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NSP통신) 조현철 기자 = 갑갑한 도심 숲을 벗어나 자연을 벗삼아 농업으로 회규하는 젊은 농업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수원은 조선시대 영농과학의 중심지로 근대에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중에도 서울대 농대와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농업 발전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주요 기관들이 이전한 현재도 땅을 터전으로 농업의 명맥을 유지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농업인들이 존재한다.
오는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업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수원의 젊은 농업인들과 이를 지원하는 수원시농업기술센터를 소개한다.
◆라이브커머스로 농업의 새 길을 개척한다
수원시 권선구 당수동에서 화훼농장을 운영 중인 농업인 김승현씨(41)는 지난달 말 라이브커머스 세계에 입문했다. 라이브커머스는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의 새로운 방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면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실시간 댓글’로 물건을 직접 보지 않고 구매해야 하는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보완하는 장점이 있어 언택트 시대에 더욱 주목되고 있는 방식이다.
화훼 생산자인 김씨는 당시 공기정화식물인 스킨답서스, 아글레오네마, 안스리움 등 3종으로 구성된 세트 상품을 30여 분간 라이브로 판매하며 소비자들을 직접 만났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화훼를 전공한 전문가로서 공기정화식물의 원리와 기능, 관리법까지 쉽게 설명하고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던 소비자들이 묻는 일반적인 식물 관리법까지 친절히 대응하며 호응을 얻었다.
‘온실에서 태어나 온실에서 자랐다’는 김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자연스럽게 농업을 자신의 미래로 선택했다. 50여 년 전 화훼농가를 시작한 부모님을 따라 꽃을 심고 키워나가는 것에 재미와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모두 화훼를 전공했다.
일찌감치 농업에 뜻을 두고 전문성을 다진 그는 젊은 농업인답게 직접 판매장을 운영하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식물을 소개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화훼는 다른 농작물보다 소비 심리와 연관이 깊었다. 상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만나는 것이 필수였고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때마다 화훼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김씨는 2014년 수원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홈페이지를 구축했고 블로그와 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화훼상품을 홍보했다. 온라인 유통은 기존 지역사회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역의 소비자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다.
이번 라이브커머스 방송 참여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시도한 일이었다. 수원지역 농가에서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한 판매를 한 것은 김씨 농가가 최초였다. 그는 온실 내에 간이 스튜디오를 꾸미는 등 라이브커머스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도 거듭하고 있다.
김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팬데믹 상황 속에 집 안에서 활동하고 즐길 수 있는 상품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식물 관리의 어려움을 다이렉트로 해소하는 방식으로 판로를 개척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화훼농업은 고달픈 생산 과정이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상품을 만들고 소비자가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반려식물’ 문화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와 맞춤형 상품으로 활로 찾기
새롭게 농업에 진입하는 농가들도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생산자와 직접 연결되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권선구 당수동에서 다육식물을 전문적으로 재배 및 판매하는 농장을 운영하는 염정인씨(43)다.
다육식물 애호가이신 아버지가 은퇴 후 운영하기 위해 마련해 뒀던 다육농원을 염씨가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7년 전부터다. 다른 직업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플라워디자인을 취미생활로 즐기던 염씨는 꽃과 식물을 만지며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경험한 뒤 본격적으로 원예치료를 전공하고 농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초기에 30여 가지 품종을 다량으로 생산해 도매 및 수출을 했던 염씨 농가는 중국산 역수입 물량에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쏟아지는 물량에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쟁력을 잃게 되자 품종을 늘리고 도매와 소매의 비율을 비슷하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도모했다.
이후 다육식물 품종을 150여 종으로 확대하면서 인근 지역에서 직접 찾아오는 소비자도 차츰 늘기 시작했다. 또 온라인으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식물 전문 쇼핑몰 등에 입점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수원시농업기술센터의 컨설팅을 받아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에 판매 창구를 열어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12종의 다육 식물 중 1개를 선택하면 화분과 배양토, 마사토, 꾸미기 용품, 심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지 등을 키트로 제공하는 DIY 상품이다. 화분은 염씨가 직접 실용신안과 디자인 등록을 한 팔각화분이나 도자기 화분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상세페이지에는 직접 화분 키트를 완성하는 동영상도 제작해 올려두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사막지역식물인 다육식물은 밤에 산소를 배출하는 정화기능이 작용해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정보도 알려주고, 다육식물을 쉽게 키우는 방법 등을 친근하게 전달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염씨는 “농장에서 단순하게 식물을 재배하고 공급하는 것을 벗어나 소비자들이 체험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포토존 구성 등 농장의 변화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농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수원시농업기술센터
농업 분야에서 라이브커머스를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김승현씨 농가와 소비자 맞춤형 DIY 키트로 시장을 두드리는 염정인씨 농가는 판로를 기획하고 개척하는 단계에서 수원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는 청년농업인과 강소농(작지만 강한 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컨설팅 및 교육을 진행하고 농가가 온라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링을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사진을 잘 찍는 방법, 이를 활용해 마케팅을 하는 방법, 농산물 판매에도 콘셉트와 전략, 브랜드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교육 등이 온택트 방식으로 이뤄졌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농업 교육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텃밭 농사 재배기술과 교육, 약용 작물 및 버섯 재배 이론 및 실습, 귀농정책 및 작물별 재배기술 등 도시민들을 위한 농업교육과정들도 온라인으로 제공했다.
아울러 벼, 과수, 채소 등 농경지의 토양을 분석하는 사업도 올해는 시료 수거함을 비치해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토양의 영양상태와 적합한 비료량 등을 맞춤형으로 알려주는 ‘비료 사용 처방서’까지 우편으로 발급해주는 이 사업에 700여 점의 토양이 접수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앞으로도 수원지역 농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컨설팅과 온라인 판매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친환경재배 및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대응능력 강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NSP통신 조현철 기자 hc1004jo@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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