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우리은행이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또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은행권이 잇따라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급증한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인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정책 대출 상품 기준 완화와 대환대출 인프라 출시 등 엇박자 정책과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대출 억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급증한 가계대출에 ‘금리 인상’으로 문턱 높이는 은행권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4일부터 아파트 담보대출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를 0.20%p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아파트 외 주담대 5년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는 0.15%p 인상한다. 전세자금대출인 우리전세론 2년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 역시 0.15%p 높일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에도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높였는데 2주도 채 안 되는 시점에서 다시 금리를 조정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p 인상, KB국민은행도 지난 3ㅈ일 주담대 금리를 0.13%p 올렸다. 이후 지난 11일 KB국민은행은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2%p 올렸고 신한은행은 지난 15일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모든 대출 상품 금리를 0.05%p 상향 조정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이달 초 금리를 한 차례 올린 바 있다.
이처럼 금융권이 대출 금리를 높이는 이유는 급증한 가계부채에 대한 금융당국의 경고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 5000억원으로 한 달 새 5조 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21년 7월(+6조 2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가계대출 증가 요인은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성 대출 공급,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하락, 수도권 등 수도권 아파트 중심 주택 거래량 증가 등이다. 이 영향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연이어 은행권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발언들을 내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6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 질의 답변서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선제적이고 전문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앞서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가장 중요한 리스크 중 하나로 ‘가계부채’를 지목한 바 있다.
앞서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도 “성급한 금리 하락 기대와 주택가격 상승 예상으로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으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금리와 따로 노는 대출금리, 정책 엇박자에 “효과는 미미할 것”
다만 최근 은행채 금리의 하락과 함께 코픽스 금리도 내려감에 따라 가계대출이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했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전월 대비 0.04%p 하락한 3.52%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 16일 기준 3.31%로 나타났다. 이는 연중 최저 수준이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주담대 고정형 금리의 준거금리로 활용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하반기 금리 안하에 대한 시그널이 시장 금리에 선반영 되고 있다”며 “연말까지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정책도 가계대출을 늘리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정부는 ‘연착륙’이라는 명목으로 정책 자금 대출 공급을 지속해왔다. 특히 특례보금자리대출과 신생아특례대출 등의 소득 기준을 완화했고 앞으로도 더 완화될 예정이다.
실제 은행 대출 증가액 중 정책금융 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폭인 6조 3000억 중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 등 정책 대출이 3조 8000억원으로 60.3%를 차지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가산금리를 반영해 총 대출 한도를 줄이는 효과를 낳는 스트레스DSR(총부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적용을 기존 7월에서 9월로 연기하기도 했다.
이같은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부채 취금 관련 현장점검에 나섰다. 지난 15일부터 실시된 현장점검은 한 은행당 며칠씩 이어지는 고강도 점검으로 은행들이 편법으로 가계대출을 과도하게 취급했는지를 따져볼 예정이다. 이와 함께 김병환 후보자는 국회 정무위 제출 자료에서 “가계부채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DSR 규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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