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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시총 3위, 이면엔 팀과 기능 중심의 IT 개발 문화 있었다

NSP통신, 박유니 기자, 2021-07-06 08:48 KRD7
#카카오뱅크

(서울=NSP통신) 박유니 기자 = 카카오 자회사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이하 카뱅)가 8월5일 상장한다. 공모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8조 50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KB금융지주(약 24조원)와 신한금융지주(약 22조원)에 이어 세 번째로 시가총액이 높은 은행이 된다.

은행 주주가 누구이건 간에 일부 모피아(재경부 출신들을 통칭한다)들이 여전히 빨대를 꼽고 득세하고 있는 국내 금융업계에 성경 속 다윗이 어느 날 나타난 격이다.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다윗의 무릿매(sling) 앞에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한 은행들의 이면엔 카뱅의 기업문화와 맞물린 기술문화와 IT개발문화가 자리한다.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전환(DX)시대에도 과연 무너질 것인가? 카뱅의 송한별 기술전략 팀장이 1일 앰버서더 노보텔 강남에서 열린 금융IT인들의 모임인 금융정보시스템연구회 조찬회에서 IT개발문화에 대해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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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팀으로 움직인다.
2017년 7월 카뱅의 등장은 보수적인 은행업계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불러온다. 디지털 변환을 향한 대대적인 개편과 산발적으로 흩어진 앱들을 하나로 모으는 원 앱 전략이다. 그런 가 하면 리눅스나 마이SQL, x86등 오픈시스템에 대한 역량 강화와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며 IT전문성을 확보하는 내재화 바람이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관점으로 방향이 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조직과는 달리 카뱅에 특징적인 것을 꼽는다면 사장실이 없고, 전 직원은 영어 이름을 쓰며, 휴가 때 승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어 이름을 쓴다는 의미는 격의 없는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극존칭을 쓰지 말자는 의미이며, 기능조직으로 구성된 모든 팀-팀-팀들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다(One Spirit, One Team)’ 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IT 개발문화는 기업문화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기업문화를 뛰어 넘는 개발문화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카뱅의 기업문화 4대 근간 중 하나는 상하 간에, 팀 간에 격의 없이 얘기하는 수평문화를 들 수 있다. 정보의 집중은 사내에 보이지 않는 권력을 만든다. 수신자를 지정하는 이메일도 사용하지 않는다. 정보의 공유문화다. 대부분 합작회사가 실패한 이유는 타인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점에서 보듯이 카뱅엔 상대에 대한 존중에 가치를 부여한다.

이러한 수평, 공유, 존중의 문화는 기업의 혁신을 불러오는 핵심가치다. 금융산업에 대한 지식과 IT지식문화가 융합될 때 혁신이 일어난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IT 개발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외부개발이 없고, 주로 내부개발을 하고 있다. 카뱅은 인터넷전문은행이니 지점이 없다. 앱으로 모든 것을 연결한다. 20년 전 애자일(Agile) 소프트웨어 선언인 매니페스토가 발표됐다. 여기엔 예산과 추진일정, 실천방안을 담는다. 절차나 서류화, 내·외부 계약과 계획은 그리 중요한 게 못 된다. 오히려 절차 대신 개발자 간의 상호관계에 더 중점을 두며, 서류를 잘 만드는 대신 잘 돌아가는 SW를 가치 있게 보며, 계약 대신 사내 기능중심의 협업으로 처리한다. 계획 대신에 변화에 대응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즉,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의 관점의 차이이다. 제품을 더 중요시 본다면 당연히 어떤 절차나 서류 만드는 일에 시간과 힘을 낭비할 일이 아니다.

직원이 하는 모든 일에 안전하다는 느낌을 준다.
회사 설립 초기에 생긴 일화를 소개한다. 전체 임직원 300여 명이 모여 있는 메시지 방에 개인들의 특정 이벤트에 ‘축하한다’가 계속 이어졌다. 카뱅 임원 전체 회의가 이 사건으로 장시간 격론을 벌였다. 결론은 막지 않기로 했다. 내가 하는 일에, 그런 행위에 안전감을 주자는 것이다(Make Safety v Prerequisite). 현대판 애자일의 특장을 인용한 명 결론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안전하지 않다면 어떤 개발자가 아이디어를 내놓고 혁신에 도전하겠는가? 실패에 따르는 책임이 있다면.

카뱅 퍼스트는 은행을 엔지니어링하는 것이다. 은행은 안정성을 중시하니 거기에 혁신성을 가미한다. 그러기 위해 역량 있는 개발자의 채용과 성장을 뒷받침한다. 좋은 개발 문화와 개발 환경을 만들어야 그들이 떠나가지 않는다. 그들이 자리를 지켜야 안정과 혁신이 가능하다. 선순환이다. 인수인계는 혼자만 알지 않도록 공유한다.

10분 간의 애자일의 스크럼(Scrum)에서 팀원뿐 아니라 리더도 팀장도 자기가 하는 일을 발표한다. 자칫 업무보고로 바뀌지 않아야 한다. 큰 그림을 보는 사람과 키보드를 잡는 사람의 역할이 합해져 코드를 리뷰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북돋아준다. 개발경험 공유와 회고는 필수다. 사내 기술세미나인 카뱅 데브콘이 있다.

차별적인 이익을 만들어 내는 기업 자산은 무엇인가?
기업의 차별적인 이익을 만들어 내는 자산은 무엇인가? 가트너는 올해 기술 전망에서 다중 경험(MX), 고객 경험(CX), 직원 경험(EX), 사용자 경험(UX)들을 결합하여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총체적 경험(Total eXperience)전략을 내놓고 있다. 연사가 개발자 경험을 보완해서 그림을 그려봤다. 사내 업무 환경도 기업의 자산이다.

문화란 오랜 시간 체험된 것이 내재된 현상이다. 그래서 바꾸는 것이 쉽지가 않다. 기업문화에 따라가는 개발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말로 어렵지만 기업문화는 바뀔 수 있다. 총체적 경험이 기업의 차별적인 이익을 만들어 내는 자산이란 점을 분명히 인식한다면 그 때부터 바뀐다.

마이크로소프트 컨퍼런스에서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를 사랑합니다(Microsoft ♥ Linux)”라는 화면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펼쳐졌던 ‘MS 대 리눅스’의 냉전의 종식과 개발자와 오픈소스 중심의 클라우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는 메시지라고 평했다. 그렇다. 이 선언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문화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이벤트다.

카뱅은 올해 초 임직원이 1000명이 넘었으니 상장 이후 연말엔 설립 당시의 4배 크기에 걸 맞는 조직과 개발 문화가 만들어져 갈 것이며, 500억 투자와 함께 IT 개발 인력은 40%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NSP통신 박유니 기자 ynpark@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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