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헌의 20’s Navi
‘개천에서 용난다’...이제는 해묵은 고사[부산=NSP통신] 도남선 기자 = 얼마 전 대학 식당에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메뉴 별 나트륨 함량 표기’를 발견했다. 그 때 한 일간지가 떠올랐다. 그 신문은 수 차례에 걸친 기획 보도를 통해 나트륨 과다 섭취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몇 번을 반복해 보고 나니 ‘주방에서 소금통을 치워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기사 때문인지 최근 저염식은 사회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 ‘우직함’은 사회에 통용되는 유의미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과 의문이 들었다. 우리 삶에서 꾸준한 시도와 노력이라는 것은 얼마나 거듭돼야 결실을 얻을 수 있을까. 또 자기 위치를 지키면서 사회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과
연 가능할까.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해묵은 고사가 됐다. 각자의 계층이 뚜렷하게 고정된 자연계의 먹이사슬 피라미드와 달리, 이 시대 인간들의 먹이사슬은 자신의 현 계층(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을 조장한다. 누구나 자신의 소속 계층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또 그래야만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직 상승을 꿈꾸는 개개인의 노력은 아무리 우직하고 공을 들인다 한들 여간해서야 쉽게 빛을 발하지 못한다. 애초에 수많은 이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반해 피라미드는 위로 갈 수록 좁아지니 당연한 이치다.
사회로 진출해야 하는 20대의 세계는 또 어떤가. 먹이사슬의 한 계층에서 자신은 피식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수많은 이들이 서로를 잡아먹으려 용을 쓴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남들보다 뛰어남을 자랑하든지, 고시 전선에서 역시 남들보다 많이 알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물론 잘난 사람이 잘 되는 것이 순리라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못난 이들이 도태인류 내지는 사회 부적응자 취급까지 받는 분위기는 왠지모를 두려움을 선사한다. 머물러 있을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 세상이라니 참혹하기까지 하다.
대다수와는 다르게 살아 보고자 하는 도전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창업 시장도 이제는 유력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각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개설하자니 초기 비용에다 가맹주가 요구하는 부가비용까지 맞추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수익성은 없는 문화 사업 등을 세워 보자니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고사하고 사람들의 관심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에야 경제민주화 바람을 업은 정당들이 창업 재도전 지원이나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이들이 중도나 최하층에 머무르기를 꺼리는데 그 같은 대책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결국, 재능이나 힘 없이도 그 자리에서 자신을 꾸준히 갈고 닦으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으리라는 ‘나트륨’의 깨우침은 금세 허상이 돼 버렸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잘못된 꿈을 꾼 걸지도 모르겠다. 그 일간지 역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 있는’ 매체였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으니 말이다.
홍준헌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경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취업신문 대구팀장을 거쳐 월간지 WANNA의 편집장으로 재직중인 20대 청춘의 대표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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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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