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NSP통신) = 2026년은 십이지 가운데 '말의 해'다. 말은 인류 역사에서 단순한 이동 수단에 머물지 않았다. 전쟁과 교역의 최전선에서 국가의 흥망성쇠를 함께하며 문명의 속도를 앞당긴 존재였다. 그래서 말은 언제나 시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중에서도 '적토마(赤兎馬)'는 말이 지닌 상징성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적토마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리고 험준한 산과 깊은 강을 가리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적토마가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단지 빠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인을 알아보고 끝까지 함께했던 충성과 신뢰, 바로 그 정신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말은 곧 국가의 힘이었다. 고구려 고분 벽화 속 기마 인물, 신라 화랑의 말, 고려 기병과 조선의 역참 제도에 이르기까지 기마 체계는 국력의 상징이자 교통·군사·행정의 핵심 인프라였다. 그리고 이 말의 역사는 경산이라는 공간에서도 분명히 확인된다.
경산은 고대 압독국의 중심지였다. 삼한 시대부터 교통과 군사적 요충지로 기능했던 압독국은 말과 기마 문화가 발달했을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실제로 경산 임당동 고분군에서는 말 장식 마구류와 재갈, 안장 관련 유물들이 다수 출토됐다. 이는 말이 단순한 생활 도구를 넘어 지배층의 권위와 국가 운영을 떠받친 핵심 수단이었음을 보여준다.
임당동 고분군에서 확인되는 기마 유물들은 신라 초기 말 문화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말 위에 오른다는 것은 곧 지역을 통치하고 외부 세계와 연결된다는 의미였다. 그런 점에서 경산은 오래전부터 말이 오가며 사람과 물자, 사상과 권력이 교차하던 역사적 길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더이상 말을 타고 이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산은 여전히 '달리는 도시'다. 대구·경북의 관문이자 교육과 산업, 청년 인구가 모이는 역동의 공간으로서 경산은 자신만의 속도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는 앞만 보고 질주하는 속도가 아니라 역사와 사람, 그리고 다음 세대를 함께 싣고 가는 안정된 주행이다.
이제 경산의 미래 전략을 다시 묻는다면 그 답 역시 '말의 정신'에 있다. 빠름보다 방향을, 선두보다 동행을 중시하는 도시 전략이다. 교육과 연구를 기반으로 청년이 정착하고 산업과 생활이 조화를 이루며 대구·경북을 잇는 협력의 중심으로 기능하는 도시. 그것은 외형을 키우는 발전이 아니라 경산이 축적해 온 역사와 사람의 힘을 미래로 이어가는 지속 가능한 선택이다.
말의 해를 맞아 우리는 적토마를 다시 떠올린다. 주인을 알고, 방향을 알고, 끝까지 함께 달렸던 말. 그리고 경산의 들과 길 위를 달리며 시대를 움직였던 이름 없는 말들. 이 기억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경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드는 자산이다.
2026년 말의 해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싣고, 어디를 향해 달려야 하는가. 경산이 역사의 길목에서 힘찬 발굽 소리를 울리며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비전을 함께 싣고 또 한 번 힘차게 달려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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