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NSP통신] 박광석 기자 = 경상대 한문학과 허권수 교수의 학문과 인격을 흠모하는 전국의 유림 및 각계인사들이 허 교수가 학문을 더욱 크게 발전시키고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도록 모임을 준비해오다 정식 후원회를 창립했다.
아마도 국내에서 교수 개인의 연구 활동을 후원하기 위한 모임이 창립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허권수 교수 연학(硏學) 후원회’가 18일 낮 12시 연암공업대학 강당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이날 창립대회에는 전국에서 참여 의사를 밝힌 각계각층의 인사 35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석했다. 앞으로 소식을 들은 더 많은 인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다.
대회는 개회 경과보고 대회사 축사 총회 회장 수락인사 허권수교수 감사인사 폐회 등의 순으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유계(儒契), 학계(學契)라는 것이 있었다.
어떤 큰 학자가 한 분 나와 강학(講學)해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고 저술을 남기고 명망(名望)이 높아가면 주변에서 그 분을 위해서 계(契)를 결성하는 것이다. 대개 환갑을 계기로 결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학자가 학문에 전념하면서 저술활동과 제자양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중에는 그 학자의 저서를 간행하는 등 추숭사업(推崇事業)을 하는 모임이었다. 오늘날 개념으로 보면 후원회, 기념사업회같은 성격이다.
조선말기에는 유계(儒契), 학계(學契)가 전국적으로 수천 개가 넘었다. 이는 우리 민족이 학문을 좋아하고 학자를 존중한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런 좋은 전통이 안타깝게도 오늘날은 거의 다 사라지고 말았다.
준비위원회는 “한 명의 큰 학자가 나오면 그 집안이나 그 지역뿐만 아니라 나아가 한 나라의 도움이 되고 빛이 된다. 학자가 나와 그 지역의 학문과 문화를 일으키면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혜택을 입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권수 교수는 1952년 음력 1월 18일 경남 함안군 법수면에서 출생해 어릴 때부터 한문학에 뜻을 두고 고향에서 7년 동안 한문을 공부했다. 국내 한문학계의 태두 연민(淵民) 이가원(李家源) 선생께 사사하며 학문에 매진해 왔다.
지난 1983년 경상대에 부임 이래 30년간 제자양성과 저술활동을 해왔다. 그동안 경상대 한문학과 개설과 남명학연구소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해 우리 전통학문과 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금은 학계에 명성이 자자한 학자다.
논문으로는 ‘강희자전(康熙字典)의 한국 전래와 수용’ 등 70여편, 저서로는 ‘조선후기 남인과 서인의 학문적 대립’ 등 70여권이 있다.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소장, 우리한문학회 회장, 한국한문교육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지금은 연민학회 회장으로 있다.
지금까지 퇴계학술상, 사미헌학술상(四未軒學術賞) 등을 수상했다. 유림활동으로는 도산서원(陶山書院) 재임(齋任) 등을 지냈다.
권영달 준비위원장은 “허권수 교수의 장서는 5만권이 넘는데 읽은 책을 책장으로 계산하면 400만장이 넘는 분량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볼 수 없는 일이고 옛날에도 볼 수 없는 일”이라면서 “허권수 교수에게서만 볼 수 있는 전무후무하고 놀라운 한문학계의 고귀한 존재”이라고 설명했다.
준비위원회는 이러한 허권수 교수의 학문과 인격을 흠모해 그가 학문을 더욱 크게 발전시키고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도록 관심을 갖고 후원하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해 온 몇몇 사람들의 발의에 전국의 각계각층의 인사 350명이 호응해 이번 ‘허권수교수연학후원회(許捲洙敎授硏學後援會)’를 창립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허권수 교수 개인의 학문연구를 후원하는 단체로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국내의 학문 발전이나 경상우도(慶尙右道)의 학문 발전을 위해서도 크게 고무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경상대 대학원을 마친 수십여 명이 이 같은 모임을 준비했으나 허권수 교수의 강력한 만류로 무산된 적이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다시 전국의 유림 및 각계인사들이 준비모임을 가지기 시작해 이날 창립대회를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
준비위원회에는 성균관 부관장을 지낸 하유집 원로와 조훈래 함안문화원장, 산청의 전.현직 문화원장을 지낸 정태수, 권영달 선생과 덕천서원의 조온환 내임, 진주향교 한기인 전교, 심동섭 사무국장, 연암공대의 문영동 팀장 등 10여 명이 함께했다.
이후 1월 중순경 후원회 회원을 모집했는데 불과 1개월여 만에 350여 명의 회원이 입회원서를 보내오는 등 열기가 매우 뜨거웠으며 그 사이 모은 후원금은 2500만 원을 넘어섰다.
허권수 교수 연학후원회는 이날 창립대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허권수 교수의 학문연구를 지원하고 기념하는 사업 ▲학문 연구 업적물의 발간 보급 ▲전통문화 계승과 윤리도덕 회복을 위한 학술적 회합 ▲고전강의와 학술강연 ▲학술상 시상 등을 해나갈 계획이다.
한편 허권수 교수는 지난 2005년에도 후원회 결성을 극력 만류했고 이번에도 끝까지 사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경상대 교수와 제자들에게도 일체 알리지 못하고 행사를 조용히 치르게 됐다는 후문이다.
박광석 NSP통신 기자, bgs77@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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