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한국산업은행 로비에 커다란 인형이 등장했다. 이름은 ‘꾹꾹곰’이다. 고양이 바닥 모양을 한 곰으로 고양이 발바닥의 분홍색 ‘젤리’ 부분을 곰의 얼굴과 손, 발로 표현했다.
고양이가 한 곳을 마사지하듯 꾹꾹 누르는 모습을 보고 흔히 ‘꾹꾹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산업은행의 캐릭터 이름으로 만든 것을 보면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 여의도에 ‘꾹꾹’ 눌러앉게 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 맞은 편 테이블 뒤엔 “우리가족 주말부부 만들지 마세요”라는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과 함께 부산이전 반대 시위에 동원됐던 보드가 겹겹이 세워져 있다. 2년 전만 해도 직원들이 아침마다 모여 부산이전 반대집회를 하고 부산이전 반대 투쟁 100일 기념떡을 돌리던 곳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취임 당시 은행 입구에 누워 강렬하게 저항하던 모습에서 이젠 몇몇 포스터만 붙어있는 대신 ‘꾹꾹곰’이 세워진 모습으로 바뀌었다.
“부산으로 이전하면 당장 주말부부가 돼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던 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만남에서 “부산으로 가지 않을 것 같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부산 이전 소식으로 불안했던 분위기가 이젠 부산에 가지 않을 것이란 안심으로 바뀌었다.
산업은행의 부산 본점 이전 열기는 초창기보다 한결 식은 상황이다. 처음 논의가 시작됐을 당시엔 반발이 거셌다. 한 산업은행 직원은 “부산이전 관련 논의가 시작되고 나서 비서실 출신 퇴사자도 나오고 노조에서도 퇴사자가 나오면서 은행에 비전이 없다는 판단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가 8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사실상 임기 내 부산 이전은 불가능해졌다. 이 직원은“지금 시점에서 강 회장의 행동을 돌아보니 예상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소극적으로 움직였다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일단 아직 산업은행 본점 이전 관련 법 개정도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 본점 이전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디만 “결국 법률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지난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의 참패도 ‘불가능’에 힘을 보탰다. 제22대 정무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했다.
한 산업은행 직원은 “강석훈 회장도 내년 6월 임기가 종료되는데 지금까지 부산 이전이 사실상 지지부진해 당국에서도 시선이 곱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기 회장으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도의 강력한 영향력과 추진력을 가진 분이 선임되지 않는 한 부산 이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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