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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오키나와 전쟁, 한국인 1만명의 억울한 ‘2중 죽음’...정부, ‘강제징용 진상규명’ 나서야

NSP통신, 권민수 기자, 2018-10-29 15:28 KRD2
#경주시 #천월사 #정암 주지스님 #2018년 한국인 전쟁희생자 위령대제 #한국인 강제징용자

오키나와 민단, ‘2018년 한국인 전쟁희생자 위령대제’ 올려... 경주 천월사, 정암 주지스님 위령대제 봉행

NSP통신-천월사 정암 주지스님과 오키나와 민단 김인수 단장이 지난 25일 2018 한국인 전쟁희생자 위령대제에서 지방을 소지하고 있다. (권민수 기자)
천월사 정암 주지스님과 오키나와 민단 김인수 단장이 지난 25일 2018 한국인 전쟁희생자 위령대제에서 지방을 소지하고 있다. (권민수 기자)

(경북=NSP통신) 권민수 기자 = 지난 2012년 경주 천월사 정암 주지스님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의 오키나와 전쟁에서 한국인의 참담한 생활과 죽음에 대해 전해 듣고 오키나와를 방문해 한국인 전쟁희생자 위령탑에서 오열하며 조국 영가들을 위해 천도재를 올렸다.

정암 스님은 “나라를 잃은 한도 다 풀지 못한 무고한 한국인들이 머나먼 타국에 끌려와 강제 노동과 전쟁에 내 몰려 총알받이로, 일본군의 위안부로 살다 학살당한 동포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타 들어갔다. 그 수가 무려 1만이다”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억울하고 또 억울하다. 나라의 위정자들의 잘못으로 나라를 빼앗긴 백성의 한이 하늘을 찌른다. 나 한 사람이라도 억만금이 들더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희생자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3년의 한결같은 발걸음, 그리고 만난 오키나와민단과의 인연으로 지난 3년 동안 해온 위령제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26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오키나와 행 비행기에 오르는 정암 스님의 시선이 먼 곳에 머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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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의 참상과 위령제를 위해 노력하는 재일동포들의 마음을 전 국민들에게 전해 달라”는 정암 스님의 말씀을 따라 기자는 동행 길에 올랐다.

하늘에서 바라본 태평양은 첩첩이 겹쳐진 구름 아래 작게 그려지는 섬들이 보였다. 저 먼 곳 어딘가에 아직도 아무도 모르는 태평양 전쟁의 잔혹한 순간이 멈춰져 누군가의 위로를 기다리고 있다는 답답한 마음으로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한 오키나와는 일본 열도 최남단 2,281.12㎢ 면적에 인구 140만여명이 살고 있는 류큐 제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감청색 바다와 희 모래밭을 갖춘 아름다운 섬이다.

이곳에 1945년 아시아 태평양 전쟁 15년의 마지막 전쟁인 오키나와전쟁에서 미군의 육해공군이 섬의 모습을 바꿀 만큼 포격과 공습을 시도하며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공격한다.

역사 학자들에 따르면 3개월간 지속된 오키나와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모두 20여만명, 그 중 오키나와 출신자가 12만여명, 일반 현민 약 9만4000여명, 군인 군속이 2만8000여명, 미군 1만2000여명, 그리고 기타 희생자가 6만5000여명 중 1만여명이 한국인이다.

이 한국인 희생자들은 오키나와에 징용된 조선인으로 당시 오키나와에 살던 1만명의 조선인들과 군부의 종군 위안부 중 상당수가 일본군에 학살당하고 점령군 미군의 포탄에 맞아 죽는 ‘2중의 죽음’을 당했다. 그러나 현재 1만명 중 426의 이름만 밝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이 무려 1만명이 오키나와로 끌려왔다. 그들은 진지구축과 탄약운반에 동원됐고 100개가 넘는 오키나와의 군 '위안소'에 조선 여성 다수가 일본군 위안부로 수용되었다. 그리고 학살당했다.

그들의 지옥 같은 삶과 억울한 죽음의 한이, 이 아름다운 섬의 바다와 숲과 나무에 뿌리내려 지금도 흐르고 있다.

NSP통신-주후쿠오카대한민국총영사관 손종식 총영사가 위령대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민수 기자)
주후쿠오카대한민국총영사관 손종식 총영사가 위령대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민수 기자)

오키나와 평화기원자료관에는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원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1975년에 세운 한국인 전쟁희생자 위령탑이 있다.

지난 27일 오키나와민단은 ‘2018년 한국인 전쟁희생자 위령대제’를 주후쿠오카대한민국총영사관 손종식 총영사, 이토카즈키이코 참의원의원, 민단중앙본부 오영의 부단장, 태평양전쟁한구인희생자추모회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 천월사 정암 주지스님의 염불 봉행 속에 거행되었다.

오키나와민단 김인수 단장은 추도사에서 “아직도 오키나와의 나무뿌리와 풀뿌리 하나에도 그 분들의 땀과 눈물과 피의 절절한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강제동원의 실상은 다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에 밝혀지지 않는 부분을 밝혀내고 정성을 모아 계속해서 추모해 나가야 한다”며 “마지막 냉전국가로 남은 대한민국이 남과 북이 협력해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오키나와와 동아시아, 세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다.

후쿠오카 손종식 총영사는 “오키나와 한국인 위령탑에 태극기를 꼽고 한국인의 희생과 눈물을 기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키나와민단의 노력과 일본 NGO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한국의 희생자들의 면모들이 밝혀지고 있다”며 “정부도 그에 발을 맞추어 앞으로 지원과 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의 통일과 세계평화가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고향이 경북 경주시 안강읍 이라고 밝힌 민단중앙본부 오영의 부단장은 위령대제에 참석해 오키나와민단의 노고를 치하하며 “중앙본부는 일본 전역의 민단들과 함께 재일교포들의 권리와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강제 징용자들과 전쟁 희생자들의 진실을 밝히는데 앞장서고 있다”며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 으로 전쟁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위령제를 올리는 것에 민단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재일교포들이 한마음이 되어 슬픔과 현실을 헤쳐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NSP통신-민단중앙본부 오영의 부단장이 위령대제에서 배향하고 있다. (권민수 기자)
민단중앙본부 오영의 부단장이 위령대제에서 배향하고 있다. (권민수 기자)

위령대제는 천월사 정암 주지스님의 희생자들의 넋을 평안으로 인도하는 잔잔한 염불 속에 희생자 가족과 참여자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또 중앙대학교 정신예 교수의 남도민요가 구슬프게 제단에 바쳐질 때 거센 바람이 불어와 전쟁 희생자들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 했다.

한편 오키나와 한국인 전쟁희생자 위령탑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희생자 탑과 대한민국 희생자 탑이 나누어져 있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전쟁의 슬픔을 승화해 평화를 기원하는 이 곳에 희생자들의 뜻과는 관계없이 두 분단국가가 생기기 전에 희생된 한국인들의 위령탑이 남북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한 매년 희생자 명단이 추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2010 추가각명에 1명의 이름이 올라 있어 조국 대한민국이 이들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지부진한 ‘일본군 강제 징용 진상규명’에 재일교포들은 “조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바란다. 그래야 조국의 위상도 올라가고 동포들의 삶과 조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질 것으로 본다”고 조국의 관심을 요청했다.

NSP통신/NSP TV 권민수 기자, kwun5104@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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