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SK그룹 경영전략회의 핵심안건이 배터리 사업 리밸런싱(재조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SK는 그룹 근간인 SKMS(SK경영관리체계)를 토대로 SK이노베이션의 자금력을 앞세워 SK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SK온을 살리겠단 구상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29일까지 양일간 열리는 SK그룹 경영전략회의(구 확대경영회의)에서는 SKMS를 바탕으로 배터리 사업 중심의 리밸런싱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경영전략회회의는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진행되며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 핵심 안건이 배터리 사업 재정비인 만큼 에너지 부문 총괄을 맡은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SK와 SK E&S 겸임)과 배터리 사업을 이끄는 유정준 SK온 부회장,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 등이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그룹 내 바이블로 불리는 SKMS를 근간으로 리밸런싱을 구체화한다는 점에 이목이 쏠린다. 실제로 SK그룹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SKMS 실천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인식조사에는 임직원 1만5000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SKMS에 입각한 현재 SK에 대한 인식과 개선방안 등을 조사한 것으로 확인된다.
최 회장은 위기상황일 때마다 SKMS 정신을 강조해 왔다. 이혼항소심 여파로 최 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그는 지난 3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우리 그룹의 DNA인 SKMS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사랑 받고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며 SKMS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또 최 회장은 2009년 SKMS 30주년 기념식에서도 “SK의 생명력은 SKMS에서 나온다”며 “기업은 영속적인 발전을 위해 생명력을 강화해 나가야 하며 이는 SKMS가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1970년대 경영방침을 이 시대에 접목하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SK 측은 SKMS가 시대별로 꾸준히 개정돼 온 SK그룹의 업무 메뉴얼이라고 설명했다.
SK 관계자는 “SKMS는 그룹 경영인과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의 뼈대가 되는 근간이다”라며 “그렇다고 70년대 경영관리 체계를 갑자기 다시 꺼낸 게 아니고 우리 경영철학을 다시 한번 되새기겠다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KMS는 시대별로 상황에 따라서 계속 바뀌어 왔기 때문에 역행으로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SKMS는 SK그룹에 입사하게 되면 신입사원들이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SK 바이블로 통하는 경영철학이다. SKMS에는 이해관계자와의 행복, 직장인의 일하는 방식 등 선진적인 개념들이 포함돼 있다.
◆ SK이노 자회사 지분 매각…SK온 수주잔고 400조 하반기 흑전 목표
이번 경영전략회의의 핵심 안건인 리밸런싱 대표 주자는 에너지 사업 부문이다. 에너지 계열사를 구조조정하는 것은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SK온에 숨통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평사들은 SK온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중국 업체 경쟁 심화로 인한 공급과잉, 대규모 생산능력(CAPA) 확대 등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온은 현재 수익구조가 안정화되지 못한 상황으로 손실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신규공장의 수율안정화나 원가구조 개선을 통한 본격적인 이익창출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게 한신평 측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대비 원가율은 약 13%포인트, 매출액 대비 원재료비 비율은 약 18%포인트 가량 높다.
김호섭 한신평 연구원 “주 거래처인 포드(Ford), 폭스바겐(VW) 등이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주요 모델의 생산량을 축소하거나 CAPA 확대 계획을 이연하고 있다”며 “SK온은 올해 2,3분기 중 중국(33GWh)과 헝가리(30GWh) 신공장 가동 개시로 고정비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올해에도 부진한 수익성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그룹이 본격적인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자 SK이노베이션 자회사 매각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각 계열사별 공시 및 제시자료와 시장자료 등을 종합한 결과,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인 SKIET가 매각 우선 대상으로 지목된다. 올해 1분기 적자전환하며 실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와 관련해 SK온은 지난달 16일 공시를 통해 “배터리 포트폴리오 조정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당분간 SKIET 매출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3조원대에 달하는 몸값을 부담하면서 SKIET 인수할 곳은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SK엔무브와 SK인천석유화학 등은 현금 흐름이 좋은 윤활유 자회로 지분 매각과 검토 중인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SK엔무브는 SK온과 합병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SK는 성과가 부진한 사업과 중복사업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구조조정을 실행할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각 계열사별 재무구조 개선이 진행되면 하반기 이후 계열 차원의 사업구조 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배터리 업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SK온은 이르면 올 하반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석희 지난 4월 6일 코엑스 열린 ‘인터배터리 2024’ 개막식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올해를 흑자전환 목표로 삼고 있다”며 “내부혁신을 통해 원가 절감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만큼 올해 수익성 제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SK 관계자도 “하반기에는 상반기 재고 소진에 따른 출하량 증가, 낮은 메탈가 유지로 인한 배터리 가격하락, 기준금리 하락 전망으로 인한 오토론 하락, 전기차 신차 라인업 확대 등을 통해 출하량을 회복하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고객사 재고 조정 완료에 따른 출하량 증가도 예상된다.
SK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EV수요 회복 지연에 대비한 글로벌 사이트 라인 운영 효율화 및 관리 수준 강화를 통한 비용구조의 선제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원가 절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SK온 수주잔고는 약 400조원이다. SK온은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로 1조~2조원을 조달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정책자금 융자 등 전방위 자금 조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업공개(IPO)는 2026년 말까지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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