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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이정윤 개인전 ‘일상의 서커스:통로들(Passages)’

NSP통신, 도남선 기자, 2015-09-02 10:00 KR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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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오는 11일까지 동아대 부민캠퍼스 석당 미술관 2층서 열려... ‘이정윤 교수가 전하는 색다른 소통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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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NSP통신) 도남선 기자 = 설치미술가 이정윤 교수(동아대 미술학과)의 열한번째 개인전 ‘일상의 서커스:통로들(Passages)’가 1일부터 동아대 석당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2009년부터 ‘코끼리 연작(A Trunk Project)’, ‘왕복여행프로젝트(Round Trip Project,2012-)’, ‘여행하는 미술관(Portable Museum, 2014-)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관객과의 소통의 장을 넓혀온 이정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몇 가지 소통의 방식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16m의 복도가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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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이 교수의 올해 신작인 ‘실크로드(Silk Road)’가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실크로드는 지난 1월부터 SNS를 통해 수집한 일반인들의 사용하던 넥타이 수백 점을 손바느질로 엮어 만든 카페트.

이 교수는 넥타이에 얽힌 기억과 사건들도 다양하다고 한다.

정년퇴임을 하고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는 아버지의 이야기와 돌아가신 아버지의 옷장에서 기억을 정리하며 보낸 넥타이, 사회 초년생 때 매던 촌스럽지만 추억이 담긴 넥타이, 그리고 늘 바쁜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돌아가신 후 넥타이를 정리하며 눈물 흘린 이야기 등 작품의 재료를 보내주는 관객들이 옷장을 열었을 때의 기억은 그들의 삶 만큼이나 다양한 것이다.

그리고 전시장에서 펼쳐진 이 수많은 넥타이들 위를 또 다른 관객들이 걸어간다.

그리고 아마도 또 다른 기억과 장소는 작품을 매개로 중첩될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관객참여형 예술에서 흔히 나타나는 물질로써, 재료로써 작품의 일부가 되는 지점을 분명 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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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미터의 긴 복도가 끝이 나고, 우측으로 꺾어진 복도의 천정에는 마치 고드름처럼 100여개의 장변2미터 크기 하이힐 뒷굽모양의 붉은빛 반투명 풍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Healing Heel road, 2015).

관객들은 작품 사이사이를 피하며, 혹은 손으로 밀면서 동선을 확보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시각으로 체험’ 하는 것이 아니다.

관객은 물리적으로 작품의 일부가 되며 관객의 행동에 따라 작품이 보여지는 외형도 달라지게 된다.

이렇게 풍선들로 가득한 복도를 헤집고 지나가면 미술관의 2층 전시실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예상 밖의 또 다른 통로가 기다리고 있다.

기존의 미술관 구조는 전혀 인지 할 수 없도록 입구가 봉쇄되어 있으며 작품에 나있는 단 하나의 문으로 내부 진입이 가능하다.

지퍼를 열고 작품 내부를 들어가면 20여미터에 달하는 공기터널 (The Passage: Trunk 2015)을 걷게 된다.

외부는 물컹거리는 부드러운 소재의 섬유이며 아주 옅은 코끼리 주름 같은 피부 결 무늬가 전사되어 있다.

공기터널의 내부는 순백색이며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광원이 곳곳에 설치된다.관객들은 긴 공기관을 지나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밖으로 나가면 비로소 그들이 지나왔던 길의 외형과 그 구조를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구조물을 바라보면, 그곳을 지나는 또 다른 관객들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

결코 본인은 본인이 지나왔던 통로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볼 수도 없으며, 타인의 모습도 그 그림자만 인식할 수 있을 뿐 실체를 인지하기는 어려운 구조물인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삶의 여정과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에 서 있을 때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인지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 ‘현재’를 벗어났을 때만이 지나왔던 길에 거리 두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통로를 빠져 나온 관객들은 넓게 펼쳐진 전시장 내부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아니, 어떤 작품다운 작품을 볼 수 없다.

오직, 바닥에 광목천으로 만든 백색에 가까운 200여개의 방석(You are Invited, 2015)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 방석 위에는 공기터널 내부의 관객들의 실시간 이미지가 전사된다.

이를 통해 이전의 공기터널 작품에서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 작품의 일원으로서,혹은 주인공으로서 역할 했던 관객들은 이제 다시 ‘관객’ 으로서 자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또 다른 작품 내부의 관객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이정윤 교수는 주목하고 있다.

‘예술’이라는 것이 대단히 특별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일상에서 자신이 주인공인지도 모른 채 예술을 경험하고 있을 지도 모르며,삶 순간 순간이 예술임을 잊고 산다.

그리고 예술은 그저 특별한 사람들이 향유하는 것이라 치부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교수는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예술은 특별한 누군가가 행하거나,경험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모두의 것이 될 수 있음을.

한편, 2일 진행되는 오프닝퍼포먼스는 2015 부산문화재단 다원매개 프로그램/젊은 연출가 프로젝트 지원을 받게 된 박연정 무용단이 이정윤작가의 작품(The Passage: Trunk 2015) 내 외부에서 융복합퍼포먼스를 10여분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연말에 있을 공연의 프리뷰이기도 하다.


◆ 이정윤 개인전
▲ 전시제목
일상의 서커스: 통로(The Passages)
▲전시기간
9월 1일부터 11일까지
▲Opening
9월 2일 오후 6시 / 오프닝 퍼포먼스 : 박연정 무용단(6시~6시15분)
▲전시장소
동아대 석당 미술관 2층(부민캠퍼스)

NSP통신-이정윤 교수(동아대 미술학과)
이정윤 교수(동아대 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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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통신/NSP TV 도남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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