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NSP통신) 김성철 기자 = 권향엽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김건희 여사의 바쉐론 시계 수수 의혹과 관련된 대통령경호처 로봇개 도입 사업 최종결재자가 김성훈 전 경호차장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경호처는 ‘AI 과학경호·경비 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AI CCTV, 로봇견, 경비드론, 무인 경비차량 등을 운용하기 위한 통합관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 최종결재자는 김용현 경호처장이었다. 이 사업의 세부사업 중 하나로 경비용 로봇견 도입이 추진됐고 당시 기획관리실장이던 김성훈이 최종결재자였다.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대통령경호처에서 최초로 로봇개가 등장한 건 지난 2022년 6월 10일 작성된 ‘AI기반 유무인 복합 경비로봇 활용방안’에서다. 4족 보행로봇, 즉 로봇개가 야외 경비안전 목적 운용에 유리하다는 내용과 함께 대표적인 로봇개 회사인 고스트로보틱스, 보스턴다이나믹스, 레인보우로보틱스 3사(社)의 로봇개 사진, 성숙도, 스펙이 간단히 비교돼있다.
바쉐론 시계 수수 의혹과 연관된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 사진 위에는 ‘6월 임시개방 시 시험운용’이라고 적혀있다. ‘구축계획’에는 2022년 9~12월까지 4개월간 임차비 1800만 원에 ‘시범운용’, 2023년 2월 이후 12억 원 규모로 ‘도입운용’이라고 기재돼있다. 12억 원에 달하는 로봇개 도입사업을 위해 시험운용과 시범운용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이 보고자료는 지난 6월 14일자, 김성훈 기획관리실장 전결로 결재됐다.
서성빈 전. 드론돔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게 바쉐론 시계를 주문하러 왔다며 전화한 시점은 지난 8월 초 정도다. 이 시점 직후인 8월 16일 대통령경호처는 기존에 ‘위치추적장비 시범도입’ 사업에 편성됐던 예산을 변경해 로봇개(경비로봇) 임차비 1800만 원을 편성했다. 예산 변경에 관한 공문 역시 김성훈 기획관리실장이 최종결재했다.
지난 8월 30일 대통령경호처가 작성한 ‘경비용 로봇견 사업 집행계획 보고’에는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에 대한 ‘독점판매 권한’을 확인하는 문서가 첨부돼있다. 먼저 고스트로보틱스 미국 본사와 한국지사인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체결한 독점판매 계약서 요약본이 있다. 국내 로펌이 계약서 원본을 한글로 요약해 송부한 자료로, 제출 일자는 지난 8월 23일이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와 드론돔의 총판 관계를 증빙하는 ‘총판파트너 계약서’도 첨부됐다. 두 회사는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가 용산 대통령실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난 6월 이전이 아니라, 이후인 지난 7월 1일에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문서들은 지난 9월 2일 ‘AI과학경호기획담당관실 예산집행 계획 보고(경비용 로봇견 사업)’ 내부공문으로 결재됐다. 최종결재자는 역시 김성훈 기획관리실장이었다.
대통령경호처가 고스트로보틱스 한국지사가 아닌 드론돔과 계약을 체결한 점은 다소 의아하다. 권향엽 의원실이 서성빈 씨와 직접 통화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고스트로보틱스 미국 본사는 로봇개 한 마리를 2억 5000만 원에 한국지사에 넘기고 한국지사는 3억 2000만 원에 드론돔에 팔고 드론돔은 4억 원에 판매하는 구조다. 대통령경호처는 같은 제품을 더 비싸게 파는 곳과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12억 원의 본계약이 예정돼있는 상황에서 이런 복잡한 계약구조를 택한 건 서성빈 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권향엽 의원은 “김성훈 경호차장이 대통령경호처 로봇개 도입 사업을 총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때부터 ‘김건희 호위무사’로 인정받기 시작한 게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김건희 특검에서 바쉐론 시계의 대가성을 따지려면 1793만 원의 임차계약이 아니라, 이미 예정돼 있었던 12억 원의 본계약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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