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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그 찬란함과 이면…작품 담긴 비밀 추적·문화 통찰

NSP통신, 박지영 기자, 2021-06-15 13:58 KR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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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NSP통신) 박지영 기자 = 신간도서인 르네상스 미술:그 찬란함과 이면(저자 다카시나 슈지, 이연식 옮김 출판사 재승출판)은 15세기에서 16세기에 걸친 르네상스 시대의 빛과 어둠이라는 주제로 그 시대의 사상적, 정신적 배경과 예술의 관계를 이야기 한다.

인본주의가 예술의 형태로 꽃피었던 르네상스는 서양의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는 첫 관문이다.

흔히 르네상스라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가 활약하던 시절 피렌체와 밀라노, 로마 등지에서 제작된 찬란한 걸작들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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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빛과 그림자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처럼 르네상스 시대의 밝음 이면에는 죽음에 대한 집착, 파괴와 전복에 대한 충동, 비합리적인 환상 세계에 대한 매혹 등의 어둠이 있었다.

이 책 서평에 따르면 중세는 신 중심의 세계관이 지배하던 시기이고 르네상스는 현실 세계를 긍정함으로써 신의 영역에 이르려 했던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 발현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현실 세계와 이상 세계를 융합하려는 시도는 르네상스 문화에서 소위 이교의 사상과 철학을 기독교의 교리와 결합하려는 흐름으로 나타났다.

미켈란젤로를 키워낸 로렌초 일 마니피코가 지배하던 피렌체에서는 신플라톤주의와 기독교를 융합하려는 사상적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는 피렌체 지식인들과 가까웠던 화가 보티첼리의 그림에 빼곡하게 담겼다. ‘비너스의 탄생’과 ‘봄’ 같은 보티첼리의 작품들이 주제와 내용에서 미묘하고 난해한 건 이 때문이다. 보티첼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비너스를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이미지에 대입했고 메디치 가문이 지배하는 피렌체를 이상 세계로 찬양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걸작을 만들었던 전성기를 지나 보티첼리는 노년에 이르러 갑자기 거칠고 음울한 작품을 연달아 만들었는데 여기에도 르네상스의 정신적 풍토가 반영돼 있다.

피렌체를 비롯한 이탈리아, 아울러 유럽 전체가 이 무렵에 세계의 종말에 대한 예감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사회경제적으로 조성된 미증유의 변화에 기독교적 종말관이 결합된 현상으로서 피렌체에서는 예언자 사보나롤라가 득세하는 국면을 빚어냈다.

사보나롤라는 정신적 타락 때문에 종말이 올 거라고 경고하며 수많은 예술품과 사치품을 불사르는 ‘허영의 소각’을 벌이기까지 했다. 르네상스의 번성에는 파괴와 자멸의 씨앗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르네상스 미술은 단순히 인간 중심의 현실적인 관점을 드러낸 것만이 아니라 당시의 세계관과 이상향을 담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실상 서양미술사를 현지에서 공부한 첫 세대에 속하는 다카시나 슈지는 국립서양미술관 관장을 역임했고 폭넓은 연구 활동을 통해 ‘일본의 곰브리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미술사학의 지식을 대중에게 세련되고 간결하게 설명해왔는데 특히 이 책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중반에 걸친 서양미술사학계의 여러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르네상스 미술의 미묘하고도 난해한 의미를 마치 탐정의 추리처럼 흥미롭고도 명료하게 밝힌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르네상스 시대의 찬란한 광채와 매혹적인 어둠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 이연식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과정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했다. 현재 미술사를 다각도로 살펴보며 특유의 비틀기와 유머가 돋보이는 저술, 번역,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르네상스를 시작으로 서양미술사를 재구성한 ‘이연식의 서양 미술사 산책’부터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아트 파탈’, ‘멜랑콜리’, ‘괴물이 된 그림’, ‘브뢰겔’, ‘불안의 미술관’, ‘예술가의 나이듦에 대하여’, ‘뒷모습’, ‘드가’ 등을 썼고 ‘쉽게 읽는 서양미술사’, ‘다시 읽는 서양미술사’, ‘한국 미술: 19세기부터 현재까지’,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NSP통신 박지영 기자 jypark@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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