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2020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친 기간, 값싼 제품의 가격이 더 크게 오르는 ‘칩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싸다는 의미의 ‘Cheap’와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용어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스캐너 데이터를 이용해 상품의 가격분위별로 물가지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ㅣ라에서 팬데믹 이후 저가 상품의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한 칩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소시지류 품목은 ▲판매점1 A햄(저가) ▲판매점2 B햄 ▲판매점1 C소시지 ▲판매점3 D햄(고가) 등의 판매점·상품 조합으로 구분된 가격분위별로 2020년 1월~2023년 9월 기간 중 누적 상승률을 구해보면 1분위 저가상품 가격 상승률이 16.4%인 데 비해 4분위 고가상품 가격 상승률은 5.6%에 그쳤다.
이 차이는 팬데믹 이전에는 미미했으나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기에는 저가-고가 상품간 상승률 격차가 확대되는 칩플레이션이 나타났다.
한은은 칩플레이션의 원인을 수입 원자재가격의 급격한 상승(공급요인), 저렴한 상품으로의 지출 전환(수요요인)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공급측면에서 보면 저가 상품의 제조과정에서는 투입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산 재료보다는 값싼 수입원자재가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 병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입 제조용 원재료의 국내공급물가가 국내 생산·출하 원재료에 비해 더 크게 상승했다. 이렇게 되면 저가 상품 판매가격에 쌍당 부분 전가돼 칩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수요측면에서도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격이 저렴한 상품으로 수요가 전환돼 칩플레이션을 이끌었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고인플레이션 시기에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전에 소비하던 상품과 비슷하지만 더 싼 상품을 구매하거나 같은 상품이더라도 더 싸게 판매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소비행태를 보인다. 때문에 저렴한 상품이나 판매점으로 수요 전환은 해당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같은 칩플레이션으로 저소득층이 받는 고통이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저소득층이 더 고통받는 칩플레이션은 물가급등기에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통화정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결국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측면에서는 향후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에 특히 중·저가 상품의 가격안정에 집중함으로써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해외공급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할당관세나 가격급등 품목에 대한 할인지원시 중·저가 상품에 선별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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