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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김지수 전남대 법학전문 교수,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NSP통신, NSP인사 기자, 2021-10-29 16:31 KR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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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통신-김지수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동양법철학)
김지수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동양법철학)

(서울=NSP통신) NSP인사 기자 = 갑자기 등장한 ‘화천대유(火天大有)’가 전국 민심(民心)을 들끓게 한다. 조그만 자산관리회사가 정국에 태풍의 중심이 된 것은 아마도 주역(周易) 괘나 아는 철인(哲人)이 작명(作名)한 덕분일까?

이름만으로도 일반인에게 생소하면서 참신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데, 작은 불씨가 광활한 산(山)과 들을 순식간에 다 집어삼키듯, 자그만 자본금으로 엄청난 천문학적 대박횡재를 거듭 하고 있다니, 가히 세간의 이목을 빨아들일 초대형 태풍급 화제다.

게다가 여당 유력 대선 주자가 거쳐 온 전·현직 지자체장 직권과 관련 있다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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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는 주역 64괘 중 14번째 괘로, 위에 리(離: ☲)괘와 아래 건(乾: ☰)괘가 합쳐져, 불이 하늘 위에 있어 만천하를 비추는 형상이다. 불은 일월성신 같은 광명을 상징해 문명(文明)을 뜻하는데, 하늘에 해와 달과 별이 지상 만물을 두루 비춰 길러주듯, 군왕‧천자와 군자가 도덕 문명으로 백성을 교화해 천하를 크게 향유한다는 뜻을 함축한다.

괘상을 보면 6효(爻) 중 상괘(上卦) 가운데 군주 자리만 온유한 음효고, 하괘(下卦) 가운데 신하 자리를 비롯해 나머지 5효 모두 강건한 양효다. 온유한 덕성의 군주가 강건한 씩씩한 신민들의 옹호‧보좌로 덕치‧ 예치의 교화를 두루 행해 천하태평을 이루는 상징이다.

그래서 상전(象傳)은 불이 천상에서 비추니, 군자는 일월처럼 광명정대한 문명교화로 죄악을 막고 선행을 선양해 아름다운 천명에 순응한다고 풀이한다.[象曰: 火在天上, 大有. 君子以遏惡揚善, 順天休命.] ‘화천대유’ 바로 앞 괘가 바로 ‘천화동인’괘다.

상하괘를 서로 맞바꾼 모습으로, 하늘 아래 불을 상징한다. 아래 리괘 가운데가 음효로 온유한 신하들이 중정(中正)의 지위에서 문명의 덕으로 일심동체 인화단결하여 위에 강건한 군주에게 호응하는 형상이다.

그래서 단전(彖傳)은 “문명으로 건설해 中正으로 호응하니 君子의 올바름이다. 오직 군자만 천하의 뜻에 통달할 수 있다”(文明以建, 中正而應, 君子正也. 唯君子爲能通天下之志)고 말한다.

천화동인은 그 바로 앞괘인 ‘비(否)’괘의 곤궁역경을 타파하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동심협력함을 상징하고, 그 바탕 위에서 화천대유의 경지가 펼쳐진다. 허나 달도 차면 기울고, 비룡도 극도에 이르면 후회하듯, 화천대유의 득의양양도 이내 사양길에 접어들기 십상이라, 그래서 겸손하게 신중하라고 바로 ‘겸(謙)’괘로 이어진다.

주역(周易)의 ‘역(易)’은 바뀌는 변화성과 불변의 항상성, 그리고 간단명료한 평이(平易)함을 동시에 함축한다. 항상 불변하는 본체의 도(진리)를 체득해, 변화의 물결을 부드럽게 타면서, 천하대동의 공동선을 실천해 만백성이 두루 행복한 세상을 여는 것이 주역이 지향하는 군자의 사명이자 길이다.

그런데 역사상 간교하고 사악한 소인배들이 도덕의 ‘미명(美名)’을 훔쳐 성현과 경전의 실질 정신을 왜곡‧거역하여 온갖 부정비리를 저지르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구실과 핑계로 삼아왔다. 12·12. 하극상 쿠데타로 5·18 광주민주시민을 대량 학살한 전두환‧노태우 신군부가 ‘민주정의’를 당명으로 내걸어 더럽힌 오욕의 현대사도 있지 않은가.

주역 괘나 좀 아는 어느 역술가가 작명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괘의 이름과 문자만 훔쳐 거창한 ‘미명’을 지어주면서, 과연 그 정신과 본질원리도 제대로 소상히 일깨워준 것인지, 그 사례로 얼마나 받았는지 모르나, 그 대가로 공공이익이 얼마나 강탈당하고 정치·사회·경제적 파장은 얼마나 막대한지, 국민적 분노로 인한 정신심리상 폐해와 후유증은 또 얼마나 될지 모른다.

