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NSP통신) 권민수 기자 = 고도 경주의 신라 둘레길. 천년의 시공과 사연을 담고 있는 길은 코로나 시대가 원하는 언택트 관광과는 상관없이 가을을 사색하고 싶은 옛 사람과 현대인들이 천년의 시간을 걷고 있다.
경주에온 여행객이 어느 도시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경주만의 색체와 향기·도시를 이룬 선이 여행객을 시민이 되게 한 사연. 그 인간의 내음이 남아 있는 길.
경주읍성길은 신라시대 이후 지방통치의 중심지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주위에는 고려 시대 객사인 동경관, 조선시대 태조의 어진을 모셨던 자리가 남아 있다.
도심지 현대식 건물 사이에 신라부터 조선까지 이천년 세월을 이어온 유적은 여행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시간의 무게와 역사의 이어짐은 걷는 이의 존재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여행객의 걸음의 노고는 이어지는 경주역 앞 성동시장 먹거리 장터에서 달랠 수 있다.
선덕여왕길은 보문교 삼거리 쪽 명활성 아래부터 시작하는 길이다. 명활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경주역사유적지구’의 다섯 지구 중 한 곳이다.
진평왕릉으로 향하는 오솔길은 옆으로 개울이 흐르고 꽃나무가 끝없이 이어진다. 진평왕릉은 보통의 왕릉처럼 화려한 장식 대신 크고 작은 나무에 둘러싸여 찾아온 이들을 편안하고 넉넉하게 품어준다.
진평왕릉 앞으로 푸르게 펼쳐진 풀밭에 있는 큰 나무는 많은 이들이 찾는 포토존이다.
황복사지삼층석탑과 선덕여왕릉으로 가는 길은 누렇게 익은 가을 들판이 황룡이 헤엄치듯 드넓은 가을 평야를 유영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황룡에 오르면 선덕여왕을 친견할 수 있다.
신라왕경길은 성덕대왕신종을 현대의 기술로 재현한 신라대종공원에서 시작된다. 경주관광의 메인 플레이스인 대릉원 돌담길을 지나 첨성대, 계림 숲을 지나면 신라 역대 왕들의 궁궐이 있던 월성에 다다른다.
현재 월성은 성터를 발굴·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직접 현장을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성터를 걷다 보면 어느새 동궁과 월지가 눈앞이다. 해질녘 동궁과 월지의 야경은 경주의 비경 중 하나이다. 밤에 피어난 신라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경주의 근대 관광중심지. 보문호수는 경주시 동쪽 명활산 옛 성터 아래에 만들어진 인공 호수로 165만 m²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호반길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산책로와 자전거 길 가에 가을의 손길이 닿기 시작한 벚나무 잎이 살랑거리며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순환 탐방로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쉬어 갈 수 있는 벤치, 쉼터가 곳곳에 자리해 있다.
특히 보문단지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아치형 상부 구조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물너울교를 건너면 넓게 펼쳐진 호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경주의 가을 바다를 보고 싶다면 경주 양남면 하서항과 읍천항을 잇는 길이 있다. 시원한 파도 소리와 함께 걷다 보면 오랜 세월이 겹겹이 쌓인 아름다운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다.
여러 가지 모양의 주상절리가 모여 있는 양남 주상절리군은 세계적으로 드문 부채꼴 형상의 주상절리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평탄한 해안 산책길 끝에 자연이 그려놓은 신비로운 명작이 펼쳐진다. 위대한 자연의 손길이 여행객의 세파에 찌든 때를 씻어 준다.
경주의 성산 토함산에 위치한 토함산바람길은 토함산 옆, 조항산 정상부의 경주 풍력발전소 인근 산책길이다. 풍력발전소까지는 꽤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산길은 차편이 편리하다.
풍력발전소 주차장 아래 산등성이를 따라 길을 걸으면 굽이치는 능선과 푸르른 하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멀리 바람개비처럼 보이던 풍력발전기는 가까이서 보면 웅장한 크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문무대왕릉과 감포 바다에서 석굴암, 불국사로 가는 길목에 있어 하루 일정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특히 노을이 지는 황혼 녘, 발전소 주위를 따라 난 길로 늘어선 바람개비들이 바람에 돌아가며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경주의 신성한 산 남산. ‘삼릉 가는 길’은 남산의 서쪽 부분을 둘러보는 코스다.
서라벌을 건국한 박혁거세의 탄생 설화가 깃든 나정, 그와 그의 왕비가 잠든 능이 있는 오릉, 그리고 신라가 가장 번성했던 헌강왕 때의 연회 장소인 포석정지. 신라의 시작부터 가장 흥했던 시기를 지나 저물어가는 순간까지 모든 역사를 지켜본 땅 위의 길.
이 코스는 자전거를 타고 탐방하기 좋은 코스이다. 삼릉에 다다르면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 소재가 된 삼릉 소나무 숲이 나온다. 시간마다 느낌이 다른 남산의 걸작을 볼 수 있다.
NSP통신 권민수 기자 kwun5104@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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