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뮤지컬 라이카 캐스트 프로필.

(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누군가를 사랑하려 애썼던 시간이 후회로 남지 않게, 그들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다른 방법을 찾을 거야.”

인간에 대한 분노로 지구를 파멸로 몰아가려 하는 어린(이제는 더 이상 어리지 않은) 왕자에게 최초의 우주견 ‘라이카’가 건넨 말이다. 라이카는 우리에게 ‘분노로 상대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기억하도록, 반성하도록 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임을 알려준다.

뮤지컬 ‘라이카’는 냉전시대 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파견된 최초의 우주 탐사견 라이카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당시 소련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인간을 잘 따르던 떠돌이 개 라이카를 우주선에 태웠다. 문제는 이 우주선에는 귀환 장치가 없었던 것. 심지어 라이카는 우주선 안에서 독이 든 식사를 하게 될 운명이었다. 끊임없이 주인 캐롤라인의 목소리를 기다리며 고된 훈련과 우주선에서의 고통을 견디던 라이카는 어린 왕자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되고 갈등한다.

소행성 B612에서 이제는 성인이 된 어린 왕자는 자기애가 강한 장미와 흥이 넘치는 바오밥 나무 등 ‘존재’들과 살아가고 있다. 두 번째 지구에 방문했을 때 발생한 모종의 사건으로 인간을 증오하게 된 어린 왕자는 인간에게 버림받은 소행성 충돌로 지구를 멸망시키고 인간을 없애려 한다.

이 계획에 라이카를 동참시키려 하지만 라이카는 적어도 어린 왕자보다는 성숙한 선택을 한다. 캐롤라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와의 사랑을 잊지 않은 라이카는 어린 왕자에게 “그들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책임을 지려는 거야”라고 말한다.

라이카가 말하는 책임은 ‘복수’와는 정반대의 의미다. 캐롤라인을 사랑하려 애썼던 자신의 시간과 노력이 후회라는 단어로 빛을 잃지 않도록, 원망 속에 무너지지 않도록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을 말한다. 성급한 기술과 나약한 윤리로 라이카를 사지로 내몰았던 인간들에게 기억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방법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기술 발전을 위해 희생돼야 했던 수 많은 동물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다만 어린 왕자가 품은 분노의 이유와 그 강한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진 이유는 물음표로 남는다.

한편 뮤지컬 ‘라이카’에서 라이카역에는 박진주, 김환희, 나하나가 출연했다. 어린 왕자 역에는 조형균, 윤나무, 김성식이 캐스팅됐다. 장미는 서동진, 진태화가 맡았다. 뮤지컬 ‘라이카’는 배우뿐 아니라 창작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한이박 트리오’라고 불리는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이 만들었다. 이들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 배우’ 등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 한국뮤지컬대상, 예그린 뮤지컬어워즈 등 국내 주요 시상식에서 극본상, 음악상, 연출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