간교하고 사악한 소인배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주역의 원리가 있다. 주역은 음양의 상대적 수시변화를 상징하는지라, 생명의 민감한 기동성과 자연[신명]의 신비한 미묘함이 어우러져 펼쳐진다. 따라서 주체인 인간 마음의 선악 의지‧동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제아무리 완벽한 천하 명당자리도 복덕이 없는 사악한 인간이 쓰면 최악의 흉당(凶堂)이 됨은 풍수지리학의 기본상식이다.

여담(余談)인데, 필자가 전남대 교수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돼 후배 아버님이 나한테 비전(秘傳)의 한문필사본 풍수지리 책을 보여주며, 번역 소개하면 대박이 날 거라고 권청해왔다. 풍수학에 익숙지 않은 내가 죽 보니 용어도 어렵거니와, 책 말미에 “만약 길지를 얻고자 한다면, 적선만한 게 없도다!”라고 적힌 두 구절을 보고, 그 자리서 번역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사양하고 돌려드렸다. 유력 여당 대선 주자는 ‘화천대유’를 자신이 성남시장 당시 ‘설계’했다고 한다.

이미 대권 야망을 품고 미리 주도면밀한 계획을 구상 실천해온 듯하다. 그러나 매우 애석하게도 그는 가장 결정적 핵심관건을 놓쳤다. 바로 ‘군자’의 마음과 ‘중정(中正)’의 자세로 출발해, 죄악을 막고 공동선을 실천해야 하는 ‘천명(天命)’을 간과한 것이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건괘와 불을 상징하는 리(離)괘가 들어있다.

하늘 위아래 불을 상징하는 리괘는 정상적인 군자 경지에선 일월성신 광명을 가리키지만, 일탈 왜곡된 소인배 입장에선 번갯불과 청천벽력 같은 천불(天火)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간교하고 사악한 음흉한 계략으로 사리사욕을 추구하다가는 천불과 천벌을 받는다는 경종이 담겨 있다. 민심이 천심이니, 민심을 얻어야 천심(天心)=천명(天命)을 얻을 수 있다. 다른 한편, 리(離)괘는 불과 광명 말고도, 그물눈과 그물눈처럼 얼기설기 맺은 설형문자도 상징한다. 그물눈은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걸러 붙잡는 기능을 갖는다. 그래서 ‘리(離)괘’에는 ‘걸리다(리(罹)=이재민(罹災民))’는 뜻도 있는데, 아름다울 려(麗)자에도 걸리다는 뜻이 있다.

즉, 화천대유는 ‘하늘 위에 그물’을 상징하는 의미로 해석도 가능하여, 로자(老子)가 말한 ‘천망(天網)’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로자는 “하늘 그물은 그물눈이 아주 커서 텅 빈 듯하지만, 천지만물 중에 그 자연법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일깨운다. 천화동인 괘도 ‘하늘 아래 그물’을 상징하니, 곧 지상에 국가법망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국법의 그물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해야 하므로, 동인(同人)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국법 그물에 걸려들면 국법의 준엄한 심판과 처벌을 면할 수 없음이 공평하고 정의로운 법질서라는 뜻이리라!

세상만사는 새옹지마와 같다. 로자(老子)는 “화禍에 福이 의지해 있고, 福에 화禍가 잠복해 있다”(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고 일깨운다. 군자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지만, 소인배는 감로도 독약으로 변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용심(用心)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가 된다. 공자는 말했다. “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그게 진짜 큰 잘못이다!” 잘못을 고치는 주체는 가장 좋은 게 자신이지만, 그게 안 되면 국가의 합법적 절차상 공권력에 의한 정당한 처벌과 국민의 심판이 기다릴 것이다.

下離上乾
同人于野, 亨, 利涉大川, 利君子貞. 彖曰: 同人柔得位 得中而應乎乾. 曰同人. 同人曰. 同人于野亨利涉大川 乾行也. 文明以建, 中正而應, 君
子正也. 唯君子爲能通天下之志. 象曰: 天與火同人, 君子以類族辨物. 下乾上離
大有, 元亨. 彖曰: 大有, 柔得尊位, 大中而上下應之, 曰大有. 其德剛健而文明, 應乎天而時行, 是以元亨. 象曰: 火在天上, 大有. 君子以遏惡揚善, 順天休命. 九三: 公用亨于天子, 小人弗克. 象曰: 公用亨于天子, 小人害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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