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배우 신혜지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지막까지 마음에 남은 ‘밝은 조명’과 같은 기억에 대해 신혜지는 ‘데뷔작품 첫 촬영 날’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신혜지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날이기도 하다. 그날이 신혜지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24일 서울 여의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혜지는 ‘조명가게’ 종영 소감에 대해 “생각보다 죽음은 깊고 어둡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명가게’는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다. 어두운 골목 끝에 유일하게 밝은 빛을 뿜어내는 ‘조명가게’를 찾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의지로 조명가게에 들어가 밝은 빛이 나는 조명을 찾으면 소중한 기억이 떠올라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같은 인물들의 사연이 밝혀지며 조명가게의 장르는 ‘호러’에서 ‘사랑’으로 매듭을 짓는다.
신혜지는 신규 간호사 ‘송부영’ 역할을 맡았다. 송부영은 ‘이곳’으로 표현되는 또 다른 세계에서 조명가게를 찾아다니지만 ‘여기’로 표현되는 이 세계에서는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돌본다. 송부영은 처음엔 선배 간호사 ‘영지(배우 박보영)’을 따라다니며 다소 눈치 없는 신규 간호사의 모습을 보이다가 ‘죽음’의 공간 지하 3층으로 이동하는 환자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슬픔에 공감하게 된다.
신혜지는 “내 안에 조명가게가 있다면 그것은 ‘처음 데뷔작이 방영되는 순간’이 아닐까”라며 “그것으로 인해 학교생활, 촬영장에 대한 생활,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생 1인칭으로 세상을 보다가 데뷔 이후 시점이 3인칭으로 바뀌었다.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고 나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태도에서 현장을 제3자의 눈으로 보고 상대를 배려하며 단어들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으로 바뀐, 말 그대로 ‘시야가 트인 느낌’이었다”며 “이전까지는 ‘연기를 하다가 언젠간 그만둘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앵글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평생 연기만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혜지가 ‘데뷔 첫 촬영’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는 이유가 있다. 신혜지의 어머니는 신혜지의 데뷔 작품 첫 촬영날 세상을 떠나셨다. 당시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전다영 역할을 연기하며 처음 얼굴을 알렸다.
신혜지는 “제가 ‘날아라 개천용’에 캐스팅 된 것을 어머니도 알고 계셨다. 밥값을 한다고 기뻐하셨지만 한 번도 어머니께 연기를 보여드린 적이 없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오히려 ‘죽음’에 대해 무덤덤해졌다. 죽음을 보며 슬퍼하는 마음에서 거리를 두려고 했고 가볍게 생각하려 했다. 그래서 ‘조명가게’가 죽음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에도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김희원 감독님은 죽음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주 코치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느낀 것이 죽음은 생각보다 더 깊고 어둡다는 것”이라며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에도 당시에는 잘 못 느꼈지만 지나고 나니 후폭풍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평생 배우로서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한 신혜지는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가 되고싶다는 꿈을 말했다. 신혜지는 “20대때는 많은 분들의 눈에 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는 액션에 대한 리액션이라 생각한다. 리액션을 자연스럽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롤모델은 메릴 스트립이다. 메릴 스트립처럼 가만히 있어도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가 되고싶다”며 “나이를 먹으면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들을 도장깨기 하듯 해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