동안은 정종진, 현재는 임채빈에게 눌리며 그랑프리 우승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점점 전성기가 지나고 있는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위기의식을 넘어 한으로 남게 된 것이다.
특히나 강한 선수들을 상대로 마크 위주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고객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확실히 달랐다. 비록 우승은 내줬지만, 시종일관 주도권을 쥐며 경륜의 쌍두마차 임채빈, 정종진과 정면 승부를 통해 값진 입상을(2위 정해민, 3위 전원규) 얻어냈기 때문이다.
과거 1위 선수를 따라만 가서 따낸 입상과는 엄청난 차이이다. 덕분에 경기가 끝난 이후 동서울팀을 칭찬하는 고객들의 게시글이 넘쳐났다. 이날 명승부의 숨은 주역은 동서울팀인 것이다.
동서울팀을 신호탄으로 경륜을 대표하는 강팀들의 정면 승부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고객들에게는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후일담도 많아지니 흥행 면에서도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 2위, 3위에 만족하지 않는 도전자 속출
과거에 각 경주의 고득점자들이 선행과 마크를 두며 비교적 편안하게 경주를 이끌어 왔다면 이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누가 언제 뒤에서 기습으로 반격할지도 모르는 벨로드롬의 치열한 승부의 세계가 펼쳐진 것이다.
특선 급 중에서 중간 순위인 정정교는 2주 전 토요일에는 슈퍼특선반 양승원(SS, 22기, 청주)과 일요일에는 류재열(S1, 19기, 수성)과 황인혁(S1, 21기, 세종)을 연이어 제압했다.
특히나 일요일은 두 명의 수성팀, 그리고 세 명의 충청권을 혈혈단신으로 이겨내 더욱 의미가 있었다. 본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은 물론이고 득점도 수직으로 상승해 앞으로 경기에 더 편하게 임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양승원은 이와 대조적으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슈퍼 특선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8경기에서 단 1승만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 부진은 컨디션 난조나 여러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만 약점을 파고드는 도전 세력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야 했다.
양승원은 지난해 성적 3위에서 현재 10위까지 추락했다. 두 선수의 모습은 현 특선 급의 변화무쌍하고 냉정한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도전자들이 이제는 2위, 3위에 만족을 못 하는 것이다.
경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 강자들 또는 각 팀 간의 정면 승부를 보고 싶어 하는 고객들의 열망과 이 취지에 부응하여 개선한 경주제도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요예선으로 첫날의 뜨거운 승부가 토요일 독립대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 순위 간 득점이 과거 1점에서 2점으로 벌어지며 한 경주 한 경주가 선수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소중해졌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반기별 승강급은 물론이고 평소 대진표나 경기 전개의 유불리가 득점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무척이나 예민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올해부터는 대상경주 출전 자격이 성적순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이에 관한 관심은 고객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 역시 뜨거울 수밖에 없다. 개인전은 물론이고 어느 팀에서 몇 개의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느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절대강자 임채빈과 정면승부를 시도하는 것도 모두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원년부터 전문가로 활약해 온 예상지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올해로 30년을 맞이하는 벨로드롬에서 그동안 수많은 스타와 각종 명승부를 봐왔지만 지금처럼 뜨겁진 않았던 것 같다”라며 “한 번만 보기에는 아까울 만큼의 명승부들이 쏟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